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활 교수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성희활 교수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AD
원본보기 아이콘


5년에 한번씩 벌어지는 한국 사회 최대의 희극. 모기 뒷다리만도 못한 가느다란 인연으로 엮이는 정치(대선) 테마주 이야기다. 금년 상반기 우리 주식시장에서 주가가 가장 많이 오른 종목 1위와 2위가 대선 주자들과 엮인 정치 테마주인데 600원대 주식이 6천원대로 무려 10배 오른 종목도 있다. 17대 대선부터 본격화된 정치 테마주 파동은 매번 100개가 넘는 종목들이 적게는 2배에서 많게는 20배 이상 올랐다가 이내 급락하여 원위치로 되돌아가는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


주식시장에서 테마주 분류는 특정 재료가 어느 종목들에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한 눈에 파악하게 해주니 사실 투자에 유용한 도구다. 모 증권플랫폼에 정리되어 있는 테마 종류를 보니 240개나 된다. 이 중에는 나중에 실적으로 증명되는 것도 있는 반면 주가에 반영되지 않는 것도 많은데 어쨋든 최소한의 합리적 설명은 가능하다.

정치 테마주는 이런 합리적 근거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일반 테마주와 결이 완전 다르다. 예를 들면 이렇다. 후보와 최대주주가 대학 동문이더라, 사외이사가 사법연수원 동기더라, 대표가 같은 문중 사람이더라, 경영진이 같은 고향 출신이더라 등등. 도대체 이런 전근대적 학연·혈연·지연이 회사 실적에 무슨 영향을 준다는 것인가? 게다가 그 인연 마저도 연기처럼 가볍기만 한데. 미국에서도 유력 후보나 정당 관련 특정 종목이 부각되는 경우가 가끔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정책으로 인한 것이지 한국처럼 비상식적 인연으로 인한 것은 전혀 아니다.


정치 테마주는 누가 봐도 비합리적인데 왜 이렇게 많이 오를까? 일견 작전 세력의 의도적 개입 없이 자연발생적 현상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최근 당국의 조사에서도 정치 테마주의 약 1/3에 해당하는 종목에서 시세조종 혐의가 발견되기도 했다. 그런데 다수 종목에서는 별다른 주가조작 없이도 급등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동안의 경험이 누적되면서 이제는 단지 과거의 경험을 기반으로 한 일반투자자들의 투기적 뇌동매매가 주요 동인으로 보인다.

정치 테마주는 일정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전체적인 시황과 관계없이 독자적으로 움직이고, 기업 실적에 관계없이 오르 내리며, 단타 거래가 일반 종목보다 훨씬 많고, 주가 변동성이 종합지수보다 3배 이상으로서 급등과 급락이 반복된다는 점이다. 한편 시장 전체의 65%인 개인투자자 비중이 테마주에서는 97%로 압도적인데, 이들 테마주 개인투자자 계좌의 73%에서 손실이 발생하였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개미투자자들만 모여 급등락을 반복하는 투기적 주식을 단타 매매하면서 대부분 손실을 보는 개미지옥이 정치 테마주의 실체라는 것이다.


이런 정치 테마주 현상은 단기적으로는 자본시장의 건전성과 효율성을 해칠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를 허물면서 건전한 투자 문화의 기반을 허물 것이다. 더욱이 대외적으로 한국은 여전히 정경유착이 만연한 후진국형 사회라는 오해마저 불러 올 수도 있으므로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


6개월 앞으로 다가 온 대선 국면에서 정치 테마주 투기는 지금까지보다 더 극성을 띌 것인데,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우선 관련 기업들에 대한 조회공시 요구를 강화하고 자발적 해명공시도 활성화 하여야 한다. 그러나 테마주 연관성 자체가 워낙 비현실적이어서 해명의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거래 자체에 브레이크를 자주 걸어서 투기 과열을 방지하는 방안이 효과적일 것이다. 예를 들어, 정치 테마주에 대한 시장경보제도를 일반 종목보다 강화하여 단일가매매 전환 내지 매매거래정지 등의 브레이크를 더 자주 동원하는 것이다. 그리고 범죄행위인 주가조작은 처벌에 시간이 많이 걸리므로 금융당국의 과징금 처분으로 종결이 가능한 시장질서교란행위를 적극적으로 집행하여 조기 적발과 조기 처벌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편 대주주들이 지분을 대량 매도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테마주의 최대 수혜자가 이들이라는 점을 감안하여 시세조종 관여 여부에 대해 정밀 조사를 할 필요도 있다.


‘주식 투자에 합리를 논하지 말라’며 열광하는 지인에게 차라리 코인을 하는게 어떠냐고 진지하게 조언했다. 하루 아침에 신기루처럼 사라질 수도 있는 코인이지만 그래도 대박 가능성이 조금이나마 있는 코인이 끝이 정해져 있는 정치 테마주보다는 차라리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AD

성희활 교수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