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변해야산다]<3>민중과 권력 지팡이 사이…시험대 오른 '탈정치'
2003년 2년 경찰청장 임기제 도입
11명 중 7명이 임기 못 채워
李·朴정부 어청수·강신명 등
정권비호 앞장섰단 비판 받아
경찰개혁 핵심과제 '탈정치'
독립·중립성 갖춘 경찰위원회 통해
경찰 정책 통제하는 방안 논의
스스로 변화하는 것도 급선무
24일 취임한 신임 김창룡 경찰청장이 서울 동작구 현충원을 참배하고 방명록을 남기고 있다. 김 청장은 방명록에 '가장 안전한 대한민국, 존경과 사랑받는 경찰을 만들겠습니다'라고 적었다./경찰청 제공
[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경찰청장 2년 임기제가 도입된 것은 2003년 참여정부에서였다. 24일 취임한 김창룡 신임 경찰청장 이전까지 17년 동안 총 11명이 치안 총수 자리에 올랐다. 그러나 임기를 제대로 마친 경찰청장은 전날 이임식을 하고 제복을 벗은 민갑룡 전 청장까지 단 4명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중도에 경질되거나 사임했다. 2012년 '오원춘 사건'에 대한 부실조치에 책임을 지고 사임한 조현오 전 청장, 2005년 전국농민대회 시위 진압 중 농민 2명이 사망한 사건으로 경질된 허준영 전 청장 같은 사례도 있으나 정권 교체와 함께 옷을 벗은 경우도 흔하다. 이명박 정부 시절 임명된 김기용 전 청장은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자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옷을 벗었다. 특히 이 시기에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접대 의혹 사건을 경찰이 수사 중이었는데 수장이 교체된 후 지휘 라인까지 모두 물갈이되면서 좌천성 인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는 결국 정권의 입김에 따라 경찰 수뇌부 인사가 좌지우지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역대 경찰청장 자신도 정치적 편향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이 정부의 첫 치안 총수이던 어청수 전 청장은 이른바 '명박산성' 설치로 정권 비호에 앞장섰다는 비판을 받았으며 결국 용산 참사의 책임을 지고 11개월 만에 퇴진했다. 임기를 모두 채운 강신명 전 청장 또한 박 정부 시절 정보경찰의 정치 개입 및 불법 사찰에 관여한 혐의로 지난해 구속됐다 보석이 인용돼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어느 정권에서나 경찰의 정치적 편향 논란은 끊임없이 불거졌다. 인사에 정권의 입김이 작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는 경찰의 중립성을 훼손시키는 근본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김 신임 청장 또한 국회 인사청문회 단계에서부터 '코드 인사' 지적이 나올 정도였다.
2008년 시위대 행진을 막기 위해 서울 광화문광장에 세워진 이른바 '명박산성'. 명박산성은 이명박 정부 첫 경찰청장이었던 어청수 전 청장의 아이디어로, 경찰의 정권 비호를 대표하는 상징적 구조물로 꼽힌다./아시아경제 DB
원본보기 아이콘그래서 논의되는 경찰개혁 핵심 과제가 바로 경찰의 '탈정치'다. 외압에서 벗어나 경찰이 민주적 통제를 받고, 오롯이 국민 보호와 치안 확립이라는 본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중립 확보가 필수적이다. 특히 자치경찰제가 도입되면 지방자치단체장의 의중이 자치경찰본부장 선임에 작용할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정치적 입김을 배제한 통제 장치의 마련이 최우선 과제로 꼽히는 이유다.
현재 논의되는 방안은 경찰위원회 실질화다. 외부 인사들로 구성된 독립성ㆍ중립성을 갖춘 경찰위원회가 경찰 정책을 통제하도록 하는 방법이다. 박병욱 제주대 행정학과 교수는 "경찰위원회는 의회 견제에 비해 더 집중적ㆍ전문적ㆍ민주적인 통제 방식"이라며 "경찰위원회 위원 구성 추천권을 국회에 주고, 경찰위원회가 심의ㆍ의결한 사안을 경찰청이 위반할 경우 이를 제한할 수 있는 권한도 부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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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근본적으로 경찰의 존재 가치인 사회적 약자 보호, 국민 안전을 위해 경찰 스스로 변화하는 것이 급선무다. 경찰청은 올해 6ㆍ10 민주항쟁 기념일을 맞아 10개 조항으로 이뤄진 '경찰관 인권행동 강령'을 선포했다. 직무수행 과정에서 인권 보호를 위해 지켜야 할 경찰의 행동 기준을 규정한 것이다. 이 강령처럼 국민을 바라보는 진정한 '민중의 지팡이'가 될지, 아니면 정권을 바라보는 '권력의 지팡이'가 될지 경찰이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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