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의장은 뉴욕 이코노믹 클럽이 주최한 행사에서 "가상화폐는 금과 같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는 3월 국제결제은행(BIS)이 주최한 또 다른 행사에서도 비슷한 언급을 한 바 있다. 한 번도 아니고 두번씩이나 가상화폐를 금과 비유하다니 그의 신념은 확고한 듯하다.


투기 위험 경고를 받고 있는 가상화폐를 가장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금과 비교하다니 얼핏 이해하기 어렵다. 그의 발언은 가상화폐가 안전한 자산이거나 화폐를 대신할 수 있다는 뜻은 결코 아니었다. 파월 의장은 "그것들(가상화폐)은 투기의 매개체"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가상화폐는 실질적인 지불 수단으로 사용되지 않고 있다"며 "지난 수천년 동안 인간은 금에 그것이 지니지 않은 특별한 가치를 부여해 왔다"고 말했다. 금은 사실상 공업 용도로 쓰이는 금속일 뿐이지만 인간은 여기에 가치를 부여해 왔다. 파월 의장을 발언은 이같은 금의 속성이 가상화폐와 닮았다는 취지일 뿐이다.

아이러니한 점은 가상화폐 지지자들도 가상화폐를 금에 비유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가상화폐가 언젠가는 금을 대체할 수도 있을 것으로 여긴다. 하지만 극히 짧은 역사의 가상화폐와 달리 금은 수천년간 가치의 저장, 교환 수단으로 이용돼 왔다는 점에서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 19세기 서양에서 금본위제를 도입, 정부 발행 화폐와 금을 연동하면서 금은 더욱 큰 힘을 가질 수 있었다. 1971년 금본위제가 폐지됐지만 금은 여전히 안정적인 투자 수단으로 인정받고 있다.


금과 달리 현재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연일 가상화폐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정부나 은행이 인정하지 않는 지폐나 동전은 한갓 종이조각이나 금속덩어리일 뿐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터키 정부가 가상화폐 거래를 금지한 것은 우리에게 여러 시사점을 던져준다. 최근 터키 정국이 불안해지자 투자자들은 비트코인으로 몰렸고 이는 리라화 가치 급락으로 이어졌다. 투자자들이 자산을 비트코인으로 대거 전환하면서 리라화 하락을 더욱 부추길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자 터키 정부는 비트코인 거래소를 폐쇄하고 경영진을 구속하는 등 초강경 조치를 취했다.


터키의 사례는 가상화폐가 기존 금융 시장을 흔들 경우 중앙정부나 중앙은행이 언제든지 제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브릿지워터어소시에이츠 창업자인 레이 달리오는 "미국 정부가 자국 금융체계에 위협이 된다고 간주할 경우 비트코인 금지 조치를 시행하는 것도 전혀 불가능한 시나리오가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달러 패권이 흔들릴 수 있다고 판단된다면 미 정부는 주저없이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다. 미국이 지금처럼 초강대국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는 근간은 강력한 달러의 힘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2030 세대들이 비트코인으로 몰리며 사회 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가상화폐와 관련한 뚜렷한 법적 근거가 없다보니 규제할 수 있는 방안도 마땅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 가운데 가상화폐 사기, 국내외 시세 차익을 노린 환치기 등의 문제도 거론되고 있다. 해외에서는 가상화폐거래소 코인베이스의 직상장, 가상화폐ETF 출시 준비 등 제도권 편입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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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문제는 가상화폐를 화폐로 인정할 것이냐 마느냐가 아니다. 이제 가상화폐는 개인 투자자는 물론 국가 금융시스템에까지 영향을 끼칠 만큼 투자 규모가 불어났다. 정부도 더이상 외면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강희종 국제부장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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