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교도소, 3월~8월 120여명 개인정보·범죄사실 게시
시민들 "운영자 처벌 과해" vs "무고한 피해자 발생 책임져야"
전문가 "디지털교도소 논란, 사법 체계 개선도 필요해"

성범죄 등 강력사건 범죄자 신상을 임의로 공개한 '디지털교소도' 1기 운영자가 검찰에 구속 기소됐다. 사진=연합뉴스

성범죄 등 강력사건 범죄자 신상을 임의로 공개한 '디지털교소도' 1기 운영자가 검찰에 구속 기소됐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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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수완 기자] 성범죄자 등 강력범죄자로 추정되는 사람들의 신상을 임의로 공개하는 사이트 '디지털교도소'의 운영자가 검찰에 구속 기소되면서 이를 두고 시민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사법부의 '솜방망이 처벌'을 운영자가 대신해줬다며 처벌은 과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일각에서는 무고한 피해자가 발생하는 등 각종 부작용이 발생해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복수의 매체에 따르면 검찰은 2일 성범죄자 등에 대한 개인 신상을 무단으로 공개한 혐의(개인정보보호법위반 등)로 디지털교도소 1기 운영자 A(33) 씨를 구속기소했다.

A 씨는 지난 3월부터 8월까지 디지털교도소 사이트와 인스타그램 계정 등을 개설·운영하면서 디지털 성범죄, 살인, 아동학대 등 사건 피의자의 신상정보와 법원 선고 결과 등을 무단으로 게시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지난 9월 베트남에서 붙잡혀 국내로 송환된 바 있다.


A 씨는 이 기간 동안 120여 명의 개인정보와 범죄사실 등을 170여 회에 걸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디지털교도소 사이트에 게시했고, '성범죄자 알림e'에 등록된 성범죄자 6명의 정보를 게시하는 등 아동·청소년의 성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도 받고 있다.

앞서 디지털교도소는 일부 혐의가 없는 이들이 가해자로 지목되면서 억울한 피해자를 만든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실제로 성 착취물을 제작했다며 신상이 공개된 서울 소재 대학에 다니던 학생은 억울함을 호소하다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라 성범죄와 관련이 없는 한 대학교수도 성착취범이라는 누명을 쓰는 등 논란이 일었다.


이렇다 보니 일부에서는 디지털교도소 운영자를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았거나, 범죄행위가 확정되지 않은 사람에 대해서도 개인 신상정보를 임의로 게시해 무고한 피해자가 나왔기 때문이다.

지난달 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디지털 교도소, 눈먼 정의'라는 제목의 청원 글.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지난달 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디지털 교도소, 눈먼 정의'라는 제목의 청원 글.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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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디지털교도소 운영자에 대한 처벌을 촉구하는 청원 글이 잇따라 올라오기도 했다.


한 청원인은 "(디지털교도소) 문제점은 일개 개인이 확인조차 되지 않은 사람들의 신상정보를 걸어 놓는 것"이라며 "이것은 정의가 아니며 올바른 행동도 아니다. 아니면 말고라는 식의 논리를 가지고 단순히 마녀사냥만을 반복하는 사이트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청원인은 "평범한 대학생이 하루아침에 성폭행범이 됐다. 사진과 학교, 전공, 휴대전화 번호 등이 '디지털 교도소' 사이트에 공개되었다. 그는 결백을 주장했지만 수많은 불특정 다수가 그에게 전화, 문자 등의 테러를 하였고, 법적으로 증빙된 증거 하나 없이 젊은이 한 명이 사회적으로 매장되었다"며 "법적인 책임도 마다하지 않겠다던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생명, 인생을 망쳐놓고 도망친 것이다. 정의가 살아있다면, 이들을 꼭 검거해달라"라고 촉구했다.


반면 올바른 일을 했으므로 처벌받는 것은 과하다는 견해도 있다. 디지털교도소는 성범죄자들의 신상을 웹사이트에 공개해 진화하는 범죄를 막기 위한 취지로 만들어졌다는 이유에서다.


직장인 김모(27) 씨는 "요즘 범죄도 날이 갈수록 진화해가고 있다. 이 때문에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시민들이 많았다"며 "하지만 디지털교도소의 등장으로 범죄를 저지르면 신상(이름, 나이, 휴대폰 번호 등) 이 공개될 수 있다는 인식이 생겼다. 일종의 사회적 심판을 받게 해 범죄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디지털교도소도 이런 취지에서 생겨났다. 덕분에 흉악범죄를 저지르고 잘 먹고 잘살던 범죄자들이 피해자들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지 않나 싶다"며 "좋은 취지에서 시작했는데 처벌하는 것은 너무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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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디지털교도소 측은 활동을 시작한 직후에 '웰컴투비디오' 운영자 손정우(24)의 사진과 출신 학교 등을 공개하기도 했다. 또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N번방 이용자 등의 신상정보도 게시됐다.


일각에서는 결국 이같은 일의 발단은 성범죄자들이 가벼운 처벌을 받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사법부의 솜방망이 처벌을 대신해 범죄자 신상을 공개했다는 것이다.


최근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지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디지털성범죄 관련 1심 징역형 선고 1823건을 조사한 결과,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제작·배포 등의 혐의로 기소돼 실형을 선고받은 비율은 12%뿐이었다.


특히 디지털성범죄 피해자들은 온라인상에서 2차 피해를 겪고 있지만, 가해자의 대다수는 집행유예 등의 가벼운 처벌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는 디지털교도소 논란과 관련해 우리나라 사법 체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cpbc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과 인터뷰에서 "공적 처벌이 다른 나라보다 굉장히 미흡하다는 감정이 쌓여 있고 그래서 사적 제재 수단으로 디지털교도소 사이트가 등장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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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피해자 인권을 생각해서 자력 구제를 해야 한다는 것은 사법체계의 개선도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사법부가 상식적으로라도 엄벌이 이뤄지는 선례를 남겨 더 이상 이런 강력범죄가 일어나지 않고, 애매한 사람들이 고통받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라고 제언했다.


김수완 기자 suw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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