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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컬처] 오스카상과 아카데미상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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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컬처] 오스카상과 아카데미상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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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4관왕을 차지했을 때의 일이다. 누군가 필자에게 이렇게 물어봤다.


“아카데미상이 오스카상보다 더 좋은 거야?”

아는 사람에게는 너무나도 황당한 질문이지만, 잘 모르는 사람은 충분히 물어볼만한 질문이다. 답부터 말하자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수상자에게 주는 트로피의 애칭이 오스카다. 즉, ‘아카데미상을 받았다’와 ‘오스카 트로피를 들어올렸다’는 같은 뜻이다. 왜 아카데미 트로피에 오스카라는 이름이 붙었는지는 정확한 기록이 없고 몇 가지 설만 전해진다. 가장 유력한 설은 아카데미상을 주관하는 아카데미 협회의 한 직원이 트로피에 새겨진 남자 얼굴이 자기 삼촌 오스카와 똑같이 생겼다고 말한 데서 애칭이 생겼다는 설이다.


사실 아카데미 시상식은 철저하게 미국 헐리웃 중심의 행사다. 후보군의 선정 기준이나 심사위원의 면면이나 할리우드 영화에 유리하다. 봉준호 감독이 농담반 진담반으로 아카데미상은 ‘로컬’이라고 말했던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최근에는 아카데미가 할리우드, 그 중에서도 백인 위주의 보수적 색채를 지우려고 애쓰고 있지만 뿌리는 어디 안 간다. 그에 비해 이번에 박찬욱 감독과 송강호 배우가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받은 칸 영화제는 아카데미보다 훨씬 더 범세계적이다. 흔히들 베를린 영화제, 베니스 영화제까지 묶어서 ‘세계3대 영화제’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마치 세계 3대 기타리스트가 누구냐는 논쟁처럼 3개씩 묶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표현이다.


아카데미 시상식의 각 부분별 수상자가 똑같은 오스카 트로피를 받는데 반해 유럽의 영화제들은 상의 이름과 모양이 다르다. 상의 종류가 너무 많으니 소위 ‘대상’에 해당하는 상만 짚어보자면 다음과 같다. 칸 영화제는 황금종려상, 베니스 영화제는 황금사자상, 베를린 영화제는 황금곰상을 준다.

내친 김에 국제영화제와 관련한 상식 하나 더. 이른바 3대 국제영화제 중에서 아직 우리나라 영화가 대상을 받지 못한 영화제가 한 곳 있는데 어디일까? 정답은 베를린 영화제. 2012년에 김기덕 감독의 영화 ‘피에타’가 베니스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았고, 2019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았지만 아직 베를린 영화제에서는 황금곰상을 받은 우리 영화가 없다. 이상, 알아둬서 나쁠 건 없지만 몰라도 영화감상에 아무 지장이 없는 영화제 이야기를 잠깐 해보았다.


해외영화제나 음악상 시상식에서 우리나라 작품이 수상하는 일은 이제 더 이상 놀랍지 않다. 케이팝, 영화, 드라마, 웹툰...... 우리 문화예술은 세계 곳곳으로 흘러들어가 그 나라 사람들을 사로잡고 있다. 독자님들 중에 소위 국뽕을 의심하는 분들이 있다면 의심을 거두시길 바란다. 일본이나 미국의 작품을 베끼기 급급했던 대중문화 제작 현장을 두 눈으로 목격했던, ‘이 바닥’ 25년차인 필자가 증언한다. 그런 모습은 싹 사라졌다. 문화는 물과 같아서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데 우리 문화는 분명히 다른 곳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그러니 맘 편하게 뿌듯해도 된다. K컬처는 진짜다.


이재익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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