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의 외래생물을 국내로 몰래 반입한 밀수조직이 세관 단속에서 꼬리를 잡혔다. 밀반입된 멸종위기 외래생물 중에는 세계적으로도 5000마리 밖에 없는 것으로 추정되는 ‘코모도왕도마뱀’이 포함됐다. 코모도왕도마뱀이 국내에 공식적으로 수입된 적은 전무하고, 밀반입이 적발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관세청 인천공항세관은 지난 5월~10월 ‘외래생물 밀수 특별단속’을 벌여 국제 멸종위기종(CITES 1급) 코모도왕도마뱀 등 외래생물 1865마리를 밀수한 일당 14명을 검거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들이 밀수한 외래생물은 시가 19억원 상당이다. 인천공항세관은 관세법 위반 혐의로 일당을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특별단속은 외래생물 밀수 전과자와 우범지역 여행자의 동태를 분석·관찰하는 것으로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인천공항세관은 5월 30일 태국에서 입국하는 밀수 운반책을 우선 검거하고, 압수수색과 포렌식 분석 그리고 계좌추적 등 추가 수사로 공범을 추적·검거했다.
수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밀수 후 보관 중이던 외래생물도 압수했다. 압수한 외래생물종은 도마뱀, 거북이, 전갈 등이 주류를 이뤘다. 이중에는 CITES 1급 목록에 있는 코모도왕도마뱀과 에메랄드 트리 보아뱀 등 수천만원~수억원을 호가하는 희귀 외래생물이 포함됐다.
특히 코모도왕도마뱀은 인도네시아 코모도섬에 서식하는 멸종위기종(대형 도마뱀)으로, 개체 수가 전 세계적으로 5000마리 이하인 것으로 추정된다. 공식적으로 국내에 수입된 이력이 없고, 밀반입해 적발된 사례로도 처음이라는 게 인천공항세관의 설명이다.
수사 결과 일당은 2022년 7월~올해 5월 태국,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외래생물을 밀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속옷과 컵라면 용기, 담뱃갑 등에 은닉해 세관의 단속망을 피하는 수법이다.
일당 중 주범인 A씨와 B씨는 세관검사를 피하기 위해 무료 해외여행을 미끼 삼아 지인을 포섭, 외래생물 밀수 운반책으로 이용하기도 했다. 또 이들 주범은 밀수한 멸종위기종을 정상적으로 거래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해 네이버 카페 등 온라인상에서 판매하거나 전문 파충류 가게에 판매했다.
이 과정에서 일당은 막대한 경제적 이득을 취했다. 예컨대 태국에서 30만원에 구매해 밀수한 버마 벌거북을 국내에선 400만원에 판매해 12배 차익을 챙기는 방식이다.
밀수 일당 중 C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아쿠아리움에 코모도왕도마뱀을 전시할 목적으로 밀수에 가담한 정황도 포착됐다. 이 과정에서 C씨는 코모도왕도마뱀을 정상 수입 개체로 위장하기 위해 지방유역환경청에 사전 수입허가를 신청했지만, 증빙서류가 위조된 사실이 들통나면서 신청이 반려된 것으로 확인된다.
인천공항세관 관계자는 “사건 초기부터 국립 생태원과 긴밀하게 협력해 압수한 외래생물 중 살아있는 개체를 보호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며 “국제적 멸종위기종 등 외래생물을 밀수하는 행위는 국내 생태계를 교란하고,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중대 범죄로 세관은 앞으로도 외래생물의 불법 반입을 국경단계에서 원천 차단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대전=정일웅 기자 jiw30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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