"반도체 관세 소비자에 전가…엔비디아도 타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법(Chips Act) 보조금 재협상을 추진하고 있다고 알려진 가운데 전문가들이 반도체법 폐지 또는 보조금 재협상, 반도체 관세 부과가 미국 인공지능(AI) 산업 발전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고 16일(현지시간) AP통신이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접근 방식은 미국이 AI 연구에서 경쟁 우위를 유지하는 데 해를 끼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기업 성장 및 혁신 전문가인 사이캇 차우두리 UC 버클리 하스 경영대학원 교수는 AI 발전에서 가장 큰 장애물 중 하나가 반도체 생산이며, 대부분의 국가가 반도체 생산 촉진과 반도체 저가 수입을 촉진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반도체법 재검토가 놀랍다고 평가했다. 그는 "우리는 AI부터 자동차까지 모든 것에서 (반도체) 부족 현상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봤다"며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당시 자동차는 (반도체) 공급 제약을 해결하기 위해 반도체를 적게 탑재하거나 덜 강력한 반도체를 사용해야 했다"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미국 내 반도체 생산을 확대하고 안보 약점인 아시아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반도체법을 제정하고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반도체 기업에 직접 보조금 390억달러와 연구개발(R&D) 보조금 132억달러 등 5년간 총 527억달러를 지원하게 했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작년 8월 기준 반도체법에 따라 15개 주에서 23개 프로젝트를 통해 11만5000개의 제조 및 건설 일자리를 창출했다. AP통신은 바이든 행정부 초기 전 세계 첨단 칩 생산 부문에서 미국의 점유율은 0%였는데 30%까지 상승했다고 밝혔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대만의 TSMC 같은 해외 기업들이 미국에서 반도체를 생산하도록 유인하기 위해 보조금이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대신 기업들이 관세를 내기 싫다면 보조금을 받지 않아도 미국에 공장을 건설해야 한다고 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3일 "미국에서 반도체를 만들어야 한다"며 "대만은 미국의 반도체 산업을 빼앗아갔다. 우리는 그 사업을 되찾고 싶다"고 말했다.
차우두리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가 반도체에 관세를 부과하면 반도체를 탑재한 상품의 가격이 상승하고,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현재는 관세 비용을 흡수할 만큼 기업의 마진이 높지만, 결국 엔비디아 같은 거대 기업도 관세로 인한 고통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모두 이로 인해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경쟁적으로 시류에 편승해 '반도체법 같은 것을 도입하겠다'고 말하는 국가들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혜택을 받을 수 없다"고 밝혔다.
브렛 하우스 컬럼비아 경영대학원 교수는 관세는 기업과 가계의 비용을 전반적으로 높일 뿐 아니라 미국 AI 부문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고성능 칩 비용을 엄청나게 증가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우스 교수는 "AI와 기타 컴퓨터 기술 수입에 광범위한 관세를 부과하는 동시에 반도체법을 중단, 폐지 또는 위협한다면 산업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셈"이라고 경고했다. 관세가 미국 내 반도체 제조 역량을 감소시키고, 투자자들에게 정책 전망이 불확실하다는 신호를 보내 미국 내 산업에 대한 새로운 자본 배분을 위축시키고, 반도체 수입 비용을 증가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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