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는 갈수록 '귀한 몸' 되는데…문과 졸업생들 '한숨'
국내 500대 기업 신규 채용 10명 중 6명은 '이공계'
갈수록 좁아지는 문과 대학 졸업생 취업문
수요 많고 공급 적은 이공계 졸업생과는 상반돼
2030 비경제활동인구도 '전공 격차' 커
"'문송합니다' 뜻 체감돼" 취준생들 불안 토로
전문가 "기술 변화 못 따라가는 교육 체계가 문제 원인"
[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문송합니다'라는 말이 실감 나죠.", "전공 잘못 선택했다는 생각이 하루에도 수십 번은 듭니다."
언어·문학, 사회학 등 문과 대학 졸업생과 이공계 졸업생의 취업 전망이 엇갈리면서 문과생의 시름이 깊어만 가고 있다. 제조업뿐만 아니라 은행·광고업 분야에서도 디지털 기술이 강조되는 현대 산업 특성상, 문과생이 설 자리는 점점 더 좁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는 산업계의 변화무쌍한 수요에 빠르게 대응하기 힘든 경직적인 교육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6일 전국 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국내 매출액 기준 500대 기업들을 대상으로 '2022년 상반기 신규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국내 기업의 신규 일자리 10개 중 6개는 이공계 졸업자가 차지할 예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뒤이어 인문계열(36.7%), 기타 전공계열(2.3%) 순이었다.
문과생들은 점점 한정적인 일자리에 더해 경쟁자까지 늘어나는 '이중고'를 겪을 전망이다. 전경련에 따르면 지난해 4년제 일반대학 졸업자 중 이공계열 비중은 37.7%, 인문계열은 43.5%로, 인문계 졸업자가 5.8%포인트가량 더 높았다.
즉, 일자리 수요도 높고 공급도 한정적인 이공계 학생들은 갈수록 '귀한 몸' 대우를 받는 것에 비해, 문과생은 훨씬 더 강도 높은 경쟁을 요구받게 된다는 것이다.
올해 취업을 준비하는 인문계 대학 졸업생들은 경력을 발전시킬 길이 보이지 않는 것 같다며 불안감을 토로했다.
20대 취업준비생 A씨는 "요즘에는 어떤 업계에서 면접을 보더라도 반드시 코딩 관련 자격증이나 포트폴리오를 요구하는 것 같다"라며 "그런 쪽으로는 예전부터 문외한이었고, 따로 공부해본 적도 없어서 자신감만 떨어진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취업준비생 B씨는 "문과 대학 다니는 학생들은 전공 공부에만 충실해선 절대로 취업에 성공할 수 없다. 코딩 학원에 다니든 복수 전공을 하든, 스펙으로 내세울 수 있는 다른 뭔가를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라며 "어문학이나 사회학에 정말 진지한 뜻이 있는 게 아니면 솔직히 후배들에게 추천하고 싶지 않은 전공이다"라고 강조했다.
문과 대학 졸업생이 이공계 졸업생에 비해 취업 시장에서 불리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최근에는 더욱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기업들이 디지털 기술을 적극 도입해 비대면 서비스로 전환하면서, 제조업뿐만 아니라 일반 서비스업에서도 코딩, 애플리케이션(앱) 구축, 데이터 관리 등 IT 관련 기술을 보유한 인재들을 선호하게 됐기 때문이다.
문과생과 이공계생의 '괴리감'은 통계청 자료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지난해 8월 통계청이 내놓은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보면, 당시 20~39세 이공계·대학·대학원 졸업생 비경제활동인구는 36만2000명을 기록했다.
비경제활동인구는 구직활동을 포기했거나, 일할 능력·의사가 없는 실업자 그룹을 의미하는 분류로, 현실적으로 취업할 곳을 찾지 못해 구직을 포기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반면 같은 기간 인문계 대학·대학원·졸업생 중 비경제활동인구는 이공계의 2배 이상인 84만1000명에 달했다. 같은 연령층의 청년이라도 대학 전공에 따라 취업 난이도 격차가 상당한 셈이다.
문과생들은 취업 준비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일자리의 질도 이공계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9년 한국노동연구원이 발간한 '월간 노동리뷰,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취업 실태' 보고서를 보면, 인문계열 취준생의 취업률은 56.0%로 전체 전공 계열 중 가장 낮았다. 월평균 초임은 220만원으로 전체 평균인 250만원보다 훨씬 적었다.
전문가는 취업준비생들이 겪는 문제의 원인이 경제보다는 교육 체계에 있다고 지적한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인문계 졸업생과 이공계 졸업생 사이 취업률 격차는 이미 심각한 수준으로 벌어졌고, 이 현상은 과거부터 계속 진행돼 왔다. 세계적으로 경제 구조가 기술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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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문제는 한국의 교육 시스템 특성상 민간 대학들이 기업의 변화하는 요구에 맞춰 자율적으로 인재를 양성하기 힘들다는 것이다"라며 "대학 정원 조정, 등록금 인상 여부 등 모두 교육부가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보니 생기는 문제로, 노동 시장에 새로 유입되는 청년들과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 간 '미스매치'를 막으려면 교육기관이 좀 더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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