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번영을 향한 경제설계’. 국내 최고 국책연구기관이라 불리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971년 개관 당시 내걸었던 목표다. 촘촘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필요했던 태생적 가치와 뒤따른 경제성장의 공(功)을 치하받듯 KDI는 빠르게 몸집을 불리고 존재감을 키웠다. 때에 따라 정권의 실기를 숫자로 지적하거나 증명하는 일은 물론, 날카로운 각을 세우는 조언자의 역할도 자처했다.
그 KDI의 신임 원장으로, 홍장표 부경대 교수가 선임됐다. 연초부터 슬슬 말이 퍼졌지만 설마하며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도 강했다. 홍 교수가 문재인 정부의 간판 정책이자 대표적인 실패 정책으로 꼽히는 ‘소득주도성장’의 설계자이기 때문이다. KDI 출신 원로 19명은 3월에 성명을 통해 "전대미문의 정책으로 경제를 파괴하고 민생을 질곡에 빠뜨린, 경제 원론적 통찰력도 부족하다"며 그를 가로막았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마저 홍 교수의 대표작을 저격했으니, 소주성의 한계와 부작용은 사실로 굳어진 셈이다. 그런 홍 교수에게 아무런 책임도 묻지 않고, 무한한 신뢰와 기회를 줬다는 게 이번 인사가 가지는 함의다.
최근 이어졌던 KDI 젊은 연구원들의 패기 넘치는 정책 비판과 제언이 가로 막힐 것이라는 우려도 높다. "KDI의 역할을 두고 늘 사전적 정책 대안 제시 뿐 아니라 국가 정책에 대한 비판적 평가와 분석이 필요하다는 다양한 의견이 있어 왔다. 이런 다층적인 역할이 공존하는 연구 분위기가 독려 돼야 하는데, 향후에 가능할지 의문"이라는 한 KDI 출신 인사의 걱정은 괜한 시비걸기 같지는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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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홈페이지를 보면 연구원은 경영목표를 ‘새로운 경제패러다임에서 개혁을 선도’하고, ‘국가경제정책 수립 및 경제발전에 기여’하는 것으로 제시한다. 50년 전의 ‘번영을 향한 경제설계’의 다른 표현이다. 2021년, 한국경제 번영을 더디게 한 당사자로서는 본인의 책무에 대해 고민이 많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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