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민주노총의 물류센터 에어컨 설치 주장 어떻게 봐야 하나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
물류센터 폭염대책을 놓고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와 쿠팡 간에 공방이 뜨겁다. 노조 측은 물류센터에 에어컨을 설치해야 한다며 건물 점거 농성과 집회 개최 등으로 연일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최소한의 냉방이 보장되지 않고 있다면서 “에어컨 없는 쿠팡물류센터에 에어컨을 배송하러 간다”는 신문광고를 게재했다.
이런 주장이 과연 사실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요구일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쿠팡은 “근로자 개인용 냉난방겸용 공조기를 설치하고 냉난방 겸용 에어컨 공조장치, 덕트형 에어컨 공조설비, 대형 산업용 선풍기, 이동식 에어컨 등을 물류센터 곳곳에 마련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쿠팡은 에어컨은 아니지만 냉방장치는 설치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노조는 에어컨이 없으면 냉방장치가 없는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냉방장치’는 ‘온도를 낮추어 시원하게 하는 장치’를 뜻한다. 정부도 온열질환 예방 가이드라인에서 선풍기, 에어 써큘레이터와 같은 냉풍기와 공기순환장치를 예로 들고 있다. 정부 지침을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냉방장치가 에어컨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건 상식이다.
대형 물류센터 대부분에 에어컨이 없는 이유는 건물구조에 기인한다. 대형 물류센터는 아파트 20층 높이로 천장이 매우 높고 도크로 반출입이 수시로 이뤄져 상시 개방돼 있는 구조다. 물류센터 작업장에 에어컨이 없는 건 차량이 수시로 드나드는 주유소에 에어컨을 설치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정부도 작업현장에 맞는 맞춤형 냉방조치를 권고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산업현장에 배포한 ‘온열질환 예방을 위한 핵심 안전조치’ 등에는 실내 적정온도 유지를 위한 냉방장치 설치를 권장하면서 그 예로 공기순환장치와 냉풍기를 들고 있다.
노조는 에어컨 설치를 강제하지 않고 있다고 정부를 비난하지만, 관계법령에서 냉방장치를 의무화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원칙적으로 냉방장치를 설치해야 하지만, 작업의 성질상 냉방장치 설치가 곤란한 경우 별도의 건강장해 방지조치도 허용하고 있다(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560조). 옥외 작업장이나 대형 물류센터처럼 구조적으로 외부와 노출된 곳이 많은 장소는 냉방장치에 의한 대응이 곤란한 점을 고려한 것이다.
건강장해 방지조치를 취하는 것만으로도 법적 기준에 위배되지 않음에도, 쿠팡이 많은 냉방장치를 곳곳에 설치하고 있다면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한 것 아닌가. 냉방조치로 에어컨 설치만을 의무화하고 있는 입법례는 어느 나라에서도 발견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온열질환 예방을 위해 냉방장치 외에 취해야 할 조치로 ‘물, 그늘, 휴식’을 꼽고 있다. 시원한 음료, 휴식공간, 유급휴게 등의 제공이 중요한 이유이다. 쿠팡은 이런 조치도 취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텀블러에 담아 입 대고 마셨는데…24시간 지난 후...
노조도 이런 사정을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에어컨 설치만을 고집하면서 쿠팡이 아무런 냉방장치를 설치하지 않은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어떻게 봐야 할까. 일방적인 주장으로 다른 현장 조합원과 대중들의 공감을 얻어낼 수 있을 지 의문이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