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신 부회장 "과도한 규제, 기업 내몰고 일자리 없앤다"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 아시아경제 인터뷰, 잇단 규제법안에 날선 비판
"무분별 고발, 징벌적배상은 과도…기업들 해외로 다 내몰 셈인가"
"선진국과 반대로 가는 한국, 결국 일자리 감소 불가피"
[아시아경제 이창환 기자, 이동우 기자] "선진국들은 경제를 살리기 위해 기업 규제를 계속 없애고 있는데 한국은 반대입니다. 지금처럼 규제가 과도하게 쏟아진다면 결국 기업들은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을 테고, 국내 일자리도 계속 줄어들 것입니다."
권태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은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집무실에서 응한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기업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정부와 국회가 최근 규제 강도를 더 죄고 있어 매우 힘든 상황"이라며 정부와 국회를 향해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기업규제법 '소액주주'만 초점 맞춘 불공정법
권 부회장은 특히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상법,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집단소송제, 징벌적손해배상제 등을 기업들이 우려하는 대표적 규제로 꼽으면서 '소액주주'에만 지나치게 초점을 맞춘 규제라며 날선 비판을 내놨다.
감사위원은 기업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의 핵심 인력으로 감사는 물론 기업 경영에까지 관여할 수 있다. 현재까지는 대주주가 임명한 이사 중에서 감사위원을 뽑고 있는데 정부의 상법 개정안에 따르면 기업들은 앞으로 주주총회에서 감사위원 1명 이상을 이사와 분리해 선출해야 한다. 게다가 대주주의 의결권은 3%밖에 행사할 수 없어 소액주주의 힘이 지나치게 강화된다는 지적이다.
"과거 2004년 외국계 펀드 소버린에 의한 SK 경영권 공격 사태와 유사한 사안이 빈발할 수 있다"고 권 부회장은 주장했다. 당시 소버린자산운용은 보유한 SK 주식 14.99%를 펀드 5개로 쪼개 2.99%씩의 의결권을 행사했다. 소버린은 높은 의결권을 바탕으로 SK 경영진 퇴진과 부실계열사(SK글로벌) 지원 반대, 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을 요구하며 경영권을 위협했다.
다중대표소송제 역시 문제라고 언급했다. 다중대표소송제가 도입되면 모회사의 주주는 지분 1%(상장사 0.01%) 이상만 보유해도 자회사 이사에게 대표소송 제기가 가능하다.
권 부회장은 "다중대표소송제로 인해 소수지분으로도 기업 흔들기가 가능해진다"며 "집단소송제와 같이 도입되면 우리나라는 기업소송 천국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경련은 다중대표소송제로 상장회사의 경우 소송 리스크가 최대 3.9배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가 공정거래법을 개정해 지주회사 규제를 강화하고 전속고발제를 폐지한 것도 지나친 규제라는 주장이다. 권 부회장은 "자회사, 손자회사에 대한 의무 지분율 확대는 지주회사 전환비용을 급증시키고 자회사, 손자회사 신규 편입 비용을 증가시켜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쓰여야 할 자금을 지분 확보에 소진시킨다"고 말했다.
전경련은 지난해 기준 34개 상호출자 제한 기업집단 가운데 16개 비지주회사 기업집단의 지주회사 전환 가정 시 지분 확보에 약 30조원이 추가로 필요하고 그에 따른 일자리 손실은 23만8000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전속고발권 폐지와 관련해서도 권 부회장은 "누구나 공정위를 거치지 않고 기업을 직접 고발할 수 있게 된다"며 "경쟁사업자에 의한 무분별한 고발, 공정위와 검찰의 중복 조사 등 큰 혼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과도한 규제,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것
법무부가 추진 중인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역시 말이 안 되는 규제라는 지적이다.
권 부회장은 "집단소송제로 인해 과잉소송이 일어날 것이 뻔한데 그렇게 되면 아무리 튼튼한 기업이라도 엄청난 손해를 볼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기업들은 신규사업을 추진하지 않고 투자도 하지 않는 등 경영활동을 위축시키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집단소송제로 이익을 보는 이는 피해자가 아니라 변호사와 같은 소송전문가들"이라며 "예를 들어 집단소송에 승소해 1000억원을 배상금으로 받게 되면 변호사가 600억 이상을 챙겨가고 피해자 몇만 명이 나머지를 나눠 갖는 형태"라고 꼬집었다. "미국이나 유럽 등 많은 나라에서도 집단소송제를 하고 있지만 폐해가 심해서 부정적 인식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징벌적 손해배상과 관련해서는 "지금도 각종 법률에 따라 기업이 잘못할 경우 벌과금 및 최고경영자(CEO)가 징역을 살고 민사소송도 있는데 여기에 국가까지 나서서 손해배상을 5~10배 내놓으라 하는 것은 이중ㆍ삼중의 규제"라며 "기업은 손해배상 소송을 당할지 모르니 결국 다시 돈을 쌓아놓고 투자는 안 하고 일자리도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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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노동기구(ILO) 권고에 따른 노조법 개정안 역시 기업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주요 법안으로 지목했다. 권 부회장은 "1987년 민주화 이후 약자로 인식되던 노조가 전 세계에서 가장 힘이 센 단체가 됐다"며 "노조가 파업할 수 있는 것처럼 사용자도 (파업 시) 대체근로를 허용하는 등 국제 표준에 맞게 노사가 대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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