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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답답해서 안 쓴다고" 노숙인 '노 마스크' 방역 사각지대 [한기자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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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실·내외 마스크 착용 의무화
노숙인들 마스크 미착용 수두룩 사실상 방역 수칙 무시
침방울 등 코로나 확산 연결고리 우려
시민들 "정부, 노숙인들 관심 더 가져야" 불안감 토로

25일 오후 서울역 광장 한쪽에서 노숙인들이 모여 앉아 소주를 마시는 등 음식을 나눠 먹고 있다. 마스크를 착용한 노숙인은 한 명도 보이지 않는다. 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25일 오후 서울역 광장 한쪽에서 노숙인들이 모여 앉아 소주를 마시는 등 음식을 나눠 먹고 있다. 마스크를 착용한 노숙인은 한 명도 보이지 않는다. 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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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덥고 답답하고…마스크도 없고." , "나는 병에 안 걸려요."


25일 오후 서울역 광장서 마주한 노숙인들은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 상황에서 다닥다닥 모여 앉아 노상에서 소주를 먹는 등 음식을 나눠 먹는 노숙인들도 있었다.

주변을 지나가는 다른 사람들의 침방울이나 공기 중 노출한 바이러스 등이 충분히 노숙인들 사이에 파고들 수 있는 상황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폭증하면서 서울시는 24일 실·내외 마스크 착용 의무화 시행에 돌입했지만, 마스크를 착용한 노숙인들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사실상 방역 수칙이 무시되는 '방역 사각지대'였다.


이날 광장에서 보인 노숙인은 대략 50여 명으로 마스크를 착용한 노숙인은 예닐곱 명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턱에 마스크를 거는 '턱스크' 상태거나 귀에 건 모습이었다.

광장 한쪽에서 만난 노숙인은 마스크 미착용에 대해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나는 병에 안 걸린다"고 말했다. 또 다른 노숙인도 상황은 비슷했다. 아예 마스크가 없는 노숙인이 허다했다. 대부분 코로나19 방역수칙은 사실상 무시하고 있었다.


덥다는 이유로 또는 호흡이 답답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일부에서는 마스크 착용 분위기에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서울역에서 십수 년 이상 노숙 생활을 하고 있다고 밝힌 50대 남성 노숙인은 "돌아다니지도 않고, 맨날 이곳에 있어서 병에 걸릴 것 같지 않다"고 자신의 마스크 미착용 이유에 관해 설명했다. 이어 "날씨도 너무 덥고 마스크를 어떻게 온종일 쓰고(착용)있냐"고 반문했다.


25일 오후 서울역 광장 한쪽에 노숙인들이 모여 앉아 있다. 마스크를 착용한 노숙인은 찾아볼 수 없다. 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25일 오후 서울역 광장 한쪽에 노숙인들이 모여 앉아 있다. 마스크를 착용한 노숙인은 찾아볼 수 없다. 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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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에 있는 10여 명 안팎의 노숙인들은 아예 바닥에 앉아 술판을 벌였다. 마스크 미착용은 물론 다닥다닥 붙어 앉아 얼굴을 맞대고 음식을 나눠 먹었다. 만일 누군가 코로나19 확진이 된다면 주변 노숙인들은 물론 다른 사람들까지도 확진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광장 계단에서 본 한 노숙인 역시 마스크 없이 연신 담배를 피워대며 침을 뱉고 있었다. 이를 보는 시민들의 우려도 컸다. 30대 회사원 김 모 씨는 "노숙인들이 마스크를 하고 있지 않으니 걱정되는 게 사실이다"라면서 발길을 서둘러 돌렸다.


23일 맥도날드에 따르면 맥도날드는 22일 보건당국으로부터 서울역점 직원 A씨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통보를 받았다. 맥도날드는 이날 오후 1시부로 매장을 폐쇄한 뒤 방역을 실시했으며 전 직원을 자가격리 조치했다. 사진은 25일 영업 중지 상태인 맥도날드 전경. 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23일 맥도날드에 따르면 맥도날드는 22일 보건당국으로부터 서울역점 직원 A씨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통보를 받았다. 맥도날드는 이날 오후 1시부로 매장을 폐쇄한 뒤 방역을 실시했으며 전 직원을 자가격리 조치했다. 사진은 25일 영업 중지 상태인 맥도날드 전경. 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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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을 통해 출퇴근하고 있다고 밝힌 20대 직장인 이 모 씨는 "서울역에서 코로나 확진자도 나왔고, 특히 이곳을 지날 때는 더 신경 써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방역수칙을 지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마스크를 하지 않은 노숙인들도 많은데, 그분들 건강도 걱정되고, 이 상황을 좀 개선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 모 씨 염려대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서울역사 맥도날드에서 노숙인들이 모인 거리까지는 도보로 2분 거리에 불과했다.


직접 걸어서 걸음걸이를 세어보니 167걸음이었다. 확진자가 서울역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면 노숙인들 사이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있을 수도 있다는 추정도 가능하다. 광장 인근에 있는 남대문 상가 일대서 확진자가 발생한 것을 고려하면 서울역에 있는 노숙인들의 마스크 미착용은 더 큰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노숙인들의 마스크 미착용으로 인한 코로나19 확산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노숙인의 재활 등을 돕는 아웃리치 제도가 있다. 아웃리치란 거리에서 상담사가 노숙인을 직접 대면하면서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통해 노숙인들에게 마스크 착용 권고 등을 하고 있다. 그러나 마스크 의무화 시행 상황에서 노숙인 모두를 관리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24일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앞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문호남 기자 munonoam@

24일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앞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문호남 기자 munono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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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코로나19는 지속해서 확산세다. 25일 0시 기준 국내 신규 확진자는 280명 늘어 이틀 연속 200명대로 나타났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이날 기준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280명으로, 이 가운데 국내 발생은 264명, 해외 유입은 16명이라고 밝혔다.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지난 14일 103명을 기록한 뒤 12일 연속 세자릿수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3일 300명 후반대를 기록한 뒤 이틀째 200명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전날(24일) 266명에 비해서는 확진자 수가 증가했다.


국내 발생 신규 확진자 264명은 지역별로 서울 134명, 경기 63명, 인천 15명으로 수도권이 가장 많았다. 대전 10명, 충남 9명, 강원 8명, 대구 5명, 광주 4명, 전북 4명, 부산 3명, 세종 3명, 제주 3명, 경남 2명, 전남 1명이 뒤를 이었다.


전문가는 더욱 적극적인 관리가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한 복지 사업 관계자는 "코로나19가 폭증하는 상황에서 노숙인 등 마스크 미착용은 감염 연결 고리가 될 수 있다"면서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강조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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