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담화문서 2000명 증원 필요성 역설
의협 "기대한만큼 실망 커"
'강대강 대치' 속 총선 후에도 사태 해결 안갯속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하는 의료계 집단행동이 한 달 반 가까이 이어지고 있지만, 정부도 '의대 정원 2000명 증원'과 관련해 뜻을 굽히지 않고 있어 의·정 갈등은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선 오는 10일 총선 전후로 출구를 찾게 될 것으로 기대도 했지만, 강대강 대치 속에서 사태 해결은 더욱 묘연해졌다.
의대 2천명 증원 방침을 둘러싼 의정 갈등이 장기화되고 있는 1일 서울 중구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의료 개혁과 관련한 대국민 담화를 보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민께 드리는 말씀' 대국민 담화를 통해 "2000명이라는 숫자는 정부가 꼼꼼하게 계산해 산출한 최소한의 증원 규모이고, 이를 결정하기까지 의사단체를 비롯한 의료계와 충분한 논의를 거쳤다"면서 의료계가 주장하는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취소와 원점 재검토 가능성을 일축했다.
또한 "역대 정부들이 9번 싸워 9번 모두 졌고, 의사들의 직역 카르텔은 갈수록 더욱 공고해졌다"며 "이제는 결코 그러한 실패를 반복할 수 없다"고도 했다. 2000명 증원 규모를 놓고 의료계와 타협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치적 득실을 따져서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다만, 윤 대통령은 의료계에 "통일된 안을 정부에 제안하면 타당하고 합리적인 방안이면 논의할 수 있다"면서 대화를 열어놨다.
그러나 의료계는 이날 대통령 담화문에 대해 "실망했다"는 혹평을 냈다. 무엇보다 의료계는 '증원 철회'를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우고 있기 때문에 '2000명 증원' 의지를 재차 강조한 이 날 담화문 발표 이후 대화 물꼬가 어떤 방식으로 트일지는 불투명하다. 의료계는 이날 대통령 담화문에 대한 정식 논평조차 내지 않았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많은 기대를 했던 만큼 더 많은 실망을 하게 된 담화문이었다"고 혹평했다.
김성근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1일 정례 브리핑에서 대통령 담화에 대해 "이전의 정부 발표와 다른 점을 살펴볼 수 없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모든 국민들과 12만 의사들은 현재의 의정 대치 상황이 해결될 수 있는 실마리가 제시될 것으로 생각하고 많은 기대를 가지고 발표를 지켜봤지만, 담화문 내용에서 이전의 정부 발표와 다른 점을 찾아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의대 정원 증원에 대해 의료계와 많은 논의를 했다고 했으나 그 내용을 살펴보면 의료계의 의견은 전혀 들어주지 않았던 시간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한민국 의료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지표로 보아도 대부분에서 최상의 지표를 보인다"면서 "조금의 관심과 투자, 그리고 환자들과 의사들에 대한 법적인 안전장치와 지원책이 준비된다면 지금부터라도 문제로 지적된 부분이 많이 해결될 수 있다고 말씀드려 왔는데 아직도 해법이 아니라고 말씀드린 의대 정원 증원 2000명 부분만 반복적으로 언급되고 있어서 답답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담화문에 담긴 여러 내용은 기존에 비대위의 발표 등에서 여러 자료를 들어 반박했던 내용을 그대로 다시 나열하고 있다"면서 "이에 추가로 반박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현명한 국민들께서 올바른 의견을 모아주셔서 우리 정부가 올바른 길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를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그동안 의협은 수차례 입장을 밝혀왔기 때문에 굳이 (담화문 내용에 대해) 또다시 입장을 밝힐 이유가 없다"며 "또한 논평할 내용이 있어야 각 직역의 의견을 모아서 논평하는데 그럴 수 없었다"고 했다.
그는 ‘정부나 여당, 야당과 물밑 접촉이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물밑접촉은 해결을 바라고 하는 내용일 텐데, 그런 정도의 내용은 현재로서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도 이날 오후 브리핑을 열었지만 윤 대통령의 의대 증원 담화문에 대해서는 별도 논평을 하지 않았다. 전의교협은 이날 오후 7시 온라인으로 긴급 총회를 갖고 윤 대통령의 담화문에 대해 논의할 방침이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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