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공군 미화' 영화 유통 허가에 "누구 편이냐" 시민들 '분노'
전문가 "유통금지는 어려워…대중이 판단할 문제"

중국영화 '1953 금성 대전투' 예고편./사진=유튜브

중국영화 '1953 금성 대전투' 예고편./사진=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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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중국과 북한의 입장에서 6·25 전쟁을 바라본 중국 영화 '1953 금성 대전투'가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 상영 허가를 받았다는 소식이 알려진 8일 시민과 정치권은 일제히 분노로 들끓었다. 국군 1700여명의 전사자가 발생한 뼈아픈 역사를 중공군의 영웅담으로 묘사한 영화가 유통되어서는 안 된다는 비판이다.


이와 관련해 영등위는 영화 내용을 이유로 영상물 등급을 보류하거나 거부하는 건 위헌이라고 설명했으나, 시민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영화 유통 자체를 법으로 막는 것은 옳지 않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전문가는 영화 내용이 대중의 반감을 산다는 이유로 유통을 금지할 수는 없는 문제라고 했다.

영등위는 지난달 30일 6·25 전쟁 당시 중공군의 승전을 다룬 영화 '1953 금성 대전투'에 대해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부여했다. 이 영화는 영화 관람이 아닌 비디오용으로 심의를 마쳤으며, 이달 중순부터 VOD 서비스를 통해 관람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는 전쟁 막바지이던 지난 1953년 7월 강원도 철원 일대에서 치러진 '금성 전투'를 배경으로 한다. 이 전투는 중공군 기습으로 시작돼 일주일간 치러졌고, 패전한 한국은 영토 193㎢를 북한에 넘겨줬다. 영화에서는 중국군이 영웅으로 묘사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미군 전투기를 '죽음의 폭격기'로 표현하는 등 중국과 북한의 시각이 반영됐다.

국군 발표에 따르면, 이 전투로 인한 피해는 국군 전사자 1701명, 부상자 7548명, 국군 포로 혹은 실종자 4136명이다. 중공군 측은 국군의 전사자와 부상자를 모두 합쳐 5만2783명을 섬멸했다고 전사에 기록하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런 영화 수입을 왜 허가하는 거냐" "전쟁에서 죽어간 국군을 욕되게 하지 마라" 등 영등위 결정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은 이어졌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대한민국을 침략한 중공찬양 영화를 우리 안방에서 보라는 것인가. 문재인 정부의 대중국 굴욕외교의 끝은 대체 어디인가"라고 반문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 역시 "영화는 금성 전투를 철저히 중국과 북한의 시각으로 제작한 것"이라며 "도대체 전쟁을 도발한 게 누구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 영화 '1953 금성 대전투' 포스터. /사진=바이두

중국 영화 '1953 금성 대전투' 포스터. /사진=바이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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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재향군인회(향군)는 8일 성명을 내고 "청소년들에게 침략전쟁에 가담한 중공군을 영웅으로 묘사한 정치 선전물을 보여주는 것은 자유민주 체제의 가치를 뒤흔드는 반국가적 행위로 우리 1000만 향군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이에 대해 영등위는 현행법상 영화의 유통을 막을 방법이 없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영등위는 입장문을 내고 "'1953 금성 대전투'와 관련하여 언론 보도에서 언급되고 있는 상영허가 및 수입허가는 각각 1996년, 2005년에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이미 폐지되었으며, 등급분류를 보류하는 제도 또한 2001년 위헌결정으로 폐지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행 영상물 등급분류 제도는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에 따라 도입됐으며, 영상의 소재 또는 내용 등을 이유로 영상물의 등급분류를 보류하거나 거부하는 것은 헌법에서 금지하는 사전검열에 해당 돼 현행 법률로 허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일부 누리꾼들 사이에서도 영화의 수입 허가나 유통 자체를 법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누리꾼들은 "솔직히 이런 영화를 누가 보겠나? 그냥 안보면 될 일" "영화 유통을 정부 차원에서 막는 것은 다른 문제" 등의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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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는 콘텐츠가 대중 정서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유통 자체를 금지할 수는 없다고 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대중 정서에 반감을 줄 수 있는 내용이나 소재에 대한 유통을 제한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실제 중국은 문화 콘텐츠에 대해 여전히 검열을 진행하고 있지 않나. 그런 검열은 구시대적인 것"이라며 "영화를 볼지 안 볼지는 대중이 판단하면 될 문제"라고 했다.


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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