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지 않는 열정과 꾸준함 배우고 싶어”
평균 260야드 장타, 쇼트게임 보완 시 돌풍
고진영 관리 세마스포츠마케팅과 계약 준비 착착
댈러스 집, 후원사, 스윙코치도 조만간 확정
을사년이 밝았다. 2025년은 ‘푸른 뱀의 해’다. ‘청사(靑蛇)의 해’라고도 부른다. 육십간지의 42번째로 청색의 ‘을(乙)’과 뱀을 의미하는 ‘사(巳)’를 상징한다. 뱀은 지혜, 변화, 도약을 뜻한다. 허물을 벗는 특징 때문에 새로운 출발을 의미한다. 올해도 한 곳에 안주하지 않고 더 높은 곳을 바라보는 골퍼가 있다. 국내를 벗어나 미국과 일본, 아시아로 떠나는 선수들이 있다. 을사년에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 위한 선수들의 각오를 들어봤다.
“가장 존경하는 골프 선수는 신지애 프로님입니다.” 작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를 평정한 윤이나의 말이다. 2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신지애 프로님은 골프를 정말 사랑하는 것 같다. 그 마음과 식지 않는 열정, 꾸준함을 닮고 싶다”고 활짝 웃었다. 신지애는 전 세계 투어에서 65승을 수확한 레전드다. 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 도전하는 윤이나는 “신인왕을 찍고, 세계랭킹 1위까지 오르고 싶다. 기회가 된다면 올림픽 금메달도 따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윤이나는 KLPGA투어에서 우여곡절을 겪었다. 2002년 6월 한국여자오픈에서 오구 플레이를 알고도 경기를 진행한 사실이 드러나 징계를 받았다. 3년 출전 정지를 받았지만 징계 기간이 1년 6개월로 감면돼 지난해 4월 국내 개막전인 두산건설 위브 챔피언십에서 복귀전을 치렀다.
지난해는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펄펄 날았다. 작년 8월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에서 2년 1개월 만에 통산 2승째를 수확했다. 지난해 25개 대회에서 출전해 14차례 ‘톱 10’에 오르며 대상(535점), 상금(12억1142만원), 평균타수(70.05타), ‘톱 10’ 피니시율(56%)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그는 “많은 분이 도움을 주셨다.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갖고 대회에 나서겠다”고 자세를 낮췄다.
윤이나의 강점은 170cm의 큰 키에서 뿜어나오는 호쾌한 장타다. 작년 평균 257.95야드(2위)를 보내 손쉽게 버디를 낚았다. 데뷔 해인 2022년엔 장타 1위(264.25야드)에 올랐다. 작년 12월 초에 끝난 LPGA투어 퀄리파잉(Q) 시리즈 파이널에서도 엄청난 비거리를 자랑했다. 수석 합격은 놓쳤지만 8위에 입상해 정규투어 시드를 당당히 확보했다.
LPGA투어 대회는 전장이 점점 길어지는 추세다. 장타자인 윤이나가 성공할 수 있는 유리한 조건이다. 그는 비시즌 동안 쇼트게임 훈련에 집중할 생각이다. “Q 시리즈를 치르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이 쇼트게임의 중요성이다. 한국과 다른 잔디에서 핀에 가까이 붙이기 위해선 다양한 기술이 필요하다. 저는 아직 이 점은 부족한 것 같다. 그런 부분을 발전시키면 미국에서도 잘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
윤이나는 미국 진출 첫해부터 자신의 진가를 보여주겠다는 마음이다. 새 무대에 적응하기 위해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다. 우선 세마스포츠마케팅과 매니지먼트 계약을 했다. 그는 “세마스포츠마케팅과 함께하게 돼 매우 든든하다. 골프를 다시 시작하는 마음가짐으로 앞으로도 계속 발전하는 선수가 되고자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마스포츠마케팅은 과거 최나연, 신지애 등의 매니지먼트를 맡았고, 현재도 LPGA투어 멤버인 고진영, 박성현, 유해란 등 스타선수들을 관리하고 있다.
윤이나는 사랑을 받은 만큼 국내 골프계에 돌려주겠다는 따듯한 마음을 품었다. 대한골프협회(KGA)와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에 1억원씩을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다. “골프 발전을 위해 애쓰는 선수가 되겠다고 말씀드려왔는데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주니어 선수를 돕는 거라고 생각했다”면서 “어려운 환경에서 꿈을 키우는 주니어 선수들에게 희망의 씨앗이 되기를 바란다”고 쑥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윤이나는 오는 19일 미국으로 출국한다. 미국으로 떠나기 전까진 휴식과 체력훈련, 재활운동에 전념한다. 미국에서도 경기 시작 3시간 30분 전에 일어나는 루틴은 지킬 생각이다. 집은 텍사스주 댈러스에 얻을 계획이다. 미국의 중앙이라 이동이 편하고, 도움을 줄 사람에 많아 선택했다. 빠른 시간 안에 현지 쇼트게임 코치와 캐디 등도 고용할 참이다. 조만간 투어 생활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후원사를 발표한다.
꿈이 원대하다. 우승이 전부가 아니다. 여자 골프계의 최고가 되겠다는 다짐이다. 2월 초 파운더스컵을 LPGA투어 공식 데뷔전으로 삼고 있다. “꿈의 무대이자 골프 선수로서 가장 큰 무대인 LPGA투어에 진출해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우선 신인왕을 목표로 힘차게 나아가겠다. 새로운 무대에 잘 적응하겠다. 장기적으로는 세계랭킹 1위에 꼭 올라서 가능한 한 오래 유지하고 싶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도 욕심나는 일이다. 많은 응원을 부탁드린다.”
노우래 기자 golfm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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