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월 국회를 통과해 이듬해 시행된 비정규직 보호법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비정규직이 급증하자 비정규직 처우를 개선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비정규직 보호법'은 법령이나 법명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노동위원회법' 등을 포괄해 쓰였다. 말로는 비정규직을 보호하자는 법이었으나 경영계는 비정규직 보호에 따른 기업의 비용 부담이 늘어난다며 반대했고, 노동계는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법이 될 것이라고 했다. 나중에는 비정규직 보호법을 두고 노사 모두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법"이라고 입을 모은 바 있다. 문재인 정부가 내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라는 카드를 두고서는 전환 방식과 임금 및 처우 변화 등을 놓고 지금도 노사(勞使) 간, 노노(勞勞) 간 갈등을 빚고 있다.
최저임금은 해마다 노동계와 경영계, 공익위원 간 파행을 거듭한 끝에 모호한 지점의 타협(공익위원안 토대의 절충선)에서 결정됐다. 지난 대선에서 모든 대선 후보가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외쳤다. 경제 규모와 성장률 추이, 물가 수준 등을 감안하면 최저임금은 동결 또는 최소 폭 인상을 주장해온 경영계 요구 이상으로 올리는 게 맞았다. 그런데 2018년 7530원(인상률 16.4%ㆍ2017년에 결정), 2019년 8350원(10.9%)으로 2년 새 30%가량 올랐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자영업자는 물론이고 대기업마저 과도한 부담을 호소했고 결국 향후 2년간 2% 내외로 인상율이 낮아졌고 후유증은 계속되고 있다.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르자 한쪽에서는 "1시간 일해서 설렁탕은 사 먹을 수 있어야 하지 않는가" "지난 대선 때 다들 1만원 공약을 하지 않았는가"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최저임금=설렁탕 가격'이 문제가 아니라 인상의 속도와 폭이 문제였고 공약은 무조건 지켜야 하는 절대선이 아니라 제반 여건과 상황에 따라 비용과 분석을 통해 재검검해야 하는 사안이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을 놓고는 노사정, 진보와 보수진영이 극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정의당과 민주노총, 산업재해 피해 유가족들은 애초의 원안 처리를 요구하며 단식농성까지 들어갔다. "생명은 소중하고 이를 지키기 위한 노력을 다해야 한다"는 명제는 절대 불변의 진리다. 하지만 진리의 현실 반영은 쉽지 않다. 생명 존중과 법적ㆍ행정적 처벌은 다를 수밖에 없다. 각계의 의견을 받아들여 정부가 낸 개정안을 두고서는 국회도, 노동계도, 경영계도 모두 반발하고 있다. 국회는 보수와 진보진영에 따라 당초안보다 시행 시기(유예 기준)와 징벌 규모가 완화 또는 강화됐다며 이견을 보이고 있고, 노동계는 크게 후퇴했다며 단식투쟁을, 경영계는 개정안도 과도한 수준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그렇다면 모두가 만족은커녕 극렬히 반발하고 있는 법안을 왜, 지금, 꼭 추진해야 하는가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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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는 해야겠고 안 하긴 뭐하고 (반대가 심하니) 어느 정도 타협해서 하면 되지 않겠는가"라는 어정쩡한 정부안에 대한 평가가 이렇다 보면 국회 심의 과정에서 또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누더기 법안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누더기 또는 졸속 처리된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 시행되면 그 피해는 오롯이 법안의 이해관계자(또는 단체ㆍ기업)에게 돌아간다. 책임지는 이는 없다. 오히려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게 맞지 않나 싶다. 대관 업무를 하는 이들에 물어보면 21대 국회가 출범한 지 6개월이 넘었지만 이전과 비교해 법안을 발의하는 양만 늘었지 법안 심의와 처리 속도는 짧아졌다고 한다. 졸속ㆍ부실 심의를 거쳐 누더기가 된 법과 제도가 시행되면 결국 이해관계자 모두가 나빠지는 마이너스섬(minus sum)게임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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