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원전, 택소노미로 어렵게 찾아온 회생 기회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유럽연합(EU)이 녹색분류체계, 이른바 EU 택소노미(taxonomy)에 원자력발전을 포함키로 하면서 탄소중립을 향하던 세계 에너지 동향에 큰 변화가 찾아왔다. 현실로 다가온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지속가능한 경제활동을 선별하는 택소노미는 이에 적합하지 않는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에게 재정·금융 지원을 어렵게 하는 중차대한 기준이 될 전망이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탈(脫)원전’ 요구 속 공멸 위기에 처했던 국내 원전산업에도 기사회생의 빛이 찾아왔다. 우리 정부는 이르면 이달 말 녹색분류체계 개정안 초안을 내놓은 뒤 하반기에 확정할 계획이다. 정부 계획대로 원전이 포함될 경우 원전 기업들도 자금조달의 숨통을 틔울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원전이 택소노미에 포함됐다고 해도 당장 ‘녹색’이 되는 것은 아니다. EU 택소노미 논의 과정에서도 찬반 의견은 첨예하게 엇갈렸다. 하지만 탄소중립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현실적인 중간단계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대신 까다로운 조건으로 달았다. 2045년 이전에 건설허가를 받은 원전에 한하며, 2050년까지 사용후핵연료인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 방안을 확보해야 하는 등을 전제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원자재 가격 급등을 지켜보면서 유럽 각국이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을 다시금 인식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기후위기 대응도 필요하지만 당장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원 확보도 중요하다는 얘기다.
자원 불모지인 우리나라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부는 최근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확정하고 2030년까지 원전 발전 비중을 30% 이상으로 확대키로 에너지정책 방향을 확정했다.
하지만 원전이 택소노미에 포함되고, 건설이 재개된다고 해서 걸림돌이 완전하게 해결된 것은 아니다. 노후 원전에 대한 법적 관리 절차 뿐만 아니라 사용후핵연료인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에 대한 처리 방안도 마련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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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2031년부터 고리와 한빛 원전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이 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방폐시설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 원전 수출이 전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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