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거래 플랫폼 '차카마켓', 발리서 인기…현지 코딩스쿨서 출발
올 6월 출시해 회원 5만2000명 확보…한달새 4.5배 급증하기도
중고거래에 할부모델 도입…스위스계 엑셀러레이터 'F10'도 주목
SBA 협업 통해 본격 성장궤도…하나은행과 현지 실증 돌입

한국계 정보기술(IT) 스타트업 케이크랩스가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운영 중인 코딩스쿨의 현지 학생들. [사진제공 = 케이크랩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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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준형 기자] 세계적 휴양지로 알려진 인도네시아 발리는 ‘디지털 노마드의 성지’로도 유명하다. 아름다운 풍경을 갖춘 데다 물가도 저렴해 미국 등의 프리랜서와 스타트업 직원들이 하나둘 모여든 까닭이다. 최근 국내 스타트업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워케이션(workation·휴가지 원격 근무)의 원조 격인 셈이다.


케이크랩스는 발리에서 출발한 한국계 정보기술(IT) 스타트업이다. 회사는 지난 6월 중고거래 플랫폼 ‘차카마켓’을 선보였다. 차카마켓은 ‘인도네시아판 당근마켓’으로 지역 커뮤니티와 동네 상권을 연결하는 하이퍼로컬(Hyper-local·지역밀착형) 플랫폼이다. 지난달까지 발리에서만 5만명이 넘는 회원을 확보했다. 이달부터 인도네시아 내 3개 지역을 기점으로 서비스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스위스계 핀테크(금융+기술) 전문 엑셀러레이터 ‘F10’은 지난 8월 차카마켓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3억원 규모의 시드투자를 집행했다.

발리 코딩스쿨서 시작한 ‘동남아 당근마켓’…한달만 이용자 4.5배 ‘쑥’ 원본보기 아이콘


발리 코딩스쿨서 출발

시작은 코딩스쿨이었다. 국내에서 개발자로 일하던 오주현 케이크랩스 대표는 2018년 발리 출신 아내와 결혼하면서 현지로 갔다. 발리는 말 그대로 ‘신대륙’이었다.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IT 기업 출신의 개발자들이 곳곳에서 소규모 코딩스쿨을 운영하고 있었다. 하지만 선진국에서 온 개발자들의 코딩스쿨은 소위 ‘그들만의 리그’였다. 정작 현지인들의 삶은 ‘디지털 노마드의 성지’인 발리와 딴판이었다. 이에 오 대표는 2018년 현지인들을 위한 인공지능(AI) 코딩스쿨을 열었다. 생계를 걱정하는 학생들을 위해 사재를 털어 교육비를 지급했다. 일정 기간 이상 코딩을 배우면 월급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오 대표는 "교육을 받은 학생들과 함께 틈틈이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해 출시하기도 했다"면서 "개발자 워크샵도 정기적으로 열다가 2019년 3월 법인으로 발전했다"고 말했다.


케이크랩스의 첫 서비스는 지난해 초 출시한 모바일 가계부 서비스 ‘차카 핀’이다. AI가 효율적인 돈 관리를 추천해주는 서비스다. 개발도상국 특성상 금융 인프라가 부족해 대출 등 개인 자금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는 점에서 착안했다. 하지만 서비스 운영 기간은 6개월에 그쳤다. 오 대표는 "우리나라와 금융 환경이 다른 인도네시아에 토스 등 국내 핀테크의 노하우를 적용한 게 실패 원인"이라며 "현지에 당장 필요한 서비스가 아닌 우리가 원한 서비스를 만들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오주현 케이크랩스 대표. [사진 = 이준형 기자]

오주현 케이크랩스 대표. [사진 = 이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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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인 고충에 주목

다음 도전에서는 현지인의 페인포인트(Pain Point·불편함을 느끼는 지점)에 집중했다. 오 대표는 우선 코딩스쿨 학생들의 고충에 귀를 기울였다. 당시 학생들은 개인 노트북을 마련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중고 노트북조차 가격이 60만~80만원 달해 사회초년생 평균 월급(30만~40만원)으로도 사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오 대표는 개인 간 중고 거래에 할부를 도입하는 방안을 구상했다. 하지만 2~3%대에 불과한 신용카드 보급률이 걸림돌이었다. 오 대표는 "사람들의 모든 활동을 저장·추적해 데이터화하면 신용점수를 대체할 수도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이 같은 고민 끝에 차카마켓이 탄생했다. 오 대표는 온라인을 통해 쉽게 접근할 수 있고 거래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쌓을 수 있는 곳은 당근마켓과 같은 중고거래 플랫폼이라고 판단했다.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3분만에 상품을 등록하고 판매할 수 있도록 거래 과정을 단순화했다. 당근마켓처럼 스마트폰 위치확인시스템(GPS)을 통해 동네 인증만 거치면 거래에 참여할 수 있다. 중고거래뿐 아니라 다양한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세탁소, 제과점 등 지역 소상공인들의 입점도 독려했다.


케이크랩스가 올 6월 선보인 중고거래 플랫폼 '차카마켓.' [사진제공 = 케이크랩스]

케이크랩스가 올 6월 선보인 중고거래 플랫폼 '차카마켓.' [사진제공 = 케이크랩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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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산업진흥원(SBA) 산하 서울창업허브의 해외실증(PoC) 지원사업은 서비스 고도화를 위한 발판이 됐다. 케이크랩스는 올 8월 서울창업허브와 업무협약을 맺고 하나은행을 소개받아 차카마켓 전용 할부거래 모델의 실증을 시작했다. 이전까지는 신생 스타트업 특성상 실증을 함께 진행할 은행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는 게 오 대표의 설명이다. 회사는 내년 3월 하나은행과 협업해 구축한 차카마켓용 할부거래 서비스를 본격화한다. 오 대표는 "서울창업허브와 함께 진행한 실증은 F10이 우리 회사에 주목한 계기가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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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자도 확 늘었다. 차카마켓 회원수는 할부거래 실증을 시작하던 지난 9월 9000명에서 한달만에 4만명으로 늘었다. 현재 회원은 5만2000명 규모다. 서비스가 발리에서만 시범 운영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성과다. 차카마켓은 이달 중 하나은행이 조성한 펀드를 통해 추가 시드투자를 유치할 계획이다.


이준형 기자 gil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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