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해 1조3000억원을 챙긴 일명 '필리핀 도박왕' 김모씨(44)가 구속됐다. 김씨는 6년여간 필리핀 도피 생활을 이어오다 최근 국내로 압송됐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1일 도박장 개설 및 범죄단체조직죄 등 혐의로 김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고 "도망할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해 1조3000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도박조직의 총책 김모씨(44)가 지난달 3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강제송환되고 있는 모습.[사진제공=경찰청]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해 1조3000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도박조직의 총책 김모씨(44)가 지난달 3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강제송환되고 있는 모습.[사진제공=경찰청]

AD
원본보기 아이콘

국내에서 온라인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다가 경찰 수사로 4건의 수배를 받자 2017년 2월 필리핀으로 도주한 김씨는 마닐라에 자리를 잡고 다시 온라인 도박 사이트를 개설, 호텔 카지노에서 진행되는 바카라 등의 도박을 실시간 중계하고 한국과 해외 스포츠 경기에 돈을 거는 ‘사설 토토’를 운영하며 1조3000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김씨는 마닐라에 총 8군데 사무실을 차리고, 200명 가까운 조직원을 부리며 ‘스포츠토토팀’, ‘바카라팀’, ‘사이트관리팀’ 및 ‘지원팀’ 등 4개의 팀의 도박조직을 운영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필리핀에 있던 조직원 20명 중 16명을 붙잡아 송환했고 국내 조직원 177명 중 166명을 검거했다.


김씨는 필리핀 도피 생활 동안 호화로운 생활을 영위하다 2021년 9월 현지에서 체포됐다. 경찰과 국가정보원, 필리핀 수사기관이 합세해 체포한 김씨를 국내로 송환하기까지는 체포 이후에도 2년의 세월이 더 걸렸다. 필리핀 형사사법체계를 잘 아는 그는 현지에서 형사사건에 엮이면 재판 종결 전까지는 한국으로 추방되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했다. 제3자를 시켜 자신을 사기와 특수협박 혐의로 2차례나 고소하게 한 것이다. 이 때문에 국내 송환이 계속 미뤄지자, 경찰청은 주필리핀한국대사관을 통해 필리핀 법무부에 조기 송환 협조를 요청했다. 경찰은 지난 7월부터 필리핀 법무부와 매주 실무회의를 열었고, 양국 간 공조로 지난달 18일 김씨에 대한 필리핀 법무부의 추방 결정을 끌어냈다.

AD

그는 막판까지 국내 송환을 늦추려고 발버둥 쳤다. 추방 결정이 난 뒤에도 다시 제3자로 하여금 자신을 위조수표 사용 등 조세법 위반 혐의로 고소하게 한 것이다. 필리핀 법무부가 추방 결정을 번복하자 이 같은 사실을 보고받은 이상화 필리핀 주재 한국대사는 송환 협조를 재차 강력하게 요청했다. 결국 필리핀 법무부가 이 대사의 요청을 받아들이며 그의 시도는 불발됐다. 그리고 30일 오전 5시 김씨를 태운 마닐라발 여객기가 인천국제공항에 착륙하면서 길었던 도피 생활은 끝이 났다.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