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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길의 가을귀]조던의 '더 샷' 이면까지 생생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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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랜드 레이즌비 '마이클 조던'

[이종길의 가을귀]조던의 '더 샷' 이면까지 생생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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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5월 7일 미국 오하이오주 리치필드에 있는 실내경기장 ‘콜리시엄 앳 리치필드’. 미국프로농구(NBA) 시카고 불스는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탈락 위기에 몰렸다. 종료 3초를 남기고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 가드 크레이그 일로에게 레이업슛을 허용했다. 99-100. 덕 콜린스 감독은 작전타임에서 모두의 예상과 달리 센터 데이브 코진에게 마지막 슛을 주문했다. 한 선수가 작전판을 후려치며 반발했다. "다 됐고 그냥 나한테 맡겨요!"


콜린스 감독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집중 수비가 붙을 게 불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다시 작전을 짰다. 포워드 브래드 셀러스에게 공 투입을 맡겼다. 나한테 맡기라며 자신감을 내비친 선수는 코트로 걸어 들어가면서 동료 크레이그 호지스에게 속삭였다. 자기가 이번 슛을 반드시 넣겠다고. ‘농구의 신’ 마이클 조던이었다.

조던은 속임 동작으로 상대 파워포워드 래리 낸스를 제치고 곧장 자유투 서클까지 달렸다. 일로가 정확한 수비 자세로 그 앞을 빠르게 막아섰다. 그러나 조던은 그마저 따돌리고 위로 뛰어올라 슛을 성공시켰다. 101-100. 조던은 허공에 주먹을 마구 날렸다.


이 장면은 ‘더 샷(the shot)’으로 명명돼 각종 매체에서 회자됐다. 불스는 이를 계기로 이기는 프랜차이즈로 거듭났다. 조던도 ‘에어’, ‘슈퍼맨’ 등으로 불리며 NBA 대표 스타가 됐다. 래리 버드, 매직 존슨에 이어 그의 시간이 오고 있었다.


롤랜드 레이즌비가 쓴 ‘마이클 조던’은 그 과정을 조던 중심으로 조명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더 샷’의 이면까지 들여다보며 경기장 안팎의 흐름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최고 선수이자 시대의 아이콘인 조던의 초상을 최대한 진실하게 담아낸다.

당시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본 제리 크라우스 단장은 셀러스의 인바운드 패스가 완벽하게 들어간 덕에 ‘더 샷’이 가능했다고 평했다. "여태 본 것 중에 가장 훌륭한 패스였어요. 마이클은 수비수 세 명 사이에서 마치 실이 바늘귀를 쏙 꿰듯이 정확하게 패스를 받았죠. 그때 전 코트로 뛰어 내려가서 셀러스를 얼싸안았습니다."


셀러스는 1986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크라우스 단장이 지명한 선수였다. 듀크대학의 조니 도킨스를 지명해달라는 조던의 요청을 거부한 것이어서 훗날 갈등으로 번졌다. "크라우스와 조던은 기쁜 승리의 순간을 완전히 다른 관점에서 보았다. (…) 고집스럽고 늘 남을 이겨야만 직성이 풀렸던 두 사람은 불스 소속으로 성공을 공유했지만, 그 성공은 마치 임자 없는 땅처럼 그들 사이에서 계속 커져만 갔다. 그리고 셀러스는 그 시즌이 끝난 뒤 불스를 떠났다."


이 책은 ‘마이클 조던’의 역전슛이 터지자 두 손을 들고 방방 뛴 일간 시카고 선 타임스의 레이시 뱅크스 기자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평소 조던에게 냉정한 잣대를 갖다댔으나 본심이 튀어나와버렸다는 동료 기자의 인터뷰를 소개한다. 이어지는 평가는 정곡을 찌른다.


"사전에 불스의 승리를 장담했던 만큼 절박함이 커서 그랬겠지만, 그 모습은 조던에게 객관성을 잃은 매스미디어의 모순성을 잘 드러냈다. 스포츠의 인기와 언론사의 이익이 유난히 커진 시대에 스포츠 저널리즘에서 중립성을 찾기란 점차 어려운 일이 되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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