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송년인터뷰
"변화 적시 따라가지 못하면 감당 못할 덩어리 돼"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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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동우 기자] "임기 내내 ‘냄비속의 개구리’ 이야기를 했다. 변화에 적시 따라가지 못하면 감당 못할 덩어리가 돼서 오는 게 아닌가 걱정을 많이 했다. 기존 산업이라도 바뀐 시대에 맞는 바뀐 그릇을 빨리 제공해야 한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 23일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진행한 출입기자단과 송년 인터뷰에서 "빠르게 바뀌는 시대에 맞춰서 법과 제도가 빨리빨리 바뀌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회장은 "올 한해 경제를 되돌아보면, ‘롤러코스터’ 탄 거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며 "다행히 정부의 지원대책이 상당히 빨리 나와 줘서 크게 한숨을 돌렸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이후 경제회복 시각에 대해서는 조금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급작스런 회복에 기대를 너무 가지면 그 자체에 대해서도 불확실성이 있다"며 "코로나라는 전대미문의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 상당히 많은 비상조치, 특단의 조치들을 해왔는데 이 조치라는 것은 결국 다시 정상으로 되돌릴 때 굉장히 신중히 잘 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코로나 사태를 맞아 언택트 비즈니스, IT를 이용한 온라인 비즈니스가 활성화된 거는 상당히 바람직한 면이지만, 그 이외에는 아직 사실 그렇게 크게 변화된 것이 없어 보인다"며 "그래서 그 부분도 역시 이제 빠르게 바뀌는 시대에 맞춰서 법과 제도가 빨리빨리 바뀌어야 한다고 촉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가 추진한 기업 부담 법안들에 대해서 서운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박 회장은 "기업에 부담되는 법안들을 막 처리해버릴 때는 무력감을 느꼈다"며 "특히 이번 '경제3법'의 경우에는 내용뿐 아니라 처리 과정에서 굉장히 서운했다"고 설명했다.


박 회장은 "국회에서 예상되는 부작용을 어느 정도 반영해주겠다고 했고 공청회와 토론회도 열었지만 입법 결과는 그렇게 되지 않았다"며 "대다수의 성실한 기업을 생각하면 과잉입법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률이 이미 통과됐으니 이제는 소모적인 논란을 이어가는 것보다 통과된 법 테두리 안에서 부작용에 선제 대응해야 한다"며 "경제3법 시행규칙 등 하위법령에서라도 부작용 막을 수 있는 대책들이 들어가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한편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진행 중인 전기차 배터리 소송에 대해서는 "양사를 중재해보라는 얘기도 있었지만 어떤 형태든 법에 의한 결론이 나와야 해결이 될 것 같다"며 "두 기업의 규모나 사회적 입장, 지위를 고려할 때 중재나 화해를 쉽게 떠올릴 일은 아니라고 본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놨다.


경제단체들이 단합해 주요 이슈에 공동 대응해야 주장에는 "경제단체마다 설립 목적과 임무, 회원사 구성이 다르기 때문에 목소리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며 "경제단체들이 한꺼번에 모여 공동성명 내는 것은 줄어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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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의 2020년 송년인터뷰 일문일답


◆내년 경제 전망은?

내년 경제가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백신 접종이 시작돼 거리두기에 대한 부담이 완화되고 경기 부양책이 연결되면 올해보단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 다만 회복세는 단기적 측면에 불과할 것 같고 코로나19 상황에서 취해진 비상 대책에 대한 후유증이 남을 것이다. 이 후유증을 적절하게 검토하고 대비하지 않으면 내후년엔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 또한 기업들의 자금 사정이 급격히 좋아질 것 같지는 않고, 기업들의 '옥석 가리기' 구조조정도 활성화될 것 같다. 사회적으로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과 민간부채, 하반기 대선정국 등 불확실성 요인들이 많다. 단지 위기에서 벗어났다고 좋아할 상황은 아닌 것 같다. 기업 대상 금융지원과 주요 불확실성 요인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포스트코로나 이후 기업들의 활동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디지털, 비대면, 산업별로는 바이오 산업 등 좋든 싫든 이런 변화는 계속 진행 중이고 앞으로도 그 변화는 계속될 것 같다. 새로운 산업에 대한 관심, 일하는 방식의 변화, 또 기술의 변화, 이런 것들에 대한 수용도가 과거보다 훨씬 높아질 것 같다. 비대면 온라인화, 신산업 진출에 따라서, 좋은 데는 더 좋아지고 덜 좋은 데는 더 나빠지는 양극화 문제가 필연적으로 따라올 것 같다. 필요한 인력은 모자라고 남은 인력은 필요가 많지 않은 이런 인력 미스매치 문제도 필연적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이런 데 기업이 눈을 크게 뜨고 있어야 하고.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기업이 인식의 변화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해야 할 것 같다.


◆국제관계 변화의 우리 산업계 영향은.

역사적으로 오랜 우방으로서 군사나 외교, 무역 문제 등에서 돌발 변수가 줄어들고, 예측 가능한 게임의 규칙 아래서 움직일 것 같다. 한일관계는 정경분리가 됐으면 좋겠다. 한일갈등이 1년 이상 지난 현재 양국 모두 얻은 것이 없다. 이제는 말로만이 아니라 정치는 정치, 경제는 경제로 분리됐으면 좋겠다.


◆규제혁파를 추진하시는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샌드박스 관련해서는 우선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작년 10월에 대통령님께 ‘민간 창구를 하나 열어달라고 했다. 우리도 손을 보태겠다’고 말한 것이다. 사실 속 뜻이 정부에서 하는 샌드박스와 경쟁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정부를 도와서 새로운 사업을 여는 속도를 올려보겠다’ 고 말씀을 드렸는데 정부가 초스피드로 3달 만에 샌드박스 민간창구를 만들어줬다. 굉장히 그게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다중무선충전기술이라든지, 무선충전기술이 두 가지인데 이런데 앉아있다가 가면 충전되는 기술, 버스가 길 위를 달리면서 저절로 충전되면서 가는 기술. 이런 새로운 기술도 있었다. 또 그 다음에 공유주방, 공유미용실 같은 거는 서민업종을 위한 건데 공유주방은 식품위생법을 60년 만에 손을 본 겁니다. 공유미용실은 거의 20년만 손 볼거고. 이렇게 해서 청년 창업가들이 많이 오고 기회를 열어준 게 기억에 남는다.


◆경제3법이 결국 통과됐다.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은?

경제3법의 내용이나 절차에 대해 아쉬움이 있지만, 이제는 소모적인 논란을 이어가는 것보다 정해진 법의 테두리 안에서 제도적 보완책을 찾아야 한다. 시행령, 시행규칙 등 하위법령에 부작용을 막을 수 있는 대책이 반영돼야 하고, 기업도 투명하고 경영효율을 높이는 대책을 찾아야 할 것 같다. 경제3법은 기본법이지만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등 기업들이 기회만 있으면 보완해달라고 지속해서 요청하는 개별법들이 있다. 국회는 해당 법안에 대해 과잉입법은 아니었는지 반성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경제단체들이 주요 이슈에 공동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경제단체는 태생적으로 단체의 성격에 따라 내는 목소리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경제단체별로 회원사 구성이나 설립 목적, 임무, 집중 이슈가 다르기 때문이다. 각자 집중하는 이슈에 따라 토론하고 의견을 내야지 '경제계 대 정부', '경제계 대 입법부' 등 대립 구도를 설정하고 구분 짓는 것 같아 불편하다. '경제3법' 국면에서도 경제단체들이 처음에 반대의견을 내서 공동대응을 하자는 제안이 왔는데 대한상의는 이후 토론회와 공청회 등 절차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참여하지 않았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 경제단체가 한꺼번에 모여서 공동성명 내는 것은 줄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간 배터리 소송이 장기화하고 있는데.

어떤 형태로든 법에 의한 결론이 나와야 해결이 될 것 같다. 두 기업이 자신의 기술과 인적자원 문제를 놓고 서로 시각이 달랐고, 법원에 판단까지 맡긴 상황에서 그냥 친구 간 협상하듯 할 일은 아닌 것 같다. 저보고 양사를 중재해보라는 얘기도 있었지만, 두 기업의 규모나 사회적 지위 등을 고려할 때 쉽게 중재나 화해를 떠올릴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 기업을 바라보는 눈이 선진화될 필요가 있다.


◆올해 대한상의 역점사업과 평가는?

기업이 새 기회 찾으려 하는데 낡은 법과 제도가 가로막는다면 그것을 바꾸거나 들어내야 한다는 소신에 변함이 없다. 작년 10월 문재인 대통령에게 '민간 샌드박스 창구를 열어주십시오. 대한상의도 손을 보태겠습니다'고 말했는데, 정부가 빠르게 샌드박스 민간창구를 만들어줬다. 올해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대한상의 민간 샌드박스로 어려웠던 일이 풀린다고 소문이 나니까 청년 창업가들이 찾아와서 세상에 없던 신기술들이 출시됐다. 낡은 법과 제도를 혁신하고 젊은 기업에 사업 기회를 확대하는 일을 욕심껏 할 수 있었다. 제일 큰 보람으로 생각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대한상의 차기 회장 후보로 거론된다.

회장직 제안 여부와 내부 논의 상황을 공개할 순 없지만, 답이 올 것으로 생각한다. 대한상의 회장 인선 절차는 법으로 정해져 있고 지금부터 약 한 달 사이 어떤 형태로든 회장단의 중지를 모아야 한다. 누가 됐든 차기 대한상의 회장은 상당히 큰 책임감을 느끼면서 이 자리에 들어올 것으로 생각한다. 제가 처음 회장이 됐을 때와 대한상의 환경이 너무 많이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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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3월 퇴임 예정이다. 소회와 퇴임 후 계획은?

공식 임기가 3개월 남아있는 만큼 아직 생각을 정리하진 않았다. 다만 우리 사회가 기업·경제에 대해 가지고 있는 문제나 기대가 처음 취임했을 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고 그대로인데, 바꿔야 할 것을 바꾸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다. 퇴임 후 계획은 아직 없고, 뭘 해야 할지 고민해봐야겠다.


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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