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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손' 연기금, 주적에서 구원투수로 변신하나…사들인 종목 주목

최종수정 2021.10.15 11:23 기사입력 2021.10.15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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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주적(主敵)에서 구원투수로."


올해 기계적으로 팔아치우면서 상승장의 주적이었던 연기금의 움직임에 변화가 감지됐다. 최근 불안한 국내 증시의 구원투수로 등판하며 하락장 방어에 힘썼다. 이제 ‘기계적인 매도’를 멈추고 ‘상승장을 위한 매수’로 전환할 지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기금은 올 들어 지난 12일까지 코스피 시장에서 총 22조7694억원을 순매도했다. 국민연금의 목표 주식 비중이 20%를 넘어 기계적인 매도 포지션을 취한 것이다. 국민연금·공무원연금·사학연금·군인연금 등 4대 연기금의 운용 자산은 944조원에 달하며, 국민연금이 이 중 96%(908조원)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나 최근 급락장세 속에서 순매수로 돌아섰다. 연기금은 지난 12일 유가·금리 상승 우려로 외국인의 매도가 집중돼 국내 증시가 1% 넘게 하락하자 코스피 시장에서 421억원가량 순매수했다. 13일 역시 코스피 시장에서 795억원 순매수 행보를 이어갔고, 14일에는 다소 줄었지만 34억원가량 순매수했다. 14일은 지수의 강한 반등이 이뤄진 만큼 순매수 강도가 약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행보를 보면 증시가 강한 조정을 보일 때 연기금이 구원투수로 등판할 수 있다는 신호로 보인다. 우선 전문가들은 기계적인 매도는 멈춘 것으로 보고 있다. 7월 말 국민연금 국내 주식 비중은 19.5%로 지난해 11월 말(19.6%) 이후 처음으로 목표 비중 범위 내에 들어왔다. 8월부터 두 달여간 국민연금이 주식을 추가로 팔아온 데다 주가가 떨어진 것까지 감안하면 현재 국내 주식 비중은 7월 말보다 더 떨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연기금이 국내 주식 비중을 맞추기 위해 기계적으로 매도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연기금은 증시의 강한 조정이 오면 순매수에 집중해 증시의 추가 하락과 투자 심리 붕괴를 막는데 기여해 연기군(軍)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올해는 기계적인 매도로 주적이라는 별명까지 얻게 됐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처럼 최근 주가 방어 움직임을 보여 코스피가 2800선까지 하회한다면 다시 연기금의 강한 순매수가 작동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하 연구원은 "과거 코스피가 (전 고점 대비) 10% 내외로 하락하거나 그 이상의 조정을 보일 때마다 연기금은 순매수로 전환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연기금의 순매수 종목에 관심이 집중된다. 연기금이 12일부터 14일까지 순매수한 상위 종목은 LG화학(420억원), 현대차(310억원), 천보(250억원), 기아(230억원), 현대글로비스(230억원), 두산중공업(190억원), 한화솔루션(130억원), 삼성SDI(120억원), 크래프톤(110억원), 삼성엔지니어링(110억원), 고려아연(110억원), SK아이이테크놀로지(100억원), 일진머티리얼즈(90억원), S-Oil(90억원) 등이다. 최근 1개월 기준으로 살펴보면 크래프톤(2920억원), 현대중공업(1790억원), S-Oil(950억원), LG화학(850억원), 대한항공(840억원), 한화솔루션(790억원), 삼성엔지니어링(670억원), SK이노베이션(650억원), 카카오뱅크(510억원), SK(480억원) 순이다.


다만 연내 연기금 자금이 지속적으로 유입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신중론도 존재한다. 연기금 운용자금은 장기적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고, 밸류에이션이 높을 때는 비중을 줄이고 유리한 가격대에 재진입하는 특징을 보인다. 강현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코스피가 많이 밀렸지만 12개월 전망 주가수익비율(PER)이 11배 정도로 장기 평균인 10배보다 높아 매수보다는 매도로 대응하는 전략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면서 "연기금은 매력적인 가격에 이르렀을 때야 움직일 것으로 보여 연내 유입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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