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라인 존재해선 안 돼" 인적쇄신 요구
대통령실 전현직 비서관·행정관 등 7명 거론
대통령실 "김 여사 라인이 어디 있나" 반박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정치권을 중심으로 돌던 대통령실 내 김건희 여사의 측근을 지칭하는 이른바 '한남동 라인'을 수면 위로 띄웠다. 이들에 대한 인적 쇄신을 요구했다. 여권 내 파장이 일고 있다. 한 대표는 14일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김 여사는) 공적 지위가 있는 사람이 아닌데, 라인이 존재한다고 국민이 기정사실로 하는 것 자체가 국정 신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그런 라인은 존재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여당 대표가 대통령 고유 권한인 대통령실 인사에 대해 공개적으로 쇄신 필요성을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김 여사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 꾸준히 비선 논란에 오르내렸다. 정권 출범 후인 2022년 6월 김 여사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인 권양숙 여사를 예방할 당시에도 사인 동행 논란이 벌어졌다. 당시 동행했던 인사들은 김 여사가 운영하던 코바나콘텐츠 출신으로 윤 대통령이 취임하자 김 여사를 수행하기 위해 대통령실로 취업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 한 대표가 '한남동 라인'을 거론한 것은 차원이 다르다. 이들이 김 여사의 뜻을 반영해 국정을 움직인다는 것이다. 반면 대통령실은 한남동 라인에 대해 실체가 없는 주장이라며 반박하고 나섰다. 관련 논란을 문답식으로 정리했다.
'한남동 라인'은 누구를 말하나.
한남동은 윤 대통령 부부의 관저가 있는 동네로, 윤 대통령의 부인인 김 여사와 친분이 있는 측근들로 이뤄진 그룹이라는 취지다. 정치권에서는 L 모 비서관, C모 비서관, K 모 선임행정관을 비롯해 대통령실 전·현직 비서관·행정관 등 7명 등이 집중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특히 한남동 라인은 특정 비서실뿐 아니라 대통령실 곳곳에 퍼져 있어 국정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들 중 일부는 주로 문화·예술 콘텐츠 사업을 하던 김 여사와 오랜 인연이 있거나, 주변에서 직·간접적으로 추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윤 대통령의 2021년 정치 활동 선언을 전후해 일찌감치 윤 대통령의 대선캠프에 참여해 윤 대통령과 김 여사의 정치 관련 일정을 수행하며 가까이에서 보좌하고, 윤 대통령이 대통령 취임 이후 대통령실에서 근무한 인사들도 거론된다. 특히 이들 상당수는 윤 대통령의 캠프에 참여하기 전에는 정치 경력이 없거나 짧다는 특징이 있다.
'라인'이라고 할 정도로 실체가 있나?
그동안 몇몇 인사들이 정치권에서 거론된 적이 있다. '한남동 라인'을 직접 언급한 것은 한 대표가 처음이다. 친한동훈계(친한계)를 비롯한 일부 여권 의원들은 이들이 김 여사를 둘러싼 각종 논란이 일 때마다 방어 논리를 만들어 대응할 뿐만 아니라 인사 논의 사항을 언론에 흘리거나 공식적인 대통령실의 방침도 무시·무력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본격적으로 표면화된 건 4·10 총선 직후다. 4·10 총선 이후 파문이 일었던 박영선 국무총리, 양정철 비서실장 기용설이 '한남동 라인' 작품이라는 것이다. 당시 정치권에 논란이 일자 대통령실은 "검토된 바 없다"고 공식 부인했다. 그러나, 일부 비서관들은 기자들에게 "검토한 적은 있다"고 긍정 반응을 보이면서 혼선을 빚었다.
신지호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한남동 라인은 비서관, 행정관 등 다 직책이 있다. 주로 정무나 공보 라인에 있는 분들이 아니다. 부적절한 정치 행위를, 직무 범위를 벗어나서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정한 조직으로서 '라인'이 아니라 김 여사의 측근들을 통칭하는 '라인'이다. 즉, '한남동 라인'은 정치 용어다.
한동훈은 왜 '한남동 라인'을 언급했나.
대통령실과 여당의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는 상황에서 한 대표가 윤 대통령·김 여사와 선을 긋는 모양새를 취해 중도층의 민심 확보를 노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눈앞에 다가온 재·보궐선거 승리 가능성을 높이는 동시에 정치적 활로를 꾀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로 김기현 대표 체제가 흔들린 만큼 한 대표에게 이번 선거는 중요한 분수령이다. 패배한다면 한 대표의 리더십도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국민적 인내심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판단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의 정치 참여 이후 현재까지 불거진 학력 위조·논문표절 논란, 코바나콘텐츠 주가조작 의혹, 서울양평고속도로 변경 관련 의혹, 명품백 수수 논란에 이어 김대남 전 시민소통비서관 직무대리(선임행정관)·명태균 관련 공천개입 의혹, 비선 동원 의혹까지 불거지며 김 여사에 대한 비호감도는 지속해서 높아졌다. 윤 대통령이 김 여사 문제로 정치력을 소모해왔고, 김 여사 논란으로 계속 여권이 휘둘린다면 윤 대통령과 당 지지율이 동반 하락해 정권을 방어하기 쉽지 않다는 게 한 대표와 친한계의 생각이다.
대통령실 입장은 무엇인가.
대통령실은 14일 "대통령실에는 대통령 라인만 있고, 한남동 라인이나 비선으로 운영하는 조직은 없다"고 해명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인적 쇄신 제기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의에 "뭐가 잘못된 것이 있어서 인적 쇄신인가. 여사 라인이 어딨는가"라고 반문했다. 또한 이 고위 관계자는 "공적 업무 외에 비선으로 운영하는 그런 조직 같은 건 없다"며 "김대남 전 행정관과 같은, 이런저런 사람이 얘기하는 유언비어 같은 얘기에 언론이 휘둘리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우선 재·보궐선거 결과 그리고 그 이후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독대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자리에서 김 여사 문제를 비롯한 각종 정국 현안을 놓고 어떤 입장을 보이느냐에 따라 두 사람의 길이 크게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극적 타협을 하지 않을 경우 여권 내홍은 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경우 여권의 운명은 예측할 수 없는 격랑에 빠져들 수 있다.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최영찬 기자 elach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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