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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경영] 난민 밀어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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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현지시간) 폴란드 동부 쿠즈니차 일대 벨라루스와의 접경지역에서 중동 난민들의 불법입국을 통제중인 폴란드 군인들의 모습. 쿠즈니차(폴란드)=로이터·연합뉴스

15일(현지시간) 폴란드 동부 쿠즈니차 일대 벨라루스와의 접경지역에서 중동 난민들의 불법입국을 통제중인 폴란드 군인들의 모습. 쿠즈니차(폴란드)=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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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최근 동유럽의 폴란드와 벨라루스가 중동 난민들을 서로 상대국 국경으로 몰아가는 이른바 ‘난민 밀어내기’로 분쟁을 벌이면서 전 세계적인 비난을 받고 있다. 인도주의를 강조하던 유럽에서 가장 비인도적인 행위가 벌어지고 있다는 비판이다.


이번 난민 밀어내기는 벨라루스가 유럽연합(EU)의 제재에 대한 보복조치로 이라크와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몰려온 수만 명의 중동 난민들을 폴란드 국경으로 내몰면서 시작됐다. 가뜩이나 반(反) 이슬람 정서가 강한 데다 극우세력이 집권한 폴란드와 동유럽 국가들은 국경수비 병력을 대폭 늘리고 EU에 국경장벽 설치비 지원까지 요구하고 있다.

사실 이런 난민 밀어내기는 동유럽에서 중세시대부터 행해져왔는데, ‘인구압(人口壓)’ 전술이라 불렸다. 이 전술은 상대국의 영토로 일부러 엄청난 수의 난민들을 보내 수용인구를 포화상태로 만들고, 식량을 줄여 내부에서부터 무너지게 만드는 전술이다.


이러한 인구압 전술은 오늘날 터키의 전신 국가인 오스만 투르크 제국이 16세기 동유럽을 침략할 때 사용한 전술이었다. 오스만 투르크 제국은 중동 전역을 먼저 정복한 이후, 난민들을 앞장세워 동유럽을 침공한 바 있다. 당시 발칸반도 전역은 물론, 헝가리와 오스트리아, 폴란드 남부 지역 등 동유럽 곳곳이 침략당했고, 이러한 역사적 기억은 ‘이슬람 공포증’으로 남았다.


이후 2011년 ‘아랍의 봄’이라 불리는 중동 민주화 시위 이후 중동 곳곳에서 난민들이 몰려오면서 동유럽의 이슬람 공포증은 다시 재현되기 시작했다. 옛 소련과 동구권 붕괴 이후 시작된 만성적인 경제난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동유럽의 경제로는 중동 난민들을 수용할 여력이 없다보니 국민들의 반이슬람 정서는 더욱 심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서유럽 국가들의 ‘님비(NIMBY)’현상으로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 서유럽 국가들은 동유럽 국가들에 지급하는 EU 보조금을 무기로 난민수용 확대를 종용하고, 서유럽으로 넘어오는 난민의 수를 줄이라고 압박하면서 EU 내 동서분열까지 심화됐다.


이처럼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는 유럽의 난민 밀어내기 문제는 사실 남의 일로만 보기 어려운 문제다. 위태로운 북한 정권에 급변사태가 발생할 경우, 수백만 명의 탈북자들이 중동 난민들처럼 밀려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연간 수백 명 수준인 탈북자들이 수백만 명 규모로 한꺼번에 몰려들면 우리나라도 엄청난 인구압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 야기될 수 있는 각종 외교적 문제와 막대한 예산문제 등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지만, 정부는 종전선언만 눈앞의 시급한 현안으로 보이는 모양이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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