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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철강침체에도 사상 최대 성과급 달라는 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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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서운 한파가 철강업계에 불어닥쳤다. 경기 침체로 철강 수요가 줄고, 미·중 갈등 등 통상 환경에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돌파구는 보이지 않는다. 값싼 수입산 제품이 국내 시장을 침공하면서 안마당까지 내준 형국이다. 뜨거운 열을 내뿜으며 바쁘게 돌아가야 할 공장들은 줄줄이 문을 닫고 있다. 절체절명의 순간 철강 근로자들이, 때아닌 장외투쟁에 나섰다.


현대제철 노동조합은 지난 10일부터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자택 인근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난해 회사와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이 잘 풀리지 않자 경기도 판교 본사에서 상경 투쟁을 벌이다 이젠 그룹 총수를 향해 압박에 나선 것이다.

무엇을 위해서일까. 노조는 기본급 15만9800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과 ‘사상 최대 규모’의 성과급을 달라고 회사에 요구하고 있다. 또 차량 구매 대출 시 2년간 1000만원 무이자 대출, 정년 퇴직자를 대상으로 3년마다 20%의 차량 할인 지원을 제안했다. 이 같은 요구가 객관적으로 볼 때 합리적인지, 회사가 수용 가능한 수준인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현대제철의 실적을 살펴보자. 현대제철 영업이익은 지난해 3분기까지 2053억원에 그쳤다. 연말 기준으로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3000억원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직전 연도인 2023년 영업이익 7983억원 대비 무려 60%나 급감한 것이다. 회사 측은 노조 요구대로 임금과 성과급을 지급하면 지난해 영업이익을 모두 쓰고도 부족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회사의 현실을 외면하고 노조가 성과급을 달라는 주장의 논리는 어디에서 기인한 걸까.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모(母)그룹인 현대차그룹을 겨냥했다는 걸 세 살배기도 알 법하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시장에서 최다 판매량을 기록하는 등 호황기를 누리고 있다.

잘 팔리는 자동차의 소재를 공급했으니 그 과실을 나눠야 한다는 논리인 셈이다. 이를 비유하자면 마치 국내 제지업계는 문학상을 받은 작가와 출판사에 인세를 나누자고 하자는 것과 유사해 보인다.


더군다나 노조는 사업장에서 정당한 쟁의 행위를 통해 요구사항을 표현할 수 있는데도 장외시위를 택했다. 일반 주택가에서 시위가 벌어지면서 임단협과는 상관없는 주민들의 통행 불편 등 피해를 야기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가동률이 10%대로 떨어진 포항공장을 폐쇄하려고 했었다. 건설자재로 쓰이는 봉형강을 주로 만드는 포항공장은 건설경기 둔화에 직격탄을 맞았다. 하지만 노조의 반발로 일부 설비를 재가동하고 2조 2교대 근무 축소 방식으로 전면 가동 중단을 유예했다.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지켰지만 회사는 운영 효율이 떨어져 장기적으로 수익성을 악화시킬 요인으로 남게 됐다.


서강현 현대제철 대표는 전날 열린 철강업계 신년 인사회에서 미국에 제철소를 짓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공장이 떠나면 근로자도 터전을 잃게 된다. 회사도 살리고 근로자도 정당한 보상을 받는 합리적 논의가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기자수첩] 철강침체에도 사상 최대 성과급 달라는 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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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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