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투기 의혹' 환수 가능할까… 사망땐 불가능
유죄 판결 없으면 몰수도 어려워
[아시아경제 조성필 기자, 김대현 기자] 최근 극단적 선택을 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현직 임직원 2명은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의 수사 의뢰나 내사 대상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진행된 경찰 수사에서도 이들이 이번 사태에 연루된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한다. 향후 조사 과정에서 투기 정황이 발견되면, 죄를 물을 순 없어도 투기이익만큼은 환수할 수 있을까.
현행 형법상 몰수는 다른 형벌에 부과하도록 규정돼 있다.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전제로 징역형이나 벌금형 등 다른 형벌과 함께 선고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당사자들이 재판에 넘겨져야 가능한 형의 종류이기 때문에, 극단적 선택을 한 LH 현직 임직원들의 경우 공소 제기가 불가능해 몰수 또한 할 수 없다는 얘기다. 앞서 대법원도 1992년 판결에서 "우리 법제상 공소 제기 없이 별도로 몰수나 추징만을 선고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 있지 않다"며 "공소가 제기되지 않은 범죄사실에 대한 몰수나 추징을 선고하는 것은 불고불리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 현행 몰수 제도의 한계가 명확히 존재하는 셈이다.
형법상 예외 규정이 있긴 하다. 동법 제49조는 ‘행위자에게 유죄의 재판을 아니할 때에도 몰수의 요건이 있을 때에는 몰수만을 선고할 수 있다’고 했다. 이 역시 대법원은 "공소는 제기돼야 몰수가 가능하다"고 판단한 바 있어 이번 건에 적용되기 어렵다. 이재권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는 "범죄 행위로 얻은 수익이 있을 경우 유죄 판결이 있지 않고도 몰수할 수 있다는 예외 규정"이라며 "죽은 사람들은 범죄 행위에 대한 증명 자체가 불가능해 몰수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몰수 제도는 수사선상에 오른 전·현직 임직원들에게도 구멍을 드러내고 있다. 이들에 대해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법률(부패방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 유죄를 이끌어 낸다고 해도 아직 토지보상 등이 이뤄지지 않아 적용이 어렵다.몰수는 범죄 행위로 실제 이익이 실현돼야 가능하다. 부패방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손혜원 전 의원도 매입한 토지 가격이 상승해 몰수를 선고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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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김운용 다솔 변호사는 "몰수 관련 판례가 많지는 않지만 LH 사례는 사안이 엄중한 만큼 이익 실현이 되지 않은 토지를 몰수할 여지는 있다"고 했다. 앞서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도 "이익이 실현되지 않은 경우도 토지 몰수가 가능한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당은 피의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공소권이 없는 경우에도 법원의 유죄 판결 없이 별도로 몰수를 선고할 수 있는 법률 개정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경우 개정된 법안을 소급적용해야 하기 때문에 위헌성 여부 논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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