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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산책] 지금의 세상 - 다섯 개 세상…청춘들을 위한 책처방

최종수정 2021.05.06 13:07 기사입력 2021.05.06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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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가지 테마 25권의 책만 판매
김현정 대표 자필 추천글 눈길
가게 한편엔 손님들 고민메모 가득

방문한 손님이 직접 책 추천하기도
‘자신을 되돌아보는 공간’ 모토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지금의 세상'의 외부 전경. 사진=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지금의 세상'의 외부 전경. 사진=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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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살다 보면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점심 메뉴를 정하는 사소한 것부터 취직·결혼 등 중대한 사안까지 스펙트럼은 넓다. 인생은 어쩌면 선택의 순간들이 모여 만들어 낸 결과물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수많은 선택의 순간에 늘 현명한 결론을 내리기란 쉽지 않다. 그럴 때 종종 책을 찾는다. 그 속에서 고민에 대한 해답을 얻거나, 자신의 선택을 재확인하기도 한다. 인생의 경험이 풍부하지 않은 청소년이라면 더욱 책에서 얻을 것들이 많을 터다. 그래서 청춘들을 위한 큐레이션 서점 ‘지금의 세상’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소중한 곳으로 부각되는 것일 수 있다.


서울 동작구 사당역에서 도보 5분 거리의 이 서점은 선택의 갈림길에 선 청춘들에게 길잡이를 제공해준다. 책방 문을 열면 와인빛의 인테리어가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다. 강렬한 색감 때문인지 왠지 모를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공간 한가운데에는 오각형으로 된 독특한 테이블이 놓여 있다. 그 위에는 여러 종류의 책들이 각각의 주제에 맞춰 나열돼 있다. 몇몇 책들 옆에는 주인장이 자필로 쓴 추천 글이 있어 이를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가게 한편에 손님들이 붙여놓은 포스트잇도 눈에 띈다. 벽면을 한가득 채운 포스트잇에는 저마다의 고민이 담겨 있다. ‘무언가를 꾸준히 하기 힘들다’ ‘내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모르겠다’ 등 고민의 사연도, 그 깊이도 천차만별이다.

2018년 3월 문을 연 이곳은 ‘다섯 개 세상 속 다섯 가지 이야기’라는 슬로건 아래 25권의 책만을 판매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책의 분류 방식 또한 독특하다. 소설, 에세이 등 일반적인 분류가 아니다. △지적 호기심 △사랑에 대한 감정 △미래에 대한 두려움 △행복에 대한 갈망 △마음의 편안함 등 다섯 가지 테마로 나뉘어 있다. "아무에게도 고민을 털어놓기 힘들 때 혼자 책을 읽으며 생각을 정리했다"는 김현정 대표(30)는 "책을 언제 읽는지 고민해 봤더니 크게 다섯 가지로 나뉘었다. 하여 5개의 주제에 맞춰 책을 소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게 한편에는 손님들의 고민이 담긴 포스트잇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사진=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가게 한편에는 손님들의 고민이 담긴 포스트잇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사진=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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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책은 김 대표가 직접 읽고 엄선한 것들이다. 종종 손님들이 직접 김 대표에게 책을 추천해주는 경우도 있다. 일부 손님은 책 추천 글까지 써주는 열정을 보이기도 한다. 그는 "손님들과 함께 책방을 꾸려가는 재미가 있다"며 "본인이 추천해준 책이 책방에서 인기를 끌 때 뿌듯함을 느끼는 분들도 더러 있더라"라고 했다.


주인과 손님 간 소통은 보다 더 적극적인 측면이 있다. 김 대표는 매주 손님들이 남기고 간 고민 포스트잇 중 하나를 골라 해결의 길잡이가 될 수 있는 책 한 권을 추천한다. 이를테면 그는 홀로 살아갈 미래를 걱정하는 한 청년에게 ‘백발 노인이 된 모습을 상상하다 보면 작고 소중한 것을 잃지 말자는 다짐을 하게 된다’는 메모를 곁들여 해결의 실마리를 줄 수 있는 책을 소개했다. 당시 김 대표가 추천한 책은 요안나 콘세이요의 ‘까치밥나무 열매가 익을 때’였다. 그는 "고민의 본질은 자신을 향해 있기에 비슷할 수 있지만 처한 상황은 저마다 다르다"며 "그게 희미한 미래에 대한 걱정일 수도, 사람 간의 관계에 대한 갈등일 수도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4월 첫 주 김 대표가 선정한 고민 내용은 "사는 모습이 꼭 ‘백조’ 같다"다. 호수 위를 우아하게 유영하는 백조가 물 아래에서는 발을 쉴 새 없이 구르는 것처럼 겉으로는 평온해 보여도 살기 위해 아등바등 노력하고 있다는 취지에서 남긴 한 손님의 쪽지다. 이런 치열한 삶이 ‘평범’한 것인지를 확인하고 싶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김 대표는 존 버거의 ‘결혼식 가는 길’을 추천했다. HIV에 감염된 젊은 여인이 절망 속에서 어떻게 빠져나오게 되는지를 담은 책이다. 그는 "고민을 보고 ‘평범한 삶이란 무엇일까’ 다시 생각해 봤다. 어쩌면 삶에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는데 우리가 계속해서 특별한 것만 찾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며 "이 책을 읽고 평범한 삶에 대한 기준이 저마다 다르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일’보다는 ‘삶’에 집중하자는 의미에서 이 책을 추천했다"고 말했다.

책을 종이 포장지로 꽁꽁 싼 '블라인드 북'. "모두가 따뜻한 마음을 품고 살아가길 바란다"라는 소개 글이 써져 있다. 사진=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책을 종이 포장지로 꽁꽁 싼 '블라인드 북'. "모두가 따뜻한 마음을 품고 살아가길 바란다"라는 소개 글이 써져 있다. 사진=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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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 북’ 또한 손님들의 호기심을 끄는 요인이다. 가게 한가운데 놓인 오각형 테이블의 서랍을 열면 포장지로 싸여 책의 표지도, 제목도 알 수 없는 비밀스러운 한 권의 책이 나온다. 손님들은 오직 책의 소개 글만 읽고 구매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김 대표는 "어떤 책인지 알 수 없다 보니 더욱 궁금해하는데, 직접 서랍을 열어야만 베일에 싸인 이 책을 볼 수 있다 보니 마치 ‘운명의 책’을 만난 듯한 느낌을 받는 것 같다"고 했다.


서점에서는 손님들의 이목을 끌 다른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나의 세상 정리기’다.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선 ‘나 자신’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김 대표가 직접 만든 질문지를 통해 진행되며, 참여자는 시간·공간·생각 등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 대해 톺아볼 수 있다.


책을 파는 곳이라기보다 찾는 이들이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공간. 김 대표가 생각하는 지금의 세상의 모토다. "책방을 들른 후 삶을 바라보는 방식에 작지만 변화가 있었다"는 정도의 반응만 있어도 감동적이라는 김 대표의 큐레이션 서점이 사회적으로 선한 영향력을 펼쳐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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