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당국·의료·보험업계, 비급여와 전쟁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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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세계 최고수준의 초고령사회인 일본은 최근 고령자 의료비 정책을 정비하고 있다. 내년부터 연소득 200만엔이 넘는 75세 이상 고령자의 의료비 자기부담률을 현행 10%에서 20%로 두 배 높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단카이세대(1947~1949년생)가 고령자에 편입되면서 의료비 급증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병원 이용이 잦은 노인들에게 자기 돈을 더 내도록 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가혹할 수 있지만, 그만큼 다음 세대에 전가되는 경제적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책임감이 크게 작용했다.

우리나라 상황도 비슷하다. 지난해 국민건강보험 재정 적자 규모는 전년 대비 15.9배나 급증, 지속가능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작년에만 8조원에 가까운 국고지원금으로 적자를 메꿨다. '제2의 건강보험'이라고 불리는 실손의료보험의 실태는 더욱 심각하다. 손해율만 130%에 달한다. 과잉 의료와 과당 청구가 원인이다.


실손보험 의료이용량 상위 10%가 전체 보험금 56.8%를 받아갔다. 보험금이 늘어나면서 가입자들의 보험료 인상은 매년 반복됐다. 결국 자기부담금을 높이고 의료이용에 따라 보험료를 할증ㆍ할인하는 '4세대 실손보험'을 도입키로 했다.

하지만 새 실손보험이 기존 실손보험의 손해율 인상을 더욱 부채질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의료 이용이 적은 가입자들이 보험료가 저렴한 보험으로 갈아타면, 기존 보험에는 의료 이용이 많은 가입자들만 남아서 손해율이 급속하게 올라 보험 존속까지도 위협할 것이라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보건당국의 강도높은 비급여 관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과잉 의료 행위를 제어하지 못하면 보험료 인상을 가로막은 효과도 빛이 바랠 수 밖에 없어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대다수 의료기관은 비급여 항목에서 수익을 내고 있으며, 가격이 정해져 있는 급여 항목은 진료량을 늘리고 비급여의 경우 가격을 높여 이익을 창출한다.


이에 보건당국도 내년부터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 등 비급여 관리 강화 방안을 도입키로 했다. 병원급 이상에 적용되던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를 의원급까지 확대하고 공개항목을 늘리는 것이 골자다. 보건복지부가 오는 31일 발표할 비급여 관리 강화 종합대책에도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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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의 적용이 안 되는 의료 행위를 뜻하는 비급여 진료는 새로운 의료기술 적용이나 의료소비자의 선택권 보장 측면에서 꼭 필요하다. 하지만 이익 창출의 도구가 돼서는 안된다. 이제라도 의료계, 보험업계가 함께 비급여 관리에 동참해야 한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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