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이후 급락한 두산에너빌리티 주가
주매청 6000억 ↑ '실익없다' 판단
가스터빈·SMR·로봇 등 투자 재원 확보 실패
두산그룹이 미래 먹거리를 위해 추진하던 두산밥캣의 분할합병안이 무산됐다.
10일 두산에너빌리티는 임시이사회를 열고 자사가 보유한 두산밥캣 지분을 두산로보틱스로 이관하는 분할 합병안을 의결할 임시 주주총회를 열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임시 주총은 오는 12일 열릴 예정이었다.
이로써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가 추진했던 두산밥캣 분할합병안은 좌초됐다. 두산그룹은 올해 7월 사업 시너지 극대화와 미래 경쟁력 제고를 위해 클린에너지, 스마트 머신, 반도체·첨단소재를 3대축으로 하는 사업 구조 개편을 발표했고, 이러한 개편의 하나로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밥캣, 두산로보틱스간 분할 합병을 추진했다. 이후 이번 개편이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밥캣 일반 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계속되자 두산그룹은 지난 8월말 이를 철회했고 합병 비율을 조정한 분할합병안을 지난 10월부터 재추진했다.
비상계엄이란 돌발 변수 탓에 주가가 급락한 두산에너빌리티는 예상보다 큰 비용 부담을 안게 되면서 합병 실익이 사라졌다. 두산그룹은 합병안을 발표하면서 주가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약속된 주가에 주식을 사주는 '주식매수청구권'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주식 매수 예정가액은 2만890원이었는데 10월 합병안 발표 이후 줄곧 주식 매수 예정가액을 웃돌던 주가는 지난 3일 계엄령 이후 급락하면서 이날 종가 기준 1만7180원을 기록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수책위)는 '10일 기준 주가가 주식 매수 예정가액보다 높은 경우'를 조건으로 찬성 표결을 행사하고 그 외에는 기권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수책위는 이 같은 결정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은 두산에너빌리티 4447만8941주(발행주식총수의 6.94%)를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국민연금 한곳만으로도 주식매수청구권 규모 한도(6000억원)를 훌쩍 넘어버리기 때문에 분할합병 실익이 없어진 것이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는 분할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규모가 6000억원이 넘을 경우 분할합병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6000억원은 두산에너빌리티가 분할합병 성공 시 가스터빈,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성장사업에 투자하겠다고 약속한 금액이다.
향후 합병 재추진도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합병 목적 중 하나가 신규 원전과 원전 수출에 따른 설비 투자를 위한 것이었는데 비상계엄 이후 정권 교체가 유력해지면서 원전 정책이 또다시 뒤집어질 가능성이 커진 탓이다. 업계 관계자는 "계엄·탄핵 정국으로 원전 정책의 연속성이 흔들리면서 두산그룹 합병이 갑작스럽게 무위로 돌아갔다"며 "원전뿐만 아니라 로봇 사업에서의 투자 재원도 다른 방안을 찾아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로봇 시장 선점을 위해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의 합병 시너지는 여전히 필요한 만큼 향후 합병 재추진 가능성도 거론된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번 합병의 목적은 로봇 사업에서의 밥캣과 로보틱스의 시너지를 위한 것이기도 했다"며 "이번 주가 하락이 단기적인 불확실성에 기인한 만큼 주가가 다시 제 궤도를 찾을 경우 재추진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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