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부터 4개월간 85건 '주민 갑질 신고'…경찰, 64명 입건
고(故) 최희석 유족 "제2, 제3의 최희석 발생해선 안 돼"

서울 강북구 우이동의 한 아파트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아파트 경비원을 추모하기 위해 주민들이 고인이 생전 생전에 근무하던 경비 초소에 마련된 분향소에 모여있다. 사진은 지난 5월11일 촬영된 분향소 앞에 모여든 주민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서울 강북구 우이동의 한 아파트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아파트 경비원을 추모하기 위해 주민들이 고인이 생전 생전에 근무하던 경비 초소에 마련된 분향소에 모여있다. 사진은 지난 5월11일 촬영된 분향소 앞에 모여든 주민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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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김영은 기자] # "언론에 나온 그 경비원 사건 알지?" 지난 6월, 서울 구로구 한 아파트에서는 방문객이 경비원에게 고(故) 최희석 씨 사건을 협박의 소재로 사용하며 약 50분 동안 소동을 벌였고, 같은 달 강남구 한 아파트에서는 입주민이 말싸움 끝에 경비원에게 커피를 뿌리는 등 갑질을 했다.


# "어이 종, 주인 행세 하지 마" 지난 7월, 서울 성북구의 아파트에서 근무하는 경비원은 단지 내 헬스장에서 달력을 치웠다는 이유로 입주민에게 이와 같은 폭언을 들었다. 입주민은 고함을 지르고 반말을 하며 경비원을 모욕했다. 또한 지난 8월, 서울 은평구에서는 천장 누수 문제로 민원을 제기하던 아파트 입주민이 뜨거운 물을 경비원의 목에 끼얹었다.

# 11일 춘천경찰서에 따르면, 한 입주민은 아파트 경비원이 자신에게 인사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가슴을 밀쳐 넘어뜨리고 어깨를 때리는 등 폭행했다. 또한, 지난달 태풍 '마이삭'이 불어닥친 당시 경북 포항시 남구의 한 아파트에서 근무하는 경비원은 입주민으로부터 새벽 3시에 순찰을 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았다. 당시 태풍으로 인해 지붕이 떨어지고 비바람이 치는 상황이었고 경비원은 '안전이 우선이니 절대 나가지 말라'는 지시를 받은 상태였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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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서울 강북구의 한 아파트 경비원이었던 故 최희석 씨는 입주민의 폭행과 폭언 등 끈질긴 괴롭힘으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 하지만 이 사건 이후에도 특별 신고 기간 내에 비슷한 유형의 경비원 괴롭힘 사건이 여전히 서울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희석 씨 유족은 경비원에 대한 갑질이 여전하다면서 갑질 중단을 호소했다.

경찰은 최 씨가 숨진 이후 보름 만에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해 아파트나 대형 건물에서 벌어지는 경비원 대상 갑질 행위에 대한 특별 신고 기간을 운영해왔다.


하지만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지난 8일 서울지방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5월 25일부터 지난 6일까지 4개월여간 85건의 신고가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이 중 62건에 연루된 64명을 입건한 상태다.


이 의원은 "공동주택 노동자들의 정당한 보수와 안정적 고용, 부당한 업무 제한 등 열악한 노동 환경이 개선되고 노동자의 권리가 보장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의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갑질을 없애려면 노동의 가치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노동자를 존중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경비원 괴롭힘 문제를 줄이기 위해 국토교통부는 지난 7일, 아파트를 비롯한 공동주택 경비원을 부당하게 괴롭히는 행동을 금지하는 조항을 담은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입주자 등은 경비원의 업무에 부당하게 간섭할 수 없으며 법령에 정해진 업무 외에는 시키지 못하게 된다.


또한, 경기도는 공동주택관리규약 준칙 개정안을 이번 달 경기도 공동주택관리규약 준칙 심의위원회를 통해 확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개정안은 공동주택 내 경비원 등에 대한 괴롭힘 사실을 알게 된 경우, 관리주체는 갈등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하며 피해노동자가 요청할 경우 근무 장소 변경, 유급휴가 등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경비원에 대한 갑질이 여전히 곳곳에서 일어나는 가운데 시민들은 관련 기사 댓글을 통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네티즌들은 '저런 기본적인 내용을 규약에 담아야만 실행된다는 현실이 부끄럽다', '사람이 세상을 떠나야 관심을 갖기 시작하는 씁쓸한 현실', '개정된 법을 각 아파트 현관문에 대자보처럼 붙여서 홍보해야 갑질이 줄어들 텐데' 등의 반응을 보였다.


고(故) 최희석 씨의 유족은 경비원 상대 갑질 자제를 당부했다. 유족은 "요즘도 여전히 갑질 문제가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 같다"며 "국가와 정부가 법을 개정하는 것만 믿고 제2, 제3의 최희석이 생겨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라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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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내가 갑이고 네가 을이다'라고 여기지 말고 '당신이 있어서 내가 있다'고 생각하면 좋겠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고 말하며 "지금 이 시간에도 희석이처럼 고통받는 사람들이 분명 있을 거다. 제발 더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씁쓸한 심정을 전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김영은 인턴기자 youngeun92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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