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이제 입사 2주차 신입인데…" 일상 덮친 '코로나 공포'
입사 2주차에 겪은 코로나 일상의 악몽
친척 확진 소식 후 '음성' 판정때까지 '발동동'
"이제는 정말 남의 일 아닌 내 일"
[아시아경제 김대현 기자] “뭐? 그게 말이 돼!”
지난 14일 저녁 8시. 퇴근 후 친정인 ‘우리집’에 들른 누나가 전화를 받고 소리쳤다. 낮 동안 부모님께 맡긴 아이들을 데려가려던 참이었다.
상기된 표정으로 전화를 끊은 누나는 본인과 아이 둘의 마스크 착용을 끝내고서야 입을 열었다. 지난 주말에 만나 생활한 다른 친척이 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이었다. 식사를 하던 나와 부모님도 부랴부랴 마스크를 챙겨 썼다. 평화롭던 우리 가족의 일상에 ‘코로나 악몽’이 현실이 된 순간이다.
집에 돌아간 누나에게 30여 분만에 다시 연락이 왔다. 누나는 “확진자의 현지 보건소에서 ‘역학조사 결과 밀접접촉자이니 자가격리 해야 한다’고 했다. 내일 이곳 구청 보건소에 가서 검사를 받아야한다고 안내받았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전했다.
처음엔 “정신을 바짝 차리고 수습해야 한다”고 정리에 나섰던 아버지도 결국 “이게 우리 일이 되다니, 정말 우리 일이 되다니…”라며 같은 말을 반복할 뿐이었다.
◆수습하던 아버지도 ‘멘붕’=나도 머리가 복잡했다. 확진자가 일하던 회사가 통째로 셧다운 되고, 동선이 낱낱이 공개된 사례들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찾아온 현실. ‘회사엔 뭐라고 말하지? 난 아직 입사 2주도 안된 수습기자인데?!’
그렇지만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질병관리청 번호인 ‘1339’에 전화를 걸었다. 당장이라도 가족들과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싶었다. 하지만 24시간 운영하는 선별진료소가 있는 자치구는 서울시 전체에서 4~5개뿐이었다. 막상 안내받은 병원 중 두 곳에 연락하니 모두 “본인이 확진자와 직접 만난 것도 아니니, 내일 오전에 와야 한다. 인력이 없다”고 설명했다. 정작 밀접접촉자로 분류된 누나 가족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일단 회사에 알려야한다’는 생각이 든 건 1시간쯤 지난 밤 시간이었다. 인사부장과 소속 부서장에서 연락하고 부모님과 눈을 마주치니 다시 심장이 새카맣게 타들어 갔다.
누나와 어린 조카들이 눈에 밟혔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지만, 편히 잠든 사람은 없었다. 눈은 새벽 5시부터 떠졌다. 검사 시작시간인 오전 10시가 너무 길게 느껴져 다른 검사소를 찾았다. 가까운 자치구에 9시부터 시작하는 곳이 있었다.
계획을 바꿔 옷을 챙겨 입고 검사소로 향했다. 하지만 검사는 정각에 시작되지 않았다. 관계자는 “아직 준비가 안됐다. 의료진 오려면 기다려야 한다”고 반복적으로 안내했다. 사람들은 “의료진이 오기는 오느냐”며 항의했다. 영하 10도의 칼바람에 사람들은 좌우로 서성이고 다리를 움직이며 추위 녹였다. 검사가 빨리 이뤄질 줄 알았는지 슬리퍼만 신고 온 한 여성은 결국 제자리에 쪼그려 앉아 몸을 감쌌다.
◆‘음성’ 통보 받았지만 다시 밀려오는 공포=30명이 넘는 대기줄이 만들어지고서야 검사가 시작됐다. 실제 검사는 20~30초 만에 끝났다. 문제는 검사 결과가 통보되기까지 48시간이 걸린다는 것이었다. 다시 찾아보니 구청 보건소에선 24시간 이내에 검사 결과를 알려준다고 했다. 부모님과 차를 몰고 가 2시간가량을 기다려 다시 검사를 받았다.
검사를 받고 집에 돌아와서도 가족은 모두 마스크를 쓰고 지낸다. 음식도 각자가 따로 만들어 먹었다. 손이 닿는 모든 곳에 최대한 소독제를 뿌렸고, 온라인 쇼핑몰에 추가 주문도 넣어놨다. 화장실도 따로 사용했다. 검사를 앞둔 밤만큼이나 결과를 기다린 밤도 너무 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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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전 9시29분. 나와 부모님은 검사 결과 ‘음성’ 통보를 받았다. 안심과 긴장이 풀리면서 피로가 몰려왔다. 그러면서 다시 공포가 밀려왔다. 남의 일이 아니었다. 어떻게 바이러스에 감염되는지 모른 채, 확진자가 될 수도 있다는 공포였다. 나 스스로도 인식하지 못한 채 내가 피해자가 될 수도, 아니 남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는 것이었다. 코로나19의 악몽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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