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지난 21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와 루간스크 주의 독립을 승인했다. 기어코 푸틴이 움직인 것이다.
외신에서는 속보가 쏟아졌다. 이 중 눈에 띄는 제목 하나. ‘푸틴은 카프카와 오웰에게 모욕감을 줬다(Putin just put Kafka & Orwell to shame).’ 잉그리다 시모니테 리투아니아 총리가 트위터에 남긴 글이다. 시모니테 총리의 의도를 파악하기는 어려웠지만 하나 떠오르는 것은 영국 소설가 조지 오웰(1903~1950)이 1945년 출간한 ‘동물농장’이었다. 시모니테 총리는 ‘독재자의 착각에는 한계가 없다(no limits to dictator’s imagination)’고도 덧붙였다.
동물농장은 사회주의자였던 오웰이 소련의 사회주의는 가짜라는 비판 의식에서 쓴 우화로 알려져 있다.
인간이 운영하는 농장에서 돼지를 중심으로 혁명이 발생해 농장주인 인간이 쫓겨난다. 동물들만 남은 농장은 평등한 세상에 대한 꿈에 젖는다. ‘누구든 두 다리로 걷는 자는 적이다’를 1조로 하는 7계명의 규율도 만들어진다. 하지만 혁명을 이끈 돼지들이 새로운 지배층이 되고 이들 사이에 권력 다툼도 벌어지면서 동물농장은 무너지고 인간이 운영하는 이전과 다를 바 없는 상황이 된다.
오웰이 동물농장에서 그린 현실은 혁명으로 전제군주제 국가인 러시아 제국을 무너뜨린 뒤 탄생한 소련의 모습과 닮았다.
동물들의 삶이 비참하고 고생스러운 이유는 동물들이 노동해서 생산한 것들을 거의 다 인간들이 빼앗아 가기 때문이고, 농장의 주인은 인간이 아니라 동물이라며 혁명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나이 많은 수퇘지 ‘메이저 영감’은 마르크스와 레닌에 비유된다. 권력 다툼을 벌이는 돼지 ‘나폴레옹’과 ‘스노볼’은 실제 권력 다툼을 벌인 스탈린과 트로츠키를 나타낸다.
시모니테 총리는 사실상 23년째 러시아를 통치하고 있는 푸틴 대통령이 착각에 빠져 러시아를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고 있는 독재자라고 비난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동물농장은 특정 계층이 권력 다툼에 몰두하고 부패하면서 공동체가 꿈꾸는 이상과 멀어지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현실 정치에 비판을 가할 때 자주 언급되는 소설이기도 하다.
특정 계층이 몰락해가는 과정에서 동물농장의 7계명도 바뀐다. 돼지들이 7계명을 바꿔 자신들의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어떤 동물도 술을 마셔서는 안 된다’는 5번째 계명은 ‘어떤 동물도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는 안 된다’로 바뀐다. 일종의 내로남불이다. 마지막 7번째 계명은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에서 ‘동물들은 평등하다. 그러나 더욱 평등한 동물도 있다’라는 평등을 강조하지만 평등을 부정하는 모순된 계명으로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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