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후퇴" vs "국민 위협" 한글날 집회 차벽 갈등
민주당 "가장 큰 위협 요인은 극우단체의 도심 집회"
국민의힘 "차벽까지 설치하니 민주주의 후퇴라는 비판 많아"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정부가 9일 서울 광화문 광장 인근에서 열릴 수 있는 한글날 집회에서도 '차벽'(車壁) 을 설치하겠다고 예고해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시는 광화문 인근 지하철역에서 전동차를 무정차 운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코로나19 확산 우려가 있는 대규모 집회 개최는 마땅히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인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비판이 있다. 앞서 개천절 집회에도 이를 둘러싼 격론이 일어난 바 있다.
9일 보수단체 등에 따르면 한글날 서울 지역에 신고된 집회는 전날(8일) 기준 총 1220건이다. 10인 이상이 참여하는 신고 집회 70건은 모두 금지 처분을 받았다. 또 10인 미만 집회 69건도 금지 통고 됐다. 차량 시위는 애국순찰팀, 우리공화당 서울시당 등 2건 예고돼 있다.
여당은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불가피한 조처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일부 보수단체의 '한글날 집회' 강행 움직임에 대해 8일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코로나 방역은 한순간의 방심, 허점에 무너진다"며 철회를 요구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가장 큰 위협 요인은 극우단체의 도심 집회"라며 "국가 방역체계를 무너뜨리고 국민에 위협을 가하는 집회를 기어이 열고 말겠다는 극우단체의 행태를 이해할 수도, 용납할 수도 없다"며 "한글 창제의 의미인 '애민 정신'을 되새겨보라"고 말했다. 이어 "광화문 차벽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방역의 최후안전선"이라며 "이 고비를 넘겨야 경제 반등, 일상 회복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이명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경찰청 국감에서 "불법집회에 대응하는 방안이 여럿 있는데 차벽까지 설치하니 민주주의 후퇴라는 비판이 많다"며 "한글날은 자랑스러운 날인데 다시 검토해달라. 차벽 설치를 피해야 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최춘식 의원은 "개천절 집회에서 불법행위가 전혀 없었다고 볼 수도 있는데, 그렇다면 차벽을 빨리 해체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차벽을 설치하더라도 주민 불편과 교통혼잡을 최소화했어야 한다"고 질타했다.
같은 당 서범수 의원은 "경찰이 개천절에 차량 537대를 이용해 광화문 광장 등에 차벽을 세웠다"며 "전국의 경력을 동원하고 2억원을 들여 폴리스라인을 만드는 등 과잉 대응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는 막되 헌법에 보장된 시민의 (집회·시위) 자유는 보장하기 위해 노력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민들도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서울 광화문 인근에 있는 직장에 다니고 있다고 밝힌 30대 회사원 김 모 씨는 "집회 자유도 좋지만 코로나19가 확산하면 당장 생명이 위태롭다"면서 "독재 공권력 성격이 아닌 (감염병) 방역의 목적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또 다른 20대 직장인 이 모 씨는 "코로나 방역 조치로 이해할 수 있지만, (집회 통제 수준이) 너무 과도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좀 적절하게 대응을 하면 이렇게 갈등이 일어나지도 않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글날에도 경찰이 차벽을 통한 집회 봉쇄 방침을 밝힌 가운데 법원은 '도심집회 금지를 멈춰달라'며 보수단체가 낸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안종화 판사)는 전날(8일) '8·15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서울종로경찰서와 서울시를 상대로 낸 옥외집회 금지처분 효력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코로나19의 감염 예방 및 확산 방지라는 공익을 실현하는 데 심각한 어려움이 야기될 수 있고, 이는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명백한 위협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코로나19 확산 우려에 대해서 재판부는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꾸준히 발생하는 상황에서 전국 각지에 거주하는 1천명이 대중교통 등을 통해 집회에 나선다면 불가피하게 밀접 접촉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며 "집회를 매개로 한 감염이 발생할 경우 감염경로 파악에 심각한 어려움이 생기고 그 확산도 자명해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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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서울시는 시청역, 경복궁역, 광화문역 등 광화문 인근 지하철역 4곳 무정차 통과와 출입구 폐쇄 등 '원천 차단'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 박유미 서울시 방역통제관은 전날 "집회 개최 시, 철저한 현장 채증을 통해 불법집회 주최자·참여자는 고발 조치하고,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손해배상 청구도 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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