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제한법상 최고이자율을 초과해 이자를 받으면 형사처벌하는 것은 계약의 자유 침해로 볼 수 없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사인간의 거래관계에 형벌이라는 수단을 동원해 최고이자율 준수를 강제하는 것은 일반적 행동자유권에서 파생된 계약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지만, 이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이 훨씬 중대하기 때문에 과잉금지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결정이다.

헌법재판소 대심판정./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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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경제생활의 안정과 경제정의의 실현을 목적으로 1962년 제정된 이자제한법은 1998년 '이자제한법폐지법률'에 의해 폐지됐다가 2007년 다시 부활됐다.


이번에 헌법소원이 제기된 이자제한법 제8조 1항은 같은 법 제2조 1항에서 정한 최고이자율을 초과해 이자를 받은 사람을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는 조항이다.

현행 이자제한법 제2조 1항은 금전대차에 관한 계약상 최고이자율을 연 25%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고, 대통령령은 최고이자율 한도를 연 20%로 정하고 있다.


개정 전 이자제한법은 연 30% 내에서 대통령령으로 최고이자율을 정하도록 했었고, 대통령령은 연 24%를 최고이자율 한도로 정하고 있었지만 2014년 7월부터 시행된 현행 이자제한법은 최고이자율을 낮췄다.


앞서 헌재는 2001년 최고이자율 상한을 연 2할(20%)에서 연 4할(40%)로 높여 규제를 완화한 이자제한법 개정법률과 이자제한법폐지법률(1998년 시행)에 대해 합헌 결정을 한 적이 있다. 2007년 이자의 상한을 제한하는 이자제한법 조항들과 대통령령에 대한 헌법소원이 청구됐지만 헌법소원 청구인이 해당 조항들로 인해 직접 기본권을 제한당한 경우가 아니어서 자기관련성이 없다는 이유로 각하됐다. 헌재가 이자제한법상 처벌 조항의 위헌성을 판단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이자제한법상 최고이자율을 초과한 이자를 받은 혐의로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고모씨가 '이자제한법 제8조 1항이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낸 헌법소원심판 청구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고씨는 2018년 12월 31일 이모씨에게 1억8000만원을 빌려주면서 선이자 3000만원을 돌려받고, 2019년 3월 말까지 갚지 못하면 매월 900만원의 이자를 받기로 약정했다.


고씨는 약속한 날짜까지 돈을 갚지 못한 이씨로부터 2019년 4월 2일부터 2019년 11월 6일 사이에 약 8차례에 걸쳐 합계 6300만원의 이자를 받아 당시의 최고이자율 연 24%를 초과해 이자를 받은 혐의로 기소돼 2020년 11월 12일 광주지방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선고받았다.


고씨는 항소심에서 이자제한법 제8조 1항에 대해 법원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지만, 재판부는 2022년 1월 11일 고씨의 항소를 기각하면서 동시에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도 기각했다. 이에 고씨는 헌재에 직접 헌법소원을 냈다.


헌법소원을 청구하며 고씨는 "이자제한법 제8조 3항에서 ‘최고이자율을 초과하는 부분은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서 충분히 채무자가 보호될 수 있음에도, 형사처벌까지 하는 것은 과잉금지의 원칙에 반해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고씨는 "최고이자율을 초과해서 단 1회라도 이자를 받는 경우 채무자에게 피해가 발생했는지 여부를 묻지 않고 일률적으로 처벌하고 있는 것은 수단의 적합성과 침해의 최소성을 갖추지 못한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이자제한법상 처벌 조항인 제8조 1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먼저 헌재는 최고이자율을 초과한 이자를 받은 자를 징역형이나 벌금형으로 처벌하는 조항으로 인해 제한되는 기본권은 일반적 행동자유권으로부터 파생되는 계약의 자유라고 봤다.


재판부는 "청구인은 심판대상조항에 의해 신체의 자유가 침해된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이는 심판대상조항이 이자율 상한을 위반한 경우에 대한 처벌규정을 둬 계약의 자유가 침해된다는 주장과 다르지 않으므로 별도로 판단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리고 헌재는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합성 ▲침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 등 기본권 침해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인 과잉금지의 원칙의 요소들을 하나하나 따져봤다.


헌재는 "심판대상조항은 이자의 적정한 최고한도를 정함으로써 국민경제생활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이에 대한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며, 이자율 상한을 위반한 경우에 대한 처벌규정을 둠으로써 금전대차에 관한 계약상의 최고이자율 제한을 준수하도록 하고 있는 것 역시 입법목적의 달성에 기여하는 적합한 수단이다"라고 밝혔다.


또 헌재는 최소 침해의 원칙과 관련 ▲이자제한법이 최고이자율을 초과하는 부분을 무효로 하고 있지만, 약정이자 전체가 무효로 되는 것은 아니어서 형사처벌처럼 이자율 상한 위반을 억제하는 효과가 높다고 볼 수 없고 ▲고금리 사채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어려운 상황에서 초과 지급한 이자의 민사상 효력만 제한할 경우 민사소송을 통한 집행절차로 초과 이자를 돌려받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있고 ▲처벌 조항이 법정형의 종류로 징역형과 벌금형을 규정하고 있고, 하한은 없이 상한만을 정하고 있어 법원의 선고유예나 집행유예 선고까지 가능하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며 "이자제한법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최고이자율 상한을 위반하는 행위를 형사처벌하는 것은 입법자의 입법재량의 범위 내의 일이라고 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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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헌재는 "심판대상조항이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은 이자의 적정한 최고한도를 정함으로써 국민경제생활의 안정과 경제정의의 실현에 이바지하기 위한 것으로, 이를 위반하는 경우 처벌을 받음으로써 입는 불이익보다 훨씬 중대하므로, 심판대상조항은 법익의 균형성에도 반하지 않는다"라며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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