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부동산 재판 증인 30여명에 '시간끌기'…1심만 2년 넘어
국내 최대업체 우리경매…42억원 피해금액 발만 동동
또다른 업체는 무죄 선고
[아시아경제 공병선 기자] 기획부동산 피해자들이 사기에 울고 지연전에 또 울고 있다.
2017년부터 인천 부평구에서 국내 최대 기획부동산 업체 ‘우리경매’의 직원으로 일한 A씨(50). 그는 우리경매로부터 총 2억원을 피해 입었다. 2019년 돈을 돌려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지인들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여러 매체에서 관심을 가져 쉽게 승소할 줄 알았지만 재판은 여전히 1심에서 2년 넘게 지지부진하다. A씨는 “피고인들이 증인을 계속 신청해 재판이 길어지는 양상”이라며 “지쳐가는 피해자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기획부동산 관련 재판의 결과가 속속 드러나고 있지만 판결은 엇갈리고 있다. 증거가 부족해 피고인들의 기망행위를 증명하기 어렵다는 게 판결 취지다. 하지만 대부분 비슷한 수법을 나타내고 있는데도 결과는 오락가락하고 있어 피해자들은 답답한 심정을 드러냈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우리경매 부평지사 운영진 정모씨 등 7명은 사기 혐의로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에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일당들은 약 42억원가량을 기획부동산 피해자로부터 편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재판은 2019년 12월19일 접수됐지만 여전히 1심이 진행되는 중이다. 아직 결론을 내지 못한 이유는 계속된 증인 신청이다. 지금까지 28명의 증인이 재판에 출석했으며 오는 3월16일 열릴 공판에도 증인 2명이 더 출석할 예정이다.
피해자들은 이미 과거 기획부동산 관련 사기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우리경매 회장 황모씨와 수법이 유사하기 때문에 이를 참고한 신속한 판결이 필요하다고 하소연했다. 이들 역시 쓸모없는 땅을 투자자들에게 제대로 보여주지 않거나 실적이 부족하면 직원들에게 강제로 사납금을 내도록 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2017년 8월 부평지사 경영진은 황모씨로부터 1등 부서로 인정받는 상장을 수여 받으며 친분을 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모씨는 2020년 광주지방법원으로부터 사기 혐의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 받은 바 있다.
지지부진한 재판에 속 터지는 피해자들…무죄도 속속 등장
최근 판결에 기획부동산 피해자들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지난 17일 서울북부지법은 사기 및 방문판매업 위반 혐의로 기소된 기획부동산 업체의 유모씨 등 4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은 피고인으로부터 직접 설명 들은 것이 아니라 판매원으로부터 과장되거나 허위의 설명을 듣고 계약을 체결했다"며 "검사 증거만으로는 기망행위를 피고인 유씨가 지시했다거나 알고도 암묵적으로 충분히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유씨 역시 과거 황씨와 함께 언론 인터뷰에까지 등장하는 등 절친한 사이로 파악된다. 기획부동산의 사기 수법을 실질적으로 설계하고 관리해온 인물이 유씨라는 의혹도 제기된다. 또 다른 피해자 B씨는 "유모씨가 우리경매로부터 파생된 새끼 회사들을 관리하는 역할을 했다"고 주장하며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죄를 판결한 것은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가 없는 상황을 만든 것과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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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관계자는 "지금도 수많은 기획부동산 피해자들이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러한 판결은 힘없는 판매원들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한 것으로 더욱 올바른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혜련 법무법인 ‘혜’ 대표 변호사는 "녹취 등 물증이 있어야 유리한 판결을 받을 수 있다"며 "만약 기획부동산 사기에 엮이게 된다면 물증 확보에 힘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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