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대심판정../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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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다른 프로그램의 운용을 방해하는 악성 프로그램의 유통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처벌하는 법률 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정보통신시스템 등에 악성 프로그램을 유포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처벌하는 법률조항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첫 헌재 결정이다.

헌재는 퀵서비스 배차 프로그램에 오류를 발생시키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퀵서비스 기사들에게 판매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고 항소한 A씨와 B씨가 개정 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제48조 2항과 제71조 9호가 형법상 명확성의 원칙에 반해 직업의 자유와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한다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고 20일 밝혔다.


정보통신망법 제48조(정보통신망 침해행위 등의 금지) 2항은 '누구든지 정당한 사유 없이 정보통신시스템, 데이터 또는 프로그램 등을 훼손·멸실·변경·위조하거나 그 운용을 방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악성프로그램)을 전달 또는 유포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정하고 있다.

또 같은 법 제71조(벌칙) 9호는 제48조 2항을 위반하여 악성프로그램을 전달 또는 유포한 자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는 규정이다.


청구인 A씨 등은 C회사가 개발해 운영하는 퀵서비스 배차 프로그램의 소스코드를 일부 변경해 배차시간을 단축시키고 퀵서비스 기사가 주문을 취소하더라도 페널티를 적용받지 않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판매하다 적발됐다.


A씨 등은 해당 프로그램을 1대당 월 6만원의 비용을 받고 퀵서비스 기사들에게 설치해 줬는데, 2015년 5월부터 2016년 6월까지 13개월 동안 모두 5194회에 걸쳐 판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에 넘겨진 A씨와 B씨는 2017년 11월 법원에서 각각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고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을 받던 중 두 사람은 자신들의 처벌 근거가 된 정보통신망법 조항들이 명확성 원칙에 반하고 직업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며 재판부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지만 재판부가 기각하자 헌재에 직접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헌재는 먼저 정보통신망법 제48조 2항의 '운용 방해'라는 개념이 불명확하다는 청구인들의 주장과 관련 "심판대상조항은 정보통신시스템의 운용을 방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유포하는 행위를 금지하면서 '운용' 및 '방해'의 개념 정의규정을 별도로 두고 있지는 않고 있다"고 전제했다.


하지만 헌재는 "심판대상조항의 '운용 방해' 대상인 정보통신시스템, 데이터, 프로그램은 그 형태나 이용방법이 다양하고 기술 발달에 의해 계속 변화하여 그 방해의 방법도 계속 변화하므로 이를 심판대상조항에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곤란한 측면이 있고 심판대상조항의 합리적 해석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편,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사람들은 어떤 행위가 심판대상조항의 구성요건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고 할 것이고, 심판대상조항 중 '운용을 방해할 수 있는'의 의미가 지나치게 불명확해 법 집행기관의 자의적인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헌재는 "악성프로그램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프로그램 자체를 기준으로 하되, 그 사용용도 및 기술적 구성, 작동방식, 정보통신시스템 등에 미치는 영향, 프로그램 설치에 대한 운용자의 동의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을 언급하기도 했다.


헌재는 또 해당 조항들이 청구인들의 직업의 자유와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지나치게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과잉금지의 원칙에 반하는 기본권 침해가 있는지를 판단할 때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합성 ▲침해의 최소성 ▲법익균형성 등을 따져보는데, 이번 심판대상조항의 경우 입법목적의 정당성이나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되고 침해되는 청구인들의 사익보다 보호되는 공익이 훨씬 중요하다고 봤다.


헌재는 먼저 "정보통신망의 이용이 급증하는 현실에서 정보통신망을 건전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해 악성 프로그램을 유포하는 행위를 금지·처벌하는 것은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고, 그 수단의 적합성 또한 인정된다"고 밝혔다.


또 헌재는 "심판대상조항은 위반 행위에 대해 징역형과 벌금형을 선택할 수 있게 하고, 법정형에서 형벌의 상한만 규정해 구체적 사안에 따라 범죄의 죄질에 상응하는 형을 선고할 수 있게 해 특별히 불합리하거나 과도한 처벌이라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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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헌재는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해 악성 프로그램을 유포하는 자들이 받게 되는 직업의 자유 및 일반적 행동의 자유 제한에 비해 심판대상조항을 통해 달성하려는 정보통신망의 안정성 및 정보의 신뢰성 확보와 이용자의 안전보호라는 공익이 월등히 중요해 법익의 균형성도 충족한다"고 덧붙였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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