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민주주의의 꽃’이 바구니에 담긴 순간, 책임은 누가 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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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규민 기자] 투표용지가 플라스틱 바구니에 담겨 다른 사람이 용지를 투표함에 넣었다. 투표용지가 ‘분실’됐다. 투표하려던 유권자가 사망자로 분류돼 선거인 명부에서 누락됐다.


1948년 대한민국 최초 대통령선거 이후 74년이 흐른 지금 투표장에서 볼 수 있는 ‘흔한’ 광경이 됐다. 지난 5일 코로나19 확진·격리자가 현장 사전투표를 하는 과정에서 부실관리 논란이 일었다. 일반유권자도 투표할 수 있는 시간대에 이들이 투표를 하면서 따로 임시기표소를 만든 것이 문제의 시작이다. 이들은 선거의 4대원칙 중 직접선거와 비밀선거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이유로 투표사무원이 이들의 투표용지가 담긴 봉투를 바구니, 종이 박스 등에 담아 투표함에 넣는 촌극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상황예측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선관위는 확진·격리자 투표 인원을 투표소 1곳 당 20명 수준으로, 투표 시간도 1명당 5분씩 계산하는 등 잘못된 예측을 했다.


선거관리위원회와 유관기관들은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투표용지 ‘분실’관련 취재 도중 자치구 선관위와 상위 선관위의 상황 설명이 일치하지 않았다. 사전투표용지가 인계되는 해당 우체국에 당시 상황을 전해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지만 한 직원은 ‘공휴일에 전화를 받을 의무가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심지어 선거관리를 최종적으로 책임지는 노정희 중앙선관위원장은 확진자 투표 논란이 일었던 5일 ‘비상근직’이라는 이유로 출근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사전투표에 불편을 드려 매우 안타깝고 송구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6일 입장문에서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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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송구하다면 선관위부터 책임지고 유관기관들도 함께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초등학교 사회시간에 배우는 선거의 4대원칙이 지켜지기 위해서라도.


오규민 기자 moh0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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