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현장 혼선에 전문가들 우려
"형식절차만 늘어나면 큰 문제"
"실질적 보호 위한 정책 연구 필요"

은행 창구 참고이미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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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금융소비자보호법이 도리어 금융소비자의 편익 훼손할 수 있다." "부작용이 고착화하기 전에 재정비에 나서야 한다."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시행 이후 금융현장에서 빚어지는 혼란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30일 통화에서 "지나치게 비효율적이면서 소비자 보호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형식적인 절차가 늘어나는 건 분명히 큰 문제"라면서 "길고 번거로운 동의절차 같은 것을 계속해서 유지할 게 아니라 실질적으로 금융소비자가 보호받을 수 있는 정책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금융현장 일선의 하소연도 이런 지적과 맥락을 같이 한다. 한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예민한 펀드상품의 경우 가입절차를 완료하기까지 100페이지 가까운 서류를 생산해내야만 한다"면서 "은행도 은행 이지만 소비자들이 너무 불편해하고, 대부분은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고 버려두는 실정"이라고 털어놨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도대체 누굴 위한 규제인지를 따져묻는 고객도 있다"고 토로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규제 확대와 신설로 금융소비자가 절차적 불편을 겪고, 금융회사가 고객에게 비대면 채널 이용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규제 비용 일부를 전가하는 양상이 관찰됐다"고 했다. 비대면 채널은 적합성원칙이나 설명의무 규제 적용 또는 준수 여부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이 연구위원은 "금융소비자가 (비대면 채널에서) 상품 광고, 검색, 추천, 중개, 직판 간 차이를 쉽게 구별하지 못하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현장의 문제를 신속히 해소하지 못할 경우 금소법이 자칫 ‘규제를 위한 규제’로 전락해 그 취지와 효용을 완전히 잃어버릴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부작용 방지 위한 '역방향' 접근 필요"

금소법 시행에 따른 금융사의 가이드라인 마련에 관여하고 있는 금융권의 한 인사는 "딱 봐도 불편과 비효율이 예상됨에도 도저히 뛰어넘을 수 없는 규정이나 항목들이 있다"면서 "이런 경우 조금 더 유연한 해석과 재량 발휘가 가능하도록 당국이 숨통을 틔워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또 "지금까지의 과정이 규정 준수를 유도하기 위한 ‘순방향’ 절차였다면, 앞으로는 현장에서 파악된 부작용이나 애로사항을 해소할 수 있도록 정비를 해 나가는 ‘역방향’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규복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금소법 정착과정에서의 금융소비자 보호 실효성 강화를 위한 과제’ 보고서에서 "금융감독당국이 현재는 금융회사들의 질의에 응답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보다 적극적인 관점에서 상품판매 사례와 시장을 분석하고 개선사항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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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선임연구위원은 아울러 "(대면ㆍ비대면 등) 서로 다른 판매채널 방식의 차이를 충분히 반영하되 규제 수준에서는 차이가 발생하지 않도록 규제체계를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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