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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길의 영상2도]타인에 대한 무관심…영화 '비상선언'의 충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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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사고 범람에 무감각해지는 사회
위험 일깨우고 타인 향한 관심·애정 호소

[이종길의 영상2도]타인에 대한 무관심…영화 '비상선언'의 충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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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H-1 바이러스 배양실로 전락한 항공기 KI501편. 부기장 현수(김남길)가 비상선언(무조건적 착륙을 요청하는 일종의 비상계엄)을 선포해도 착륙할 곳이 없다. 시민들이 공항을 점거하고 시위한다. 활주로까지 뛰어들어 강착(降着)을 방해한다. 인터넷 반응도 다르지 않다. ‘그냥 떨어져 죽어라.’ ‘미사일 쏴서 격추해라.’ ‘저거는 진짜 생화학 미사일이야.’ ‘민폐들.’ ‘대한민국 다 파괴된다.’


영화 ‘비상선언’에 그려진 대한민국은 불신과 절망으로 가득하다. 사건이 일단락된 뒤도 다르지 않다. 국회는 행정안전부 장관직을 내려놓은 숙희(전도연)를 질책하기 바쁘다. 한데 모여 파티를 즐기는 피해자들은 사고 당시 복장이다. 천국으로 승천한 듯한 느낌이 역력하다. 실제로 숙희는 촉촉이 눈물이 고인 얼굴로 바다를 보다가 그 위로 꽃다발을 놓는다.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게 한다.

안타까운 사건·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시민들은 거리나 광장으로 나와 추모한다. 김원제 유플러스연구소장은 저서 ‘위험사회를 넘어, 안심사회의 조건’에서 "위험 요소는 무엇인지, 현재 견딜만한 것인지, 어떻게 한계점을 극복할 것인지를 사회구성원과 소상히 나누는 소통이 요구된다"라고 주장했다. 사회의 복잡성과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절실해진다.


소통 방법은 날이 갈수록 편리해진다. ‘비상선언’에는 스마트폰이 자주 등장한다. 정보사회 진전의 결과물로, 시민들의 외뇌 역할을 한다. 순기능 못잖게 역기능도 수반한다. 비인간화와 소외현상을 일으키는 폐쇄적이고 내밀한 인터넷 공간이 대표적인 예. 말이 통하는 사람들만의 자기만족에 감정 증폭이 더해져 패거리 문화가 조성된다. 개인은 익명의 존재로 방치돼 존재성이 철저히 왜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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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재림 감독은 위험을 일깨우는 데 후반부 전체를 할애한다. 절정에 착륙을 포기하는 재혁(이병헌)의 교신을 배치하고 직접적으로 일갈한다. "우리는 인간이니까,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는 거고…. 이제 우리는 모두를 위한 결정을 하려 합니다. 이 결정은 우리가 지상에 있는 우리 가족들을 걱정하고 함께 사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며, 우리가, 우리가 처한 재난에 지지 않고 인간으로서 떳떳하려는 것입니다. (…) 이제 모든 교신을 종료합니다."

예상치 못한 사건이 범람하면 사회는 작은 재난에 놀라지 않을 만큼 무감각해진다. 위험이 우발적이 아니라 정상적으로 여겨지는 위험 일상화다. 무관심은 모든 사회 현상에 대한 등 돌림. 어떤 일이 벌어져도 나와는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니 죽은 사회나 다름없다. 사회 안전보다 나의 안전이라는 개인적 합리성만 중시한다. 미국에서는 총기 사고라는 집단적 비합리성으로 이어진다. 매년 4만5000명 이상의 희생자가 발생한다. 총이 없는 한국에서는 자기를 죽인다. 자살률이 10만 명당 25.4명으로, OECD 나라 가운데 가장 많다. 어느덧 고혈압으로 숨지는 사람보다 더 많아졌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엘리 위젤은 "무관심으로 인해 사람은 실제로 죽기 전에 이미 죽어버린다"라고 말했다. 당면한 문제들에 대한 외면과 기피가 계속되면 죽은 사회의 징후는 뚜렷해진다. 현수가 선포하는 비상선언은 결국 우리 사회의 위기를 인지한 경고다. 이유를 불문하고 타인을 향한 관심과 애정에 우선권이 부여돼야 한다고 호소한다. 모든 생활과 사고의 중심에 인간을 둬야 각자의 존엄성도 존중받는다며….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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