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의 결단] 'M&A 승부사들' …'코로나19' 기회로 삼을까
[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업종 간 장벽이 무의미해지면서 산업지도가 근본적으로 바뀌게 됩니다. 새롭게 그려지고 있는 산업지도와 발 빠르게 합종연횡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틈바구니에서 한국의 그룹사 총수들의 눈은 어디를 향해 있을까요. 바로 인수합병(M&A)를 통한 미래 시장 선점입니다. 총수들은 '똑똑한' M&A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합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글로벌 기업들이 위기를 겪고 있는 지금은 우리 기업들에겐 오히려 기회이기도 합니다. 위기에 미리 대비하는 한편, 코로나19로 좋은 기업이 시장에 나오면 적극적으로 M&A에 나선다는 전략이죠.
'M&A 승부사들' …'코로나19' 절호의 기회로 삼을까
SK그룹 각 계열사는 현금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회사채 발행은 기본이고 지분 매각, 기업공개(IPO) 등 현금을 확보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고 있습니다. SK에너비는 지난 4월 회사채 5500억원을 발행했고, 윤활유 사업을 맡은 SK루브리컨츠도 5월 회사채 3000억원을 발행해 현금을 확보했습니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 2월 1조6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습니다. 지분 매각도 적극적입니다. SK E&S는 지난 4월 보유하고 있던 중국 민영 가스기업 차이나가스홀딩스 지분(10.25%)을 모두 처분해 1조8000억원에 달하는 현금을 확보했습니다. SKC도 SK바이오랜드 지분을 전량 매각했습니다. SK파이오팜을 상장하는 한편,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소재 자회사인 SKIET 상장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SK계열사들이 실탄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일각에선 SK그룹이 대형 M&A를 준비하고 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옵니다. 최태원 회장은 'M&A 승부사'로 불리는데요. SK그룹이 현재의 미래형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데 M&A가 큰 역할을 했기 때문입니다. SK하이닉스 인수 당시만해도 반도체는 매력적인 사업이 아니었습니다. 반도체는 공장을 하나 짓는데 3조~4조원이 필요한 위험부담이 있는 신사업이었습니다. SK그룹 내부에선 기존 그룹 포트폴리오와 연관성이 없다며 인수에 부정적인 반응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반도체를 깊이 연구한 최 회장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미래를 확신한 그는 그룹 주력사인 SK텔레콤을 앞세워 2011년 하이닉스를 인수했습니다. 미운오리로 시작했던 하이닉스는 현재 SK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최 회장은 2016년 반도체용 특수가스 제조업체 OCI머티리얼즈(현 SK머티리얼즈)와 산업용 가스 제조업체 SK에어가스를 인수했습니다. 연이어 2017년 반도체 웨이퍼 전문업체 LG실트론(SK실트론)을 인수했고, 이 SK실트론은 미국 화학회사 듀폰의 반도체 실리콘웨이퍼 사업부문을 인수했습니다. 바이오부문 M&A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며 신성장 동력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SK는 2018년 미국 의약품위탁개발생산 기업 '앰팩'을 인수했습니다. 지난해 10월 SK바이오텍과 SK바이오텍 아일랜드, 앰팩 등 여러지역에 분산돼 있던 의약품 생산법인 세 곳을 통합해 SK팜테코를 설립했습니다. 이 법인은 최근 미국 정부가 추진하는 1조원 규모 전염병 대응사업 핵심 공급처로 선정됐습니다. 손대는 것마다 '황금'으로 만드는 최 회장의 '넥스트(NEXT)' 빅딜에 대한 기대감이 나오는 이유겠죠.
2016년 11월 전장사업 본격화를 위해 미국 하만을 80억달러(약 9조8000억원)에 인수한 뒤 빅딜이 전무했던 삼성전자는 현재 미래 먹거리를 위한 실탄이 두둑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지만 다른 글로벌 경쟁 반도체 기업들의 M&A가 잇따르고 있는 것도 이런 기대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삼성과 반도체 업계 매출 1위 자리를 놓고 수년째 경쟁하고 있는 인텔은 2015년 프로그래머블반도체 업체 '알테라'를 160억 달러에, 2017년에는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 개발업체인 '모빌아이'를 153억 달러에 각각 인수했습니다. 또 올해 5월에는 서비스형모빌리티업체 '무빗'을 9억 달러에 인수하며 향후 급성장이 예상되는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서 확실한 경쟁력을 확보했습니다. 그래픽처리장치를 활용한 인공지능 기술인 'GPGPU'의 등장으로 인공지능 시장의 절대 강자로 떠오른 엔비디아의 행보도 삼성전자에겐 자극이 되고 있죠. 엔비디아는 지난해 3월 데이터센터용 반도체 업체인 '멜라녹스테크놀로지스'를 70억 달러에 인수하며 노트북에 이어 서버용 반도체 시장 경쟁력을 강화했습니다. 특히나 최근에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 핵폭탄급 충격을 던졌는데요. 엔비디아는 세계 최대 반도체 설계회사인 영국의 ARM을 400억 달러에 인수해 반도체 시장의 '공룡'으로 거듭났습니다. 여기서 한가지 안타까운 부분은 삼성의 경우 이재용 부회장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 때문에 잠시 주춤하고는 있다는 점인데요. 미래 성과를 위해선 M&A를 통한 글로벌 시장의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관련 기술 흡수가 필수적일텐데요. 예전처럼 다시 삼성그룹의 공격적인 M&A 행보를 기대해봅니다.
현대차그룹도 최근 몇년간 미래차 기술 확보를 위한 공격적인 투자와 기술 내재화 움직임을 보여왔습니다. 차세대 이동수단에 접목 가능한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에 주로 관심을 두고 있으며, 투자 규모는 수십억원에서는 많게는 수천억원 단위로 지분투자 및 기술제휴 등을 병행하는 모습 입니다. 지난해 현대차는 기아차와 공동으로 인도의 차량공유 업체 올라(ola)에 약 3억 달러를 투자했죠. 모빌리티 기업으로 변모하는 과정에서 필수적인 변화입니다. 글로벌 완성차 시장에서 현대차와 경쟁하는 기업들의 대부분이 미래차에 접목 가능한 기술들을 외부 업체들과 제휴를 맺고 공동 연구개발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정의선 총괄 수석부회장 체제에 들어선 후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를 중심으로 한 해외기업 투자가 더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데요. 정 부회장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상당히 큰 편입니다. 동시에 삼성전자 출신의 지영조 사장이 이끄는 전략기술본부의 역할도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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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그룹도 올해 현금성 자산을 많이 늘렸습니다. LG전자는 지난 2월 중국 베이징 트윈타워 지분을 역 6700억원에 매각했습니다. LG화학은 중국 화학소재 업체인 산산에 LCD편광판 사업을 매각하는 조건부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지난 2월 9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고, 배터리 사업부문 분사도 준비 중입니다. LG그룹은 최근 M&A관련 세미나를 여는 등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지난 2018년 오스트리아의 자동차용 헤드램프 업체인 ZKW(약 1조4000억원) 인수 이후 대형 딜이 나올지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LG그룹은 구광모 회장 체제전환 이후 실용주의에 입각해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LG전자의 ZKW 인수와 산업용 로봇기업 로보스타 인수를 비롯해 LG생활건강의 피지오겔 인수, LG화학의 유니실 인수 등을 단행한 바 있습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각 그룹들이 미래 기술을 직접 개발하고 접목하기엔 돈보다 시간이 부족합니다. 언뜻 '코로나19'로 조용한 것처럼 보이지만 총수들 간에 '가성비' 좋은 미래 기업 찾기에 서로 경쟁이 붙을 정도로 물밑으론 치열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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