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프리랜서'로 노동법 적용 못 받아
"MBC 극한 경쟁 고용 구조 만들어"
최근 직장 내 괴롭힘 의혹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MBC 기상캐스터 오요안나 씨가 프리랜서라는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 직장인 18%는 '불법 프리랜서' 계약을 체결한 경험이 있다는 조사가 나왔다. 불법 프리랜서 계약은 노동법 적용을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된다.
2일 직장갑질119 온라인노조가 여론조사기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2일∼11일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 27.4%는 구직 과정에서 근로계약서가 아닌 프리랜서, 업무위탁, 위임, 용역, 도급 등 비근로계약서를 작성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들 중 '노동법을 적용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답변도 44.9%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요안나 씨와 같은 프리랜서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 노동법 보호를 받지 못해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해도 신고조차 할 수 없다. 그뿐만 아니라 최저임금, 4대 보험, 수당, 연차, 퇴직금, 해고, 출산휴가, 육아휴직 등도 적용받지 못한다.
비근로계약서 작성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 10명 중 6명은 사실상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근로자와 마찬가지로 사용자의 지휘 아래 일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프리랜서 등 비근로계약서 응답자(274명) 중 65.4%는 '사용자의 지휘명령을 받으며 일했다'고 답했다. 프리랜서는 근로계약상 근로자와 달리 자신에게 업무를 위임한 사용자의 지시·감독을 받지 않는다. 직장갑질119 온라인노조는 "직장인 전체로 환산하면 17.9%가 '불법 프리랜서' 계약을 체결한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무늬만 프리랜서'로 노동법의 사각지대에서 일한 것이다.
이처럼 '불법 프리랜서' 계약을 쓰고 일한 응답자(179명) 가운데, 46.9%는 비근로계약서 작성으로 노동법 적용을 받지 못해 발생한 불이익 피해에 대해 '배상받지 못했다'고 답했고, 43.0%는 '피해를 본 경험이 없다', 10.1%는 '피해를 배상받았다'고 했다. 직장인 83.3%는 '모든 취업자 근로계약서 작성·4대보험 의무화·사용자 입증책임 부과 법 개정'에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갑질119 온라인노조는 "고 오요안나 기상캐스터를 포함해 MBC 기상캐스터들이 속한 보도국 과학기상팀은 팀원 전원이 MBC와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프리랜서"라며 "MBC를 비롯해 방송사들은 기상캐스터끼리 극한 경쟁을 시켜 강자만 살아남는 프리랜서 고용구조를 만들었다"고 했다. "MBC는 직장 내 괴롭힘을 예방하지 않았고, 고인이 목숨을 끊은 지 5개월이 되도록 진상조사조차 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 "MBC는 근로계약 체결 여부와 무관하게 고 오요안나 기상캐스터의 억울한 죽음에 대해 사과하고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또 "MBC는 필수적 업무를 하고 있는 보도국 기상팀 아나운서와 노동자들을 프리랜서가 아닌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고 오요안나 캐스터는 2021년 5월부터 MBC 기상캐스터로 일하다 지난해 9월 숨졌다. 고용노동부는 문화방송에 직장 내 괴롭힘 의혹 관련 자체 조사 지도 공문도 발송한 상태다.
김은하 기자 galaxy65657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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