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2023년 건설업 임금체불 증가
전체 임금체불 증가세 앞지르며 급증
건설 경기 한파에 피해자 수도 늘어나
지난해 9만명대…2019년 수준 회귀
"내년까지 건설 경기 마이너스 전망"
임금체불 우려 줄일 정부 대응 필요
건설업종에서 지난 5년간 1조6000억원에 이르는 임금 체불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부터 체불액 증가세가 두드러진 가운데 건설 경기 악화로 지난해에는 증가율이 49%까지 치솟았다. 내년까지는 건설시장 한파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임금 체불과 관련해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책이 요구된다.
10일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연간·업종별 임금체불 현황' 자료를 보면, 건설업계 임금 체불 규모는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1조5850억원에 달했다. 지난 5년간 임금체불을 경험한 피해자 수는 40만2584명에 이르렀다.
건설업 임금 체불 규모는 2019년(3168억원)과 2020년(2779억원), 2021년(2615억원)까지 해마다 감소했다. 하지만 건설 경기가 안 좋아진 2022년(2925억원)부터는 증가세로 전환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건설 경기 부진이 두드러지면서 임금 체불 규모 역시 급증해 4363억원에 달했다.
이 같은 증가세는 연간 전체 임금 체불액이 늘어나는 속도보다 빨랐다. 2022년의 경우 전체 임금 체불액(1조3472억원)이 전년 대비 0.24% 줄어든 반면 건설업 임금 체불액은 11.85%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전체 임금 체불액(1조7845억원)이 32.46% 늘어난 사이 건설업 체불액은 49.16% 급증하며 16%포인트 넘는 차이를 보였다.
건설업 임금 체불액이 늘어남에 따라 관련 피해자 수도 증가했다. 2019년(9만1232명)과 2020년(7만5336명), 2021년(6만8843명)까지 줄어드는 듯했지만 2022년(7만3646명)과 지난해(9만3527명)에 늘어나면서 다시 9만명대 수준으로 피해자 수가 불어났다. 이는 지난해 임금 체불액이 가장 많았던 업종인 제조업 피해자 수(5만7389명)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건설업 임금 체불의 심각성은 건설근로자공제회가 지난달 발표한 '2024년 건설근로자 종합생활 실태조사'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최근 1년 이내 임금 지급이 늦어진 경험이 있느냐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1319명)의 29.5%가 '있다'고 답했다. 2022년 같은 조사에서 응답률이 24.5%였던 것에서 5.0%포인트 상승했다. 임금 체불 불안이 있다는 응답 역시 22.5%로 2022년(16.9%) 대비 5.6%포인트 올랐다.
문제는 임금 체불이 단기간에 개선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통계청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건설기성(공사 실적을 금액으로 환산한 수치)은 전년 동월 대비 줄고 있다. 지난 5월(-3.2%)에 이어 6월(-6.0%), 7월(-5.2%), 8월(-9.0%)로 접어들며 낙폭을 키운 상태다. 상반기 전체 취업자 중 건설업 취업자 수가 가장 많이 줄었다는 통계청 조사도 최근 나왔다.
전문가들은 내년까지 건설 경기 한파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박선구 대한건설정책연구원 경제금융연구실장은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건설 경기가 가장 안 좋을 것"이라며 "내년까지는 다들 마이너스로 전망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는 업계 임금 체불 우려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로, 정부가 더 적극적인 대응책을 내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건설업 불황에 따른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 8월 건설업 일자리 지원 방안을 내놓은 상태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건설업을 포함해 주요 업종의 임금 체불을 개선하기 위해 현장 중심의 근로감독을 강화했다. 이달 국회에서는 상습 임금 체불 사업주에 신용 제재 등을 강화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한편 올해 전체 임금 체불액은 2조원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누적 기준으로 올해 임금 체불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9752억원)보다 25.73% 증가한 1조226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였던 지난해 전체 임금 체불액의 68.71% 수준에 달한다. 올해 피해자 수도 같은 기준으로 지난해(15만5536명) 대비 12.72% 증가한 17만5317명을 기록하며 증가세를 보였다.
세종=김평화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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