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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상가건물로 피해자 따라가 추행해도 '주거침입 강제추행'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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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등 공동주택 건물과 상가건물 달리 봐야
지난 3월 주거침입죄에 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판영

서울 서초동 대법원.

서울 서초동 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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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된 상가건물로 피해자를 따라 들어가 성추행한 경우 특별법에서 가중처벌되는 주거침입 강제추행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비록 범죄의 목적을 갖고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되는 건조물 등에 들어갔더라도 특별히 주거의 사실상 평온을 해치는 행위태양이 발견되지 않는다면, 단지 거주자의 주관적 의사에 반한다는 이유로 주거침입죄 성립을 인정할 수는 없다는 지난 3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를 따른 판결이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성폭력처벌법 위반(주거침입 강제추행, 카메라 등 이용 촬영·반포 등) 및 공연음란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3년 8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9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해자 C양에 대한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성폭력처벌법 위반(주거침입 강제추행)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며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이 부분 상고이유는 이유 있다"고 파기환송의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4월 경기 고양시 덕양구 한 PC방에서 B양(당시 17세)의 다리 부위를 몰래 촬영하고 음란행위를 했다. 1시간 뒤에는 귀가하는 B양을 쫓아가 아파트 1층 계단에서 교복 치마에 손을 넣어 신체 부위를 만지는 등 강제추행했다.

A씨는 같은 날 밤 인근 상가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C양(16세)을, 다른 아파트 1층에선 D양(17세)을 비슷한 방식으로 추행했다.


1심과 2심은 A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3년 8개월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상가 건물 1층에서 발생한 C양에 대한 강제추행을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으로 처벌되는 성폭력처벌법상 주거침입 강제추행죄로 의율한 2심 판단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A씨는 1심 유죄 판결에 항소하면서 '아파트 1층 계단'이나 '아파트 1층 엘리베이터 앞 공간', '상가 1층 엘리베이터 앞 공간' 등은 모두 '공개된 장소'이기 때문에 주거침입죄가 성립될 수 없다고 주장했는데, 대법원은 이 중에서 상가 건물 1층에 대한 A씨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주거침입죄와 강제추행죄의 결합범 형태인 성폭력처벌법상 주거침입 강제추행죄는 두 죄가 모두 성립해야 하는데, 주거침입죄가 성립되지 않아 단순 강제추행죄로 봐야 한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 C양을 뒤따라 이 사건 상가에 출입했다고 하더라고 위 상가의 용도와 성질, 출입문 상태 및 피해자와 피고인의 출입 당시 모습 등의 사정을 종합하면 범죄 등을 목적으로 한 출입으로서 침입에 해당한다는 점에 대한 증명이 불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과거 '초원복집 시건' 판례를 변경했다.


당시 재판부는 "주거침입죄에서의 침입이란 주거의 사실상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주거에 들어가는 것을 의미하고, 침입에 해당하는지는 출입 당시 객관적·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태양을 기준으로 판단함이 원칙"이라며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주거에 들어가는 것이라면 대체로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겠지만, 단순히 주거에 들어가는 행위 자체가 거주자의 의사에 반한다는 주관적 사정만으로는 바로 침입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지는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인지를 평가할 때 고려할 요소 중 하나이지만 주된 평가 요소가 될 수는 없다"며 "따라서 침입행위에 해당하는지는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지가 아니라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인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처럼 일반인의 자유로운 출입이 허용되는 상가 건물과 달리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대해서는 다른 기준을 제시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B양과 D양 등 피해자들을 뒤따라 들어간 이 사건 각 아파트의 공동현관 내 계단 또는 엘리베이터 앞 부분은 거주자가 아닌 외부인의 자유로운 출입이 허용되는 공간이 아니고 각 세대의 전용 부분에 필수적으로 부속하는 부분으로서 거주자들의 사실상 평온을 보호할 필요성이 있는 장소에 해당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이 사건 각 아파트의 공동현관에는 CCTV가 설치돼 있었는데, 이는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감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은 위 피해자들을 각 추행할 목적으로 늦은 밤 시간에 위 피해자들을 뒤쫓아 이 사건 각 아파트의 공동현관에 출입해 그곳에 있는 계단이나 엘리베이터 앞 부분까지 들어갔는데, 이 사건 각 아파트의 주거로서의 용도·성질과 평소 외부인에 대한 출입의 통제·관리 방식과 상태 등에 비춰 피고인은 이 사건 각 아파트의 거주자들이나 관리자 모르게 이 사건 각 아파트의 공동현관에 들어간다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위와 같은 근거를 들어 B양과 D양을 상대로 한 강제추행은 원심과 마찬가지로 성폭력처벌법상 주거침입 강제추행죄를 인정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일반인의 자유로운 출입이 허용되는 상가와 주거의 자유를 더욱 보호할 필요성이 있는 주거의 경우, 주거 등의 용도·성질, 외부인에 대한 출입의 통제·관리 방식과 상태 등에 따라 침입에 해당하는지가 달리 평가될 수 있다는 취지의 판결"이라고 이번 판결의 의미를 설명했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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