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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처벌 조항 5(합헌):4(일부위헌) 합헌 결정

최종수정 2021.02.25 16:56 기사입력 2021.02.25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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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 대심판정./김현민 기자 kimhyun81@

헌법재판소 대심판정./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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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석진 기자] 진실인 사실을 적시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해도 처벌하는 형법 제307조 1항은 헌법에 반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명예훼손으로 인한 피해가 점차 커지고 있는 사회 현실과 민사법상 징벌적 손해배상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과잉금지의 원칙에 반할 정도로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다만 4명의 헌법재판관은 반대의견을 통해 표현의 자유는 우리 헌법상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핵심적 기본권이므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최소한에 그쳐야 하며, 진실한 사실을 적시하는 것은 법질서에 의해 부정적으로 평가되는 행위로 보기 어렵다는 등 이유로 '사생활의 비밀에 해당하지 않는 진실한 사실'까지 형사처벌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일부위헌 의견을 냈다.


25일 헌재는 자신의 반려견에게 불필요한 수술을 해 실명 위기를 겪게 만든 수의사의 실명과 잘못된 진료행위를 공개하고자 한 이모씨와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로 기소돼 벌금 50만원을 선고받은 김모씨가 각각 청구한 형법 제307조 1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및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5(합헌):4(일부위헌)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형법 제307조 1항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 같은 조 2항의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에훼손죄'보다는 낮은 법정형이지만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이번 사건에서는 진실한 사실을 적시해서 명예를 훼손한 경우에도 형사처벌하는 것이 과잉금지의 원칙에 반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5명의 헌법재판관은 법정의견을 통해 해당 조항은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 침해의 최소성, 법익균형성 등 기본권 침해의 판단 기준인 과잉금지의 원칙의 모든 요소들을 충족해 헌법에 반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오늘날 사실 적시 매체가 매우 다양해짐에 따라 명예훼손적 표현의 전파속도와 파급효과는 광범위해지고 있으며, 일단 훼손되면 완전한 회복이 어렵다는 외적 명예의 특성상, 명예훼손적 표현행위를 제한해야 할 필요성은 더 커지게 됐다"고 지적했다.


또 헌재는 ▲표현의 자유와 인격권의 우열은 쉽게 단정할 성질의 것이 아닌 점 ▲일단 훼손되면 완전한 회복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보호법익(외적 명예)의 특성 ▲사회적으로 명예가 중시되나 명예훼손으로 인한 피해는 더 커지고 있는 우리 사회의 특수성 ▲징벌적 손해배상이 인정되는 입법례와 달리 우리나라의 민사적 구제방법만으로는 형벌과 같은 예방이나 위하효과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침해의 최소성'도 인정된다고 봤다.


헌재는 법익의 균형성 역시 ▲헌법 제21조는 4항에서 표현의 자유의 한계로 타인의 명예와 권리를 선언한 점 ▲가해자의 책임에 부합하지 않는 사적 제재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어 규제할 필요성이 있는 점 ▲형법 제310조의 공익성이 인정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타인의 명예가 허명(虛名)임을 드러내기 위해 개인의 약점과 허물을 공연히 적시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의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는 점 등을 이유로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반면 유남석·이석태·김기영·문형배 재판관 등 4명은 진실한 사실을 적시한 경우에도 명예훼손으로 처벌하는 형법 제307조 1항은 침해의 최소성과 법익의 균형성을 갖추지 못해 과잉금지의 원칙에 반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기 때문에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위헌의 범위는 '사생활의 비밀에 해당하지 않는 진실한 사실' 부분에 한정된다고 봐 '일부위헌' 의견을 냈다.


이들은 먼저 해당 조항이 입법목적의 정당성이나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된다는 점에 있어서는 법정의견과 의견을 같이 했다.


하지만 침해의 최소성과 관련 ▲표현의 자유는 우리 헌법상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핵심적 기본권이므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최소한에 그쳐야 하고 ▲헌법은 제21조 4항에서 명예훼손의 구제수단으로 민사상 손해배상을 명시할 뿐 형사처벌까지 예정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고 ▲표현의 자유의 중요한 가치는 국가·공직자에 대한 감시와 비판인데, 감시와 비판의 객체가 돼야 할 국가·공직자가 표현행위에 대한 형사처벌의 주체가 될 경우 국민의 감시와 비판은 위축될 수밖에 없는 점 ▲형사처벌이 정당화되기 위해서는 행위반가치와 결과반가치가 있어야 하는데, 진실한 사실을 적시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법질서에 의해 부정적으로 평가되는 행위로 보기 어려워 행위반가치를 인정하기 어렵고, 진실한 사실의 적시로 손상되는 것은 잘못되거나 과장된 사실에 기초한 허명에 불과하므로 결과반가치도 인정하기 어려운 점 ▲피해자로서는 형사처벌이 아니더라도 정정보도와 반론보도 청구, 손해배상 청구와 명예회복에 적당한 처분을 통해 구제받을 수 있는 점 ▲심판대상 조항은 (친고죄가 아니라 피해자의 명시적인 의사에 반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이므로, 피해자가 명예훼손으로 인한 피해 회복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제3자가 공적인물·공적사안에 대한 감시·비판을 봉쇄할 목적으로 고발을 통해 진실한 사실 적시 표현에 대해서도 형사절차가 개시되도록 하는 전략적 봉쇄소송마저 가능한 점 등에 비춰 침해의 최소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봤다.


또 ▲사실 적시 표현행위가 타인에 대한 사적 제재수단으로 이용돼서는 안 되겠지만, 이를 지나치게 강조해 진실한 사실 적시 표현행위를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에 포함시키면 표현의 자유는 형해화될 수 있는 점 ▲진실한 사실을 토대로 토론과 숙의를 통해 공동체가 자유롭게 의사와 여론을 형성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근간이므로 진실한 사실 적시 표현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이에 반할 수 있는 점 ▲진실한 사실이 가려진 채 형성된 허위·과장된 명예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축효과를 야기하면서까지 보호해야 할 법익이라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하면, 법익의 균형성도 충족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진실한 사실은 공동체의 자유로운 의사형성과 진실발견의 전제가 되므로 '적시된 사실이 진실인 경우'에는 허위사실을 바탕으로 형성된 개인의 명예보다 진실한 사실에 관한 표현의 자유 보장에 중점을 둘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적시된 사실이 진실이더라도 개인이 숨기고 싶은 병력·성적 지향·가정사 등 사생활의 비밀에 관한 내용인 경우 이를 적시하는 것은 헌법 제17조가 선언한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대한 중대한 침해가 될 수 있으므로 '적시된 사실이 사생활의 비밀에 관한 것이 아닌 경우'에 허위사실을 바탕으로 형성된 개인의 명예보다 진실한 사실에 관한 표현의 자유 보장에 중점을 둘 필요성이 있다"며 "형법 제307조 1항 중 '진실한 것으로서 사생활의 비밀에 해당하지 아니한' 사실 적시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의견을 냈다.


이번 결정은 형법 제307조 1항의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 처벌 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음을 선언한 첫 헌재 결정이다.




최석진 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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