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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속 인물]뉴욕 명품 매장에 등장한 쿠사마 야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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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박·가정폭력·트라우마를 예술로 승화
'점'으로만 그리는 일명 '땡땡이 작풍' 창조
생존 여성 작가 중 작품값 가장 비싼 작가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프랑스 명품 브랜드 루이뷔통이 최근 일본의 유명 화가 쿠사마 야요이(93)와 협업을 통해 핸드백, 의류, 액세서리 등 그녀의 작품을 차용한 제품이 포함된 새 컬렉션을 공개했다. 이번 협업은 2012년 이후 11년 만으로, 컬렉션 주제는 '무한함의 창조'다.


루이뷔통은 홍보 수단 중 하나로 쿠사마와 흡사한 로봇을 만들어, 뉴욕 5번가에 위치한 매장에 설치했다. 쿠사마 로봇은 사람처럼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보인다. 매장 쇼윈도 안쪽에서 그림을 그리며 고객도 맞이한다. 자신을 보러 온 사람을 보고, 눈을 깜빡이거나 미소를 짓기도 한다.

쿠사마의 작품 세계는 그녀의 고통스러웠던 인생을 그대로 담고 있다. 1929년 일본 나가노 마쓰모토시에서 태어난 쿠사마는 어린 시절부터 강박증을 앓았다. 1947년 교토시립예술학교에 진학했고 1952년 첫 개인전을 열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그녀는 일본 전후 예술가 중 최초로 뉴욕에 진출한 예술가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여기에는 그녀의 아픈 이야기가 숨어있다. 쿠사마는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가정폭력을 겪으며 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29살이 되던 해인 1958년 부모를 피해 미국으로 도망치듯 떠났다. 뉴욕에 자리를 잡은 쿠사마는 자신의 몸을 캔버스 삼아 점과 그물을 끊임없이 그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게 유기적으로 연결된 '망'(net)과 '점'(dot) 등으로만 이루어진 작품이 등장하자 미술계는 큰 관심을 보였다. 여기에 자신을 괴롭히는 강박과 트라우마에서 작품이 비롯했다는 스토리가 더해지면서, 예술을 통해 아픔을 승화시킨 예술가로 평가받으며 점차 유명해졌다.

미국 뉴욕 5번가에 위치한 루이 비통 매장에 설치된 일본 유명 화가 쿠사마 야요이 로봇. 사진제공=루이비통

미국 뉴욕 5번가에 위치한 루이 비통 매장에 설치된 일본 유명 화가 쿠사마 야요이 로봇. 사진제공=루이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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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1973년 일본으로 돌아온 쿠사마는 더욱 활발하게 작품 활동에 몰입한다. 그런 뒤 1993년 베니스 비엔날레 일본관에 검정 물방울무늬의 노란 호박 설치미술로 전 세계 미술계에 이른바 '쿠사마 야요이'라는 장르를 만들어냈다. 강박증으로 인해, 둥근 패턴을 반복하는 소위 '땡땡이 작풍'은 쿠사마의 시그니처로 자리 잡았다. 대표작은 ▲호박 ▲무한한 거울 방 ▲점에 대한 강박 등이 있다.


쿠사마는 전 세계 모든 대륙에서 작품이 판매된 유일한 작가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2016년에는 타임지가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오르기도 했다. 2003년 프랑스 예술 문화 훈장을 받았으며, 시드니 비엔날레, 타이페이 비엔날레 등 대형 국제전시를 비롯해 총 100여 회의 단체전 및 100여 회의 개인전을 열었다.


특히 생존 여성 작가 중 작품값이 가장 비싼 작가로도 꼽힌다.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와 아트프라이스가 발표한 '2022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 연말 결산' 자료에 따르면 쿠사마의 작품은 한 해 동안 약 276억7436만 원어치가 팔렸다. 낙찰률은 73%다. 개별 작품 최고 낙찰가 1위도 서울옥션에 출품된 '호박' 그림(64억2천만원)이었다.


일본 나오시마 섬에 설치된 그의 '노란 호박'은 바닷가 앞에 거대하게 설치되어 그녀의 팬은 물론 미술계 인사들도 자주 찾는 일종의 성지로 통한다. 쿠사마는 조현병 등으로 1977년 스스로 정신병원에 입원해, 현재까지 병원과 작업실을 오가며 생활하고 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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