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키·시계·액자, 알고보니 카메라?…진화하는 '불법촬영 장비', 불안한 시민들
선물 받은 탁상시계, 욕실 안 차 키…불법 촬영 기승
'이 액자 발견하면 피하라' 조언 글 공유되기도
전문가 "개인에 판매하는 것 우려, 규제 검토해야"
[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친구 집에서 샤워를 하던 중 차 키 모양의 '변형 카메라'를 발견한 사연이 알려지며 공분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갈수록 진화하는 불법 촬영 범죄에 대한 우려가 크다.
시계, 액자 등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품에 숨겨져 있어 일반인이 발견해 내기 쉽지 않고, 인터넷에서 이 같은 촬영 장비를 검색만으로 쉽게 구매할 수 있다 보니 관련 규제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는 초소형 카메라를 개인에게 판매하는 것에 대한 규제 검토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친구 아빠한테 몰카 당했어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20대 대학생이라고 소개한 작성자 A씨는 "10년지기인 절친의 아빠에게 몰카를 당했다"며 "피해자인 내가 왜 숨어있어야 하는지 잘 모르겠고, 나처럼 몰카를 당했지만 신고를 못 하고 있는 이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6월 중순쯤 친구 집에 머무르다가 날씨가 더워 샤워를 했다. 그런데 화장실에 차 키가 있었다"라며 "처음엔 몰래카메라인지 몰랐으나 샤워를 다 하고 다시 살펴보니 뭔가 이상했다"고 설명했다. 수상함을 느낀 A씨는 인터넷에 '차 키 몰카'를 검색했고, 온라인상에선 이 제품 모양의 초소형 카메라가 버젓이 팔리고 있었다고 했다.
A씨는 상품 상세페이지를 따라 차 키를 분리했고, 내부엔 SD카드와 충전 포트가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SD카드만 가지고 나와 노트북으로 확인해보니 몰카가 맞았다"라며 "누가 망치로 머리를 때린 느낌이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요즘 정말 정교하게 나온 몰카가 많다. 여러분도 조심하시고 의심 가면 바로 신고하길 바란다"며 "내 몸은 내가 지키는 게 맞다. 아무도 못 믿는다"고 당부했다.
A씨와 같은 불법 촬영 피해 사례는 또 있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지난달 15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30대 직장인 B씨가 직장 상사에게 선물 받은 탁상시계가 알고 보니 불법 촬영 카메라였다는 사연을 소개했다.
B씨는 시계를 침실에 뒀다가 다른 방으로 위치를 옮겼는데, 이후 상사에게 '시계를 원치 않으면 돌려달라'는 말을 들었다. 꺼림칙함을 느낀 B씨는 이 시계를 인터넷에 검색했고, 촬영을 할 수 있는 특수 시계라는 것을 알게 됐다. B씨가 시계의 카메라 기능을 알아채기까지 걸린 한 달 동안 상사는 휴대전화를 통해 실시간으로 피해자가 촬영된 영상을 봤다.
이렇다 보니, 불법 촬영 피해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는 '숙박업소에 걸려있는 액자 모양의 초소형 카메라를 조심하라'는 조언 글이 누리꾼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글 작성자는 액자 사진을 공유하면서 "시중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초소형 카메라 내장 액자들이다. 유화 그림의 울퉁불퉁한 질감을 활용해 카메라 렌즈를 교묘하게 숨기고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불법 촬영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다 보니, 지난 1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초소형 카메라 판매 금지해 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그러나 초소형 카메라의 유통·판매를 법으로 규제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판매업자들의 반발이 심한데다 이미 유통된 제품들에 대한 규제, 일반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폐쇄회로(CC)TV, 휴대전화 내장 카메라, 블랙박스 등과 초소형 카메라를 어떻게 구별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 불명확하기 때문이다.
초소형 카메라 관련 국회 논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지난 3월 범죄에 사용되는 변형카메라의 제조·수입·수출·판매·구매대행 등에 대한 등록제를 도입하고, 이력 정보시스템을 구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변형카메라의 관리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다만, 여전히 관련 산업 종사자들의 반발이 있어 추가적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 법안은 현재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정보통신방송법법안심사소위원회에 계류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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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촬영 범죄 관련 국내 A 변호사는 "초소형 카메라 유통·판매를 법으로 규정하기는 사실 쉽지 않다. 지금으로써는 관련 범죄가 발생했을 때 불법 촬영 범죄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초소형 카메라를 특별한 용도 없이 개인에게 유통하는 것에 대한 규제를 어떻게 마련할 수 있을지는 앞으로 지속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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