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메스 주식 600만주 행방 묘연
세계적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 주식 600만주의 행방이 묘연하다. 상속인은 자산관리인을 배후로 지목했으나 자산관리인은 상속인의 ‘자작극’이라며 반박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일(현지시간) 에르메스 창립자 티에리 에르메스의 직계 후손인 니콜라 푸에시(81)가 주장한 횡령 사건이 해결될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푸에시는 3대 글로벌 명품 브랜드로 꼽히는 에르메스의 창업자 5대손이자, 개인으로는 에르메스의 최대 주주로, 독신이며 슬하에 직계 자녀도 없다.
푸에시는 지난해 자신이 보유했던 에르메스 주식 600만 주가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사라진 주식 규모는 에르메스 지분의 6%로 시가는 12억 유로(약 18조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금액이다. 코로나19 이후 명품 수요가 급증하면서 에르메스의 주식 가치는 2020년 이후 4배나 상승했다. 푸에시는 1980년대부터 자신의 자산 관리인으로 일했던 에릭 프레몽을 의심했다. 자신의 계좌에 접근할 수 있는 프레몽이 주식을 빼돌렸다는 것이다.
프레몽은 말도 안 된다면서 전혀 다른 주장을 펼쳤다. 수년 전 푸에시의 저택에 고용된 모로코 국적의 정원사와 그의 여자친구가 배우자와 자식이 없는 푸에시를 심리적으로 지배한 뒤 허위 주장을 펴도록 조종하고 있다는 것이다. 푸에시가 금치산 상태에서 자작극을 펼치고 있다고 했다.
프레몽은 정원사와 그의 여자친구가 이미 푸에시로부터 스위스와 스페인, 포르투갈 등에 산재한 부동산 54개를 선물로 받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정원사는 푸에시의 양자로 입양될 절차까지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위스 현지 법률은 양자가 되면 재산 이전에 따른 양도세 등이 면제되는 것을 노린 것이라는 게 프레몽의 주장이다. 또 푸에시가 자신이 설립한 자선재단에 재산의 일부를 유산으로 남기겠다는 약속을 최근 철회한 것도 배후에 정원사가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일단 법원은 주식 횡령의 범인은 프레몽이 아니라고 봤다. 자산 관리인이 주식을 빼돌렸다는 푸에시 소송을 기각했다.
이 모든 것은 푸에시의 주식이 소유자를 등록할 필요가 없는 무기명이라는 것에서 시작됐다. 에르메스 가문 구성원들은 자신의 이름이 등록된 기명주식을 받았지만 푸에시의 지분만 무기명이었다. 그 때문에 현재 푸에시의 지분을 소유한 사람이 배당금을 받더라도 신분을 추적하기는 쉽지 않다.
김은하 기자 galaxy65657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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