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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온서 단일분자 변화 관측 세계 최초 성공 … 1나노미터 크기에 ‘이불’ 덮었다

최종수정 2022.08.17 11:06 기사입력 2022.08.17 11:06

POSTECH·UNIST 공동연구팀, “생명 기원 밝힐 실마리 찾아”

세계 학계 주목, “난치병 원인·치료법 개발 연구에 적용 기대”

(왼쪽) 탐침증강 나노현미경을 이용해 금과 산화알루미늄 층 사이에 갇힌 분자를 관찰하는 것을 묘사한 그림. (오른쪽) 분자의 배향에 따라 분자의 진동모드가 변하는 것을 시각화한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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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영남취재본부 김용우 기자] 상온에선 도무지 그 모양새를 알 수 없었던 10억분의 1m 크기 단일분자의 움직임을 관측하는 방법이 나왔다. 현재 과학으론 최고 작은 단위의 ‘모양새’를 들여다 볼 수 있는 놀라운 연구여서 ‘생명의 기원’까지 밝힐 실마리를 찾았다는 평가까지 받는다.


1나노미터(㎚) 크기의 단일분자는 상온에서 매우 불안정하게 존재한다. 약 100㎚ 크기의 코로나바이러스가 공기 중에 빠르게 확산하는 것을 생각하면 단일분자 관측이 얼마나 어려운지 짐작할 수 있다.

최근 국내 연구팀이 그런 단일분자 위에 얇은 절연층을 마치 이불 덮듯이 덮어 상온에서도 안정적으로 관측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단일분자의 구체적인 모양새를 보고 싶어 했던 화학자들의 꿈이 현실로 다가온 셈이다.


포항공과대학교(POSTECH) 물리학과 박경덕 교수와 통합과정 강민구 씨 연구팀은 울산과학기술원(UNIST) 화학과 서영덕 교수와 공동연구를 통해 상온에서 나타나는 단일분자의 자세 변화를 세계 최초로 시각화하는 데 성공했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물질의 기본단위인 분자 하나의 자세를 상세히 들여다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공기에 노출된 분자는 주변 환경과 수시로 화학적 반응을 일으키고 끊임없이 움직인다. 이 때문에 ‘분자지문’이라고 불리는 라만 산란 신호를 검출하기 매우 어렵고 분자를 영하 200℃ 이하로 얼려 가까스로 신호를 검출하더라도 단일분자 고유의 특성을 규명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금 박막을 입힌 기판 위에 단일분자를 올리고, 매우 얇은 산화알루미늄(Al2O3)층을 그 위에 이불처럼 덮어 꽁꽁 묶었다.


금과 산화알루미늄 사이에 갇힌 분자는 주변 환경과 분리돼 화학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데다 움직임도 억제됐다. 단일 분자가 ‘꼼짝마라’ 된 것이다.


이렇게 고정된 분자는 연구팀이 개발한 초고감도 탐침증강 나노현미경을 통해 관측됐다. 개발된 나노현미경을 이용하면 날카로운 금속 탐침의 광학 안테나 효과 덕택에 단일분자의 미세한 광신호도 정확히 검출할 수 있었다.


또 이를 통해 일반적인 광학현미경의 해상도 한계(약 500㎚)를 훨씬 뛰어넘어 1㎚ 크기의 단일분자가 누워있는지 서 있는지의 자세 변화를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었다.

연구팀 사진. (왼쪽부터) POSTECH 박경덕 교수, 통합과정 강민구 씨, UNIST 서영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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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CH 강민구 씨는 “제임스웹 망원경이 가장 먼 곳을 관측해 우주의 기원을 밝힌다면 우리 연구팀의 단일분자 현미경은 가장 작은 것을 관측해 생명의 기원을 밝히는 실마리를 찾은 것”이라고 비유했다.


이 연구성과는 난치병의 원인 파악과 치료법 개발의 실마리가 될 연구로 세계 학계가 주목하고 있다.


질병의 원인이 되는 단백질이나 DNA의 분자 배향(Conformation)을 나노미터 수준까지 샅샅이 살펴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시료 위에 얇은 층을 덮는 방식이 매우 간단한 데다 상온이나 고온에서도 적용할 수 있어 그 응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에 UNIST 이근식 교수와 엘함 올라이키(Elham Oleiki)·주희태 연구원, 한국화학연구원 김현우·엄태영 박사, POSTECH 물리학과 통합과정 구연정·이형우 씨 등이 참여했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최근 게재된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영남취재본부 김용우 기자 kimpro77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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