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넣어 겨우 5주...공모주 개선책은
소액투자자 위한 대책 요원
청약 증거금 많을 수록 유리
형평성 논란 끊이지 않아
해외선 이미 소액청약 우대
금융당국, 일부 '추첨제' 검토
[아시아경제 박지환 기자] 금융당국이 소액 투자자들에 기업공개(IPO) 공모주 배정을 확대하기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섰다. 국내에서는 청약 증거금이 많을수록 배정 물량 역시 함께 커지는 등 자금 동원력에 공모주 배정이 좌지우지되는 구조라서 형평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 외국에서는 증권사를 달리하는 복수 계좌 청약을 금지하는 등 소액 청약자들을 배려한 청약 시스템이 마련돼있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이틀간 진행된 카카오게임즈의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 청약 결과 청약 물량 320만주에 총 48억7952만주의 청약 신청이 접수됐다. 최종 청약 경쟁률은 1524.85대 1이다.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증권사에 증거금을 납입하고 해당 증거금에 따라 공모주를 배정 받는다. 카카오게임즈 주식을 1주 배정받으려면 대략 2400만원의 증거금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일반투자자 청약 증거금률은 50%이므로 증거금이 2400만원이면 2000주의 주식을 청약할 수 있는데 여기에 1500대 1의 경쟁률을 고려하면 1주를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같은 방식으로 1억원을 증거금으로 넣은 투자자는 대략 8300주를 신청할 수 있고, 경쟁률 고려 시 5주를 배정 받는다. 2000만원을 가지고 공모주 투자에 도전했던 투자자는 이번 청약에서 단 한 주도 배정받지 못하는 셈이다.
공모주 청약 시장에서 기관이나 고액 자산가 등 자금 동원력에 의해 공모주 배정이 이뤄진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증거금을 많이 넣을수록 청약 성공률이 높아지는 성격이다 보니 경쟁이 치열할수록 소액 개인투자자는 소외되는 구조란 지적이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증권 인수 업무 등에 관한 규정' 개정을 통해 IPO 과정에서 일반 투자자 몫으로 배정된 공모주 20% 가운데 절반에 대해서는 5000만원 이하 소액 개인투자자의 청약 구간으로 설정하고 나머지는 자산 규모와 무관하게 추점제로 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청약증거금을 적게 낸 개인도 공모주를 살 수 있게끔 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지금은 공모주의 20% 이상을 일반 청약자에게 배정하되 그 물량 안에서는 청약증거금을 많이 내는 투자자들이 공모주를 더 많이 받는다.
국내 공모주 청약 제도는 외국 사례와 비교할 때 개인투자자에게 더 많은 물량을 배정하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이 2018년 12월 발간한 '증권 인수업 선진화를 위한 개선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일반청약자 공모주 배정 물량은 20%로 홍콩(10%), 일본(최소 10%), 싱가포르(최소 5%) 등보다 상대적으로 많다. 배정 비율에 있어서는 다른 국가에 비해 국내 사정이 개인투자자를 더 배려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배정 수량이 아니라 방식에 있다. 일반 개인투자자에 대한 일괄적 의무 배정 방식이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점이다. 국내에서는 자산평잔이 높거나 고액자산가 등의 우대고객은 청약 한도가 일반고객보다 크고 우선배정을 받는 경우도 많다. 증권사를 달리하는 복수계좌 청약도 금지하고 있지 않아 소액청약자들은 사실상 공모주 배정을 받을 기회가 거의 없다. 또 실수요보다 큰 청약증거금을 납입한 이후 공모주를 배정 받자마자 단기매매로 수익을 올리는 부작용도 낳고 있다.
반면 해외에서는 국내와 달리 소액청약자들을 배려하는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일본ㆍ홍콩ㆍ싱가포르 등에서는 일반청약자에 대한 의무배정의 경우 복수계좌 청약금지를 전제로 소액청약 우대방식, 추첨방식 등 투자자 간 형평성을 높이는 방식을 쓰고 있다. 특히 홍콩과 싱가포르에서는 형평성 배정기준이 일반청약 배정 방식으로 공모주 상장 규정에 들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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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관계자는 "공모주 청약 제도 변경 사안은 자본시장법 개정 사안이 아닌 금융투자협회 변경 사항으로 제도 개선 절차가 크게 복잡하지 않다"면서 "업계와 공모 시장 현실을 감안하는 여러 논의를 진행해 제도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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