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미사변 목격자, 근대 건축사에 한 획 긋다
문화재청 특별전 '1883 러시아 청년 사바틴, 조선에 오다'
사바틴의 기억과 손길 닿은 건축물 등 조명
을미사변은 1895년 10월 8일 조선 주재 일본공사 미우라 고로가 경복궁에 난입해 명성황후를 시해한 사건이다. 이 광경을 외국인 두 명이 목격했다. 경복궁 당직관이었던 러시아 건축가 아파나시 이바노비치 세레딘 사바틴(1860∼1921)과 미국 장군 맥이 다이다. 새벽 4시쯤부터 건청궁 곤녕합(명성황후 처소)에서 사건을 지켜봤다. 사바틴은 약도, 증언서 등 기록으로 남겼다.
사바틴의 조선 경험담을 돌아보는 전시가 마련된다. 문화재청이 다음 달 11일까지 온라인과 덕수궁 중명전 2층에서 하는 특별전 ‘1883 러시아 청년 사바틴, 조선에 오다’이다. 한국·러시아 수교 30주년을 기념해 사바틴의 기억과 손길이 닿은 건축물 등을 조명한다.
사바틴은 1883년 인천해관 승선세관감시원 자격으로 처음 조선 땅을 밟았다. 1904년 떠날 때까지 제물포항 부두를 축조하고, 궁궐 건축물과 정동 일대 근대 건축물의 설계와 공사를 맡았다. 문화재청 측은 “아관파천과 관련한 러시아공사관 건축에도 참여하는 등 우리 근대 건축사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전시는 네 가지로 나뉜다. 프롤로그에서는 사바틴이 목격하고 기록한 을미사변을 다룬다. 직접 그린 명성황후 시해 장소 약도와 당시 사건을 기록한 증언서 등을 영상으로 보여준다.
1부 ‘조선에 온 러시아 청년 사바틴’에서는 사바틴의 다양한 활동을 자료로 복기한다. 을미사변을 목격하고 조선을 떠났다가 1899년 돌아와 1904년까지 건축·토목사업에 관여한 기록들이다. 열강의 대립과 갈등에 휩싸였던 한반도 역사도 조명한다. 1884년 7월 7일 체결된 조러수호통상조약 조선 측 비준 문서가 대표적인 예. 제정 러시아 대외정책문서보관소에 있어 사진으로 보여준다.
2부 ‘러시아 공사관, 사바틴의 손길이 닿다’에서는 러시아공사관 건립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건물은 러시아 대리공사이자 총영사였던 베베르가 설계안, 부지 매입 등을 주도했으나 예산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다. 사바틴이 예산과 설계를 수정해 공사를 마칠 수 있었다. 문화재청 측은 “최초 설계안과 준공안, 멕시코 달러로 계산된 견적서, 공사 대금 요청 청원서 등 러시아공사관이 준공되기까지 겪은 우여곡절과 상세한 공사과정을 살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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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사바틴, 제물포와 한성을 거닐다’에서는 제물포와 한성에 있는 건물 열두 채의 모형과 사진을 내건다. 러시아공사관, 관문각, 제물포구락부, 독립문, 손탁호텔, 덕수궁 중명전·정관헌 등이다. 하나같이 사바틴이 건설에 참여했거나 관여했다고 추정되는 곳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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